지난달 24일 국악예술단 ‘풍’의 정기공연이 있던 날, 공연이 막바지에 이르자 한 무리의 아이들이 무대로 나와 스승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훈훈한 광경이 연출됐다.
감사패의 주인공은 한때 양산남부고에서 풍물동아리 ‘신들림’을 맡았던 이영욱 교사. 신들림 동아리 회원이자 국악예술단 풍의 단원인 정성은, 이창효, 김정하, 박상일 학생 등이 평소 간직해 온 감사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 끝에 국악예술단 풍의 이주연 대표와 함께 일을 벌인 것이다.
이영욱 교사는 “공부할 애들은 공부를 하게하고 끼를 살려야 할 애들은 그 끼를 분출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렇지만 무조건 공부에 매진해야 한다는 선생님들과 일부 학부모들의 인식 때문에 아이들이 끼를 분출할 공간이 없다”며 당시 동아리 활동이 힘들었음을 털어 놓는다. 풍물이 소리를 내는 악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1학년 때는 조금만 잘못해도 자율학습에 방해된다고 혼나고, 강당에서 연습을 하다가도 시끄럽다는 이유로 쫓겨나기 일쑤였다고.
이창효 학생(20)은 “동아리실이 갖춰지지 않다보니 방학 때는 강당을 못 빌려서 옥상 쪽 제일 끝 방에서 우리끼리 연습하기도 했다”며 그때를 떠올린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 스트레스가 해소되니까 학업 능률이 오르는데 다들 괜히 걱정부터 한다”며 답답한 마음을 늘어놓았다.
학생들은 신들림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1학년 때 경남도대회에서 우승했던 일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이영욱 교사는 그때를 떠올리며 “한 학교에 한 동아리만 참가할 수 있었는데 우리학교에는 신들림 풍물반과 질풍노도 난타반이 있었다. 내가 도에 전화를 해서 어차피 참가학교도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니 두 팀 다 나가게 해달라고 사정해서 참가하게 됐다”며 “결국 둘다 나갔는데, 신들림이 1위를 하고 질풍노도가 우량을 받았다. 그래서 돌아올 때 차 안 분위기가 좀 살벌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내가 두 팀을 다 맡고 있으니 당시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던 동아리인 난타반에 더 신경을 많이 쓴다며 애들이 질투를 하기도 했었다”며 웃는다.
정성은 학생(20)은 “늘 선생님에게 드린 것 없이 받기만해서 죄송한 마음이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조금이나마 감사한 마음이 전해지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영욱 교사는 “적지 않은 교사 생활에서 제일 큰 상을 받은 셈이다. 공연이 있던 날 식구들이 다 와 있었는데 남편도 헛수고 한 것은 아니라며 허허 웃더라”며 “가족들이 나한테 놀리듯 매일 학교귀신으로 살아온 보람이 있다”며 따뜻한 눈길로 아이들을 바라본다.
학생들은 모두 정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했고 이 영욱 교사는 정든 양산남부고를 떠나 웅상고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여전히 이 선생은 아이들에게 이런 저런 교훈을 아끼지 않고 아이들은 여전히 엄마같은 존재라며 따른다.
“겉보기엔 강인하시지만 저희를 위해 다친 팔로도 직접 닭을 고아주시는 자상하신 선생님입니다. 우리에게는 또 한 분의 어머니입니다. 선생님,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