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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대학교 중국학과 교수 | |
ⓒ 양산시민신문 |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국제질서가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는 대목에서 중국은 우뚝 솟아올랐다. 미국과 함께 세계의 주요 두 개 나라라는 뜻으로 G2라고 불리우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으로선 부담스럽다. 의지는 있으나 아직 능력이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엔 많이 이르다. 미국은 선진국이고, 중국은 개발도상국이다. 미국은 개인 소득이 4만 달러가 넘는 나라이고, 중국은 4천 달러 수준의 나라이다. GDP 규모로도 3배의 차이가 나고, 사회 인프라와 국민들의 의식수준, 그리고 민주화 정도나 언론 자유도 같은 이른바 종합 국력으로 따지면 얼마나 차이가 날지 계산이 잘 안 될 지경이다. 이런 대목에서 미국이 저 좀 아쉽다고 덜컥 어깨동무를 하며 ‘우리 둘밖에 없어’라고 친한 척 하니 중국으로서는 고마워해야 할지 아니면 뿌리치고 사양해야 할지 갑갑한 상황인 것이다.
미국이 중국을 G2라고 추켜 주는 이유는 글로벌 이슈에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서 응당의 비용을 지불해 달라는 뜻이다. 이를테면 세계적 경기침체를 불러온 미국발 금융위기도 따지고 보면 글로벌 불균형 때문이니 그 한쪽 책임이 있는 중국도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야한다는 얘기인데, 논리는 이렇다.
미국의 기업과 소비자들이 빚을 내어서까지 능력 이상의 투자와 소비를 한 것이 거품을 만들고 결국 부동산 문제로 터져버린 것이 위기의 큰 이유이지만, 오랜 기간 저물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게 해 버블이 커지게 만든 것은 중국의 중저가 생산품이 너무 많이 유통되고 그 덕으로 쌓인 막대한 무역흑자를 중국이 다시 미국의 자본시장에 유입시킨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쪽은 빚을 내서라도 물건을 사고, 다른 한 쪽은 일방적으로 수익을 내고 그 수익을 다시 빚 많은 나라의 자본 시장에 투자하는 불균형 순환이 결국 통제할 수 없는 거품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중국 위안화의 저평가가 한 몫을 했다는 주장이다.
사실 중국은 2009년 세계 무역 규모가 10% 이상 감소한 상황에서도 선전하여 독일을 누르고 수출액 1위를 기록했다. 무역흑자 규모도 약 2천억 달러인데 대미흑자만 그 정도 된다. 외환보유액은 2조 3천억 달러로 세계 1위인데, 그 중 9천억 달러를 미국 국채에 투자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정치 외교 군사 면에서도 주요 2개국이라고 불리어도 될 만큼의 역량을 갖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군사비 지출이 가장 많은 나라이다. 세계 기후 변화에 미국과 함께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치는 나라다. 동남아시아 ASEAN 10개국과 FTA를 발효했고, 아프리카 48개국 정상을 베이징에 초청해 회의를 주도하기도 했다. 원유 수입 세계 2위 나라답게 자원외교를 위해 최근 몇 년 아프리카 13개국을 정상 방문했다. 중국은 10% 성장하기 위해 세계 원자재의 30%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G2라고 불러도 과언은 아니라 할 만하다.
이런 미국의 논리에 중국은 우선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중국은 1980년 이후 오랫동안 도광양회(韜光養晦, 실력을 숨기고 때를 기다림)의 소극적 외교를 펴왔다. 안으로는 정치사회적 안정 기조 위에 지속적 경제성장을 계속했고, 밖으로도 경제성장을 위한 평화적 국제환경 조성 정도에만 공을 들여왔다. 그러다가 2003년 북핵 위기를 중재하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제한적 적극 외교로 기조가 바뀌었다. 이제 도광양회에서 유소작위(有所作爲, 케이스에 따라 나서야 할 때는 나선다) 또는 유중유강(柔中有强, 부드러움을 기본으로 하지만 경우에 따라 강함도 보여준다)의 기조로 바뀐 것이다. 중국은 한동안은 이 정도만 하고 싶을 뿐이다.
중국의 국가 목표는 2020년까지 전면적 소강(小康, 중진국 수준)을 달성하는 것이다. 이 목표를 위해 혹시라도 경제 현대화에 장애가 될지 모를 국내 정치 민주화 요구는 최대한 통제하고, 국제 환경도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중국이 예상한 것 보다 빨리 대국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구조가 바뀌고 있고, 새로운 규칙과 틀을 짜가고 있는 대목에서 중국은 능력이 부족한대로 깊이 참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이미 스스로 원하든 아니든 G2가 되어버렸다. 2010년, 중국이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 세계는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