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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글로벌사회문화-인도]단골에게는 반드시 바가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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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사회문화-인도]단골에게는 반드시 바가지를

양산시민신문 기자 325호 입력 2010/04/06 11:45 수정 2010.04.06 11:45



 
↑↑ 이운용
영산대학교
인도비즈니스학과 교수
ⓒ 양산시민신문 
뉴델리에 주재하던 1990년께 일이다. 옆집에 사는 변호사 소디 부부와 함께 ‘찬드니초크’라는 델리 최대의 재래시장에 쇼핑을 다녀왔다. 얼마 후 비슷한 물건을 사기 위하여 지난번 가게를 다시 가자고 하니 소디가 하는 말이 한 번 간 곳은 가능하면 다시 가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자기도 인도인이지만 인도에서는 같은 상인으로부터 반복하여 물건을 사면 반드시 바가지를 쓴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후 무역관에서 당연한 것으로 믿고 거래하는 문구상, 책방 등의 과거 구입가격, 현재 시세 등을 다른 업체와 비교해보니 값이 싼 곳은 하나도 없고 전반적으로 비싼 가격에 구입하고 있었다. 책방 같은 곳은 3개월 치를 모아서 결재를 하였는데 2중으로 책값이 지불된 사례까지 나왔다. 바빠서 일일이 대조하지 못 하기도 했지만 오랜 거래처라는 점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인도상인은 우리가 자기를 믿고 있다는 점을 최대한 악용한 것이다.

그래서 몇몇 업체를 직접 조사하여 가격도 저렴하고 서비스도 좋은 곳으로 구입처를 모두 변경하였다. 그런데 몇 달 지나지 않아서 조금씩 가격이 오르고 물건이 살짝 변경되기도 하는 등 똑같은 문제가 재연되기 시작하였다. 문제점을 지적하자 그들은 올려 받은 것에 대해서는 전혀 미안하게 생각 안하고 다시 가격을 내려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기분이 나빠서 또 구입선을 바꾸고 말았는데 시간이 지나자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매일매일 체크를 하는 동안은 문제없지만 귀찮다고 그냥 넘기면 벌써 속이는 일이 시작된다. 이러한 일들이 생활 전반에 걸쳐 있어서 참으로 피곤하다. 어떻게 일상생활의 모든 일을 하나하나 점검하면서 살 수 있겠는가.

인도에 오래 거주한 분이 과일가게 예를 들어 말씀해준 것이 생각난다. 그 분은 과일과 채소를 한 가게에서 계속 사면서 가격을 체크하지 않았다. 매일 가는 가게라서 믿고 샀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기가 매일 사던 과일을 다른 사람에게 더 싸게 파는 것을 우연히 목격했다. 그래서 가게 주인에게 따졌더니 미안하다는 기색도 없이 웃으면서 깎아주겠다고 하더란다. 그동안 속은 것에 기분이 상해서 화를 냈다고 한다.

“2년 동안 너희 가게에서만 물건을 사온 단골인데 다른 사람보다 싸게 주지는 못할 망정 어떻게 더 받을 수 있느냐” 

 “우리 가게가 값이 싸니까 당신이 온 것이지 비싸다면 왜 왔겠느냐”

가게 주인의 명답을 듣고는 기가 차서 다시는 그 가게에 가지 않았다고 한다. 단골이 되면 더 좋은 물건을 더 좋은 가격에 주는 것이 우리 식의 단골 개념인데 이들은 단골이 되면 허점이 보이기를 기다려 반드시 바가지를 씌운다. 즉 단골이 봉인 셈이다. 참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무역을 하는 경우에도 오랫동안 거래를 하여 가까워지면 질수록 사기를 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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