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9시, 양주중학교 교실은 아직도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방과 후 학생들의 자기주도적인 공부습관을 형성하기 위해 희망자에 한해 운영하고 있는 ‘양주공부방’의 열기가 한밤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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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교실 개방
“학교서 마음껏 공부해라”
양주공부방은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됐다.
양주중은 도시에 비해 교육환경이 다소 열악한 농촌지역 특성과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의 수요를 고려한 교육프로그램이 없을까 궁리하던 끝에 학생들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도록 야간공부방을 개설하기로 한 것.
매일 오후 6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영어체험학습실과 빈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이 공부방은 처음에는 20~30명 내외의 작은 인원으로 출발했다.
노옥숙 교육연구부장 교사는 “방과 후 학원 수업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양주공부방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안겨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였다”며 “하지만 곧 무기력했던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려는 노력이 보이자 공부방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증가해 올해는 91명의 학생이 공부방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습능률 ‘쑥쑥’
교사가 직접 자율학습 지도
양주공부방의 매력은 교사들이 직접 지도를 맡는다는 것이다.
모든 과목의 교사들이 자율학습 지도를 번갈아 맡다보니 학생들의 질문이 쇄도하고, 이를 위해 별도의 개인지도실까지 마련해 학습능률을 최대한 높이고 있다. 또 교사들은 학생 개개인의 학습습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학습방법과 자세 등을 교정ㆍ지도해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공부방에 참여하고 있는 3학년 서경서 학생은 “처음에는 학원과 공부방을 놓고 많이 망설였다”며 “하지만 공부방에서 공부하는 첫날 평소 다른 아이들의 움직임에 쉽게 집중력이 흐트러졌던 나를 위해 벽쪽으로 좌석배치를 다시 해 주시는 선생님의 모습에 많은 의지가 돼 공부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자랑했다.
3학년 최용운 학생 역시 “수업 후 집에서 TV시청이나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도 늘 마음이 불안했는데 공부방이 끝나고 집에 가면 뿌듯하고 즐겁기까지 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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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는 지원
무료로 석식ㆍ귀가차량 제공
학교는 공부방에 참여한 학생 개개인에게서 이처럼 공부에 대한 의지가 보이자 이 불씨를 키워 큰 모닥불이 되도록 최대한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 학생들에게 저녁식사를 무료로 제공키로 했다. 물론 점심시간에 먹는 학교급식처럼 맛도 있고 영양가도 높은 제대로 된 식사여야 했다.
강신영 교감은 “컵라면이나 빵으로 저녁을 때우고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자율학습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저녁식사를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올해부터 인근 기업체에서 이용하고 있는 위탁급식업체에서 조리한 음식을 학부모들이 직접 배식하는 형태로 저녁급식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 원거리 학생들을 위한 귀가차량 지원이다. 상북면 소재지에서 멀리 떨어진 소토리나 좌삼리에 사는 학생들을 위해 상북자율방범대의 지원을 받아 차량운행을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늦은 밤 안전한 귀가를 위해 교사와 학부모가 직접 귀가 지도를 돕고 있다.
기초미달 학생 감소
“지속 운영 위해 재정지원 필요”
양주공부방의 성과는 전국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지난해 학력향상연구학교로 지정돼 전교직원이 방과후학교와 공부방 운영에 주력한 끝에 지난해 기초학력미달 학생 비율이 10%p나 감소했다. 올해는 기초학력미달 학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 만들기를 목표로 공부방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정회규 교장은 “교사는 물론 학부모, 동창회, 지역주민이 모두 적극적으로 동참해 양주 공부방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올해는 도교육청으로부터 사교육없는학교로 선정돼 공부방 운영을 위한 예산이 확보됐지만, 지속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며 “지자체의 교육경비보조금이나 지역기업체 후원 등을 통해서 재정지원이 뒷받침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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