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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지역에도 곳곳에 방치되어 있는 빈 집이 범죄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특히 날씨가 풀리면서 노숙자와 청소년들이 빈 집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
ⓒ 양산시민신문 |
부산 여중생 살해 사건의 무대가 된 부산 덕포동의 이야기가 아니다. 신도시 조성이 한창인 양산지역에서도 빈 집 밀집지역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미니 신도시를 짓겠다고, 도로를 만들겠다고 해 놓고선 보상이나 개발공사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개발 작업이 중단된 곳이 많다.
10일 오후, 동면 사송택지개발사업 지역인 사송ㆍ내송리 일대. 2012년 완공을 목표로 미니신도시를 짓겠다던 개발지역인데 사업지연으로 1년째 사업이 중단돼 빈 집과 사람 사는 집이 뒤섞여 있다. 266채 모두 보상을 받았지만 221채만 이주하고 나머지 44채는 그대로 살고 있다.
빈 집에는 건축 폐자재와 쓰레기가 수북하지만 비교적 깨끗하다. 집안에는 이불과 베개가 널려있고 담뱃재떨이까지 있는 것으로 보아 노숙자가 다녀간 흔적 같다.
사송택지개발사업 구역에 포함되지 않아 이주 계획이 전혀 없다는 한 주민은 “버스를 타거나 시내에 나가려면 꼭 이 마을을 지나야 하는데 한낮에도 한 번씩 을씨년스러울 때가 있다”며 “차라리 개발공사를 빨리 시작해 공사인부들이라도 북적대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북면 와곡리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와곡1리 입구에서 소토초등학교 방향으로 들어가 보니 20여채의 흉물스러운 빈 집 군락이 보인다. 가까이 가보니 하나같이 창문과 출입문이 깨져있어 누구든 들어갈 수 있다. 좁은 골목길 주변은 깨진 유리창 조각과 쓰레기 등으로 뒤덤벅이 돼 지저분하기 짝이 없다. 골목 벽에는 빨간 페인트로 ‘밤길 조심하라’는 글자도 적혀 있다. 문이 열린 한 폐가로 들어서자 방마다 술병과 휴대용 부탄가스가 뒹굴고 있다. 인근 주민이 걸어 놓은 것 같은 ‘CCTV 촬영 중’ 이라는 경고문이 밤마다 일어나는 행각들을 짐작케 만든다.
산막일반산업단지 주진입도로 개설공사가 계획돼 있는 이 곳은 2006년부터 시작된 보상작업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당초 도시계획도로 개설사업에서 산막산단 진입로로 계획이 변경되면서 국비 예산 확보가 쉽지 않아, 보상금을 수령하고 이주한 빈 집에 대한 철거작업조차 중단된 상태다. 더욱이 이곳은 소토초등학교 학생들이 통학로로 이용하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도농복합도시인 양산은 도심뿐 아니라 농촌에 방치돼 있는 빈 집도 상당수다. 시는 지난해 읍ㆍ면별로 빈 집 실태조사 결과 현재 물금 12채, 원동 35채, 상북 1채, 하북 3채 등 모두 51채의 빈집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동주택, 축사, 공장 등은 조사대상에서 제외됐기에 실제 폐ㆍ공가는 더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빈 집 주변에 대한 치안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같은 빈 집은 부산 여중생 살해사건과 같이 범죄자들의 은신처로 이용되는 것은 물론 농촌지역은 불법 게임장이나 도박장 등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
이에 대해 시와 경찰서 관계자는 “사송 미니신도시는 시행처인 LH공사에서 경비업체에 지역관리용역을 줘 특별관리를 하고 있으며, 산막산단 입구는 주ㆍ야로 상북경찰서 인력이 배치돼 순찰을 벌이고 있다”며 “모두 중단된 사업이 아니라 잠시 지연되고 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개발 재개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치안센터가 파출소로 전환하고 있어 많은 경찰인력이 농촌지역에 배치되기 때문에 농촌 빈 집 치안예방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