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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화요살롱] 어느 할머니의 식당 경영 이야기..
오피니언

[화요살롱] 어느 할머니의 식당 경영 이야기

양산시민신문 기자 326호 입력 2010/04/13 10:53 수정 2010.04.13 10:53



 
↑↑ 공문수
양산대학 병원복지경영과 교수
ⓒ 양산시민신문 
지인이 김해 대동에 특이한 식당이 있으니 한 번 가보자고 제의를 해서 식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지인이 그 식당에서 식사를 한 번 한 적이 있어 쉽게 찾으리라 생각을 했는데, 찾기가 쉽지 않아 식당명함의 뒷면에 있는 지도를 참고로 하여 따라 갔지만 입구가 식당처럼 보이지 않아 지나서 가다가 다시 돌아와서 식당을 찾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점심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그런지 손님들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만 점심시간이 되니 금방 꽉 찼습니다. 이 식당은 뷔페식인데 보통 뷔페식 식당이면 입구에서 주인이 돈을 받고 몇 사람인지 헤아려 옷에 표시를 하고 돈을 낸 사람과 안 낸 사람을 구분하는데 여기에는 관리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저는 처음이어서 지인에게 누가, 어디서 돈을 받는지 물어보려 했는데 지인은 구석에 있는 책상 쪽으로 가서 거기 의자에 앉아 텔레비전을 열심히 보고 계시는 할머니에게 식사비를 지불하고 있었습니다. 책상 옆면에 가격표가 붙여져 있는데 오래 되어서 색이 바래 있었고, 어린이 1천원, 초중학생 2천원, 어른 4천원 이었습니다.

이제 식사비도 지불했으니 식사를 하려고 식당 안을 둘러보았습니다. 테이블과 의자는 모두 오래된 나무로 만든 것이었고 테이블의 배치는 배치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빈 공간을 자연스럽게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음식은 국수, 팥죽 그리고 밥이 있었는데 밥은 쌀밥과 잡곡밥으로 분류되어 있었습니다. 반찬은 식당 한가운데에 김치와 나물류가 정확하게 세어보지 않았지만 20가지가 넘었고, 입구 맞은편에 생선조림과 된장국이 있었습니다. 저는 면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국수를 먼저 먹고 다음에 팥죽을, 다음에 잡곡밥에 나물을 비벼 먹었습니다.

식사 후에 할머니와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호기심이 많은 지인이 “할머니가 식당을 어떻게 경영을 하길래 이렇게 손님이 많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할머니의 말씀을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식당 운영을 너무 오래 한 터라 그만두고 쉬고 싶어 장성한 자녀에게 맡기고 집에서 쉬었답니다. 6개월 쯤 지난 뒤에 자녀가 찾아와서 손님이 떨어져서 운영이 안된다는 것입니다. 할머니는 할 수 없이 다시 식당을 운영하여 손님을 되찾았답니다. 이런 일이 두 번이나 있어 자녀에게 충고를 했답니다. 음식을 만드는데 정성을 다해야 하고, 양념을 아끼지 말고, 항상 손님을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할머니의 식당 경영에는 다음의 경영철학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첫째, 고객중심사고와 고객에 대한 신뢰입니다. 그 식당에는 종업원이 없습니다. 오직 할머니 혼자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뿐입니다. 다른 식당은 손님이 오는지 가는지를 면밀히 살펴보고, 손님의 편의를 도와주기 위해 종업원이 항상 손님의 동태를 살피고 있습니다. 손님의 편의를 위해서라지만 손님은 종업원의 눈길이 싫습니다. 이 식당은 마치 내 집처럼 들어와서 먹고 싶은 대로 먹고 가면 됩니다. 지켜보는 이 없이 정신적으로 매우 편안하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할머니의 자비심이 돋보입니다. 저는 자비심경영이라 하고 싶습니다. 돈은 손님이 주면 받고 주지 않아도 누가 안냈는지 모릅니다. 돈을 받는 곳이 식당 안쪽에 있기 때문에 손님의 들어오고 나감을 잘 알 수가 없습니다. 그걸 할머니가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그렇게 한답니다. 돈이 없어 배고파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 합니다. 그러나 돈이 있는 손님들은 반드시 돈을 내고 먹는답니다. 손님에 대한 신뢰가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남는 음식은 오후 늦게 노숙자들이 와서 그냥 먹고 간답니다. 

세 번째, 맛있는 음식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육류반찬 등이 없지만 생선조림과 양념을 듬뿍 넣은 나물, 잡곡밥(보리밥) 그리고 된장국 등은 나이가 든 사람에게 좋은 음식입니다. 이러한 음식을 마음껏 먹으면서 가격은 어린이는 1천원, 학생은 2천원, 성인은 4천원으로 매우 저렴합니다. 좋은 품질의 제품을 좋은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은 소비자들이 바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네 번째, 관리하는 주인이 없습니다. 노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위대한 리더는 무경영으로 일을 처리한다고 하셨습니다. 식당 내에는 주인이 잘 보이지 않고 손님들만 식사하느라고 분주합니다. 한쪽 구석에서 할머니가 텔레비전을 보고 계시더라도 식당은 잘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단지 음식이 부족하면 가져다 두라는 지시만 있을 뿐입니다.

지금 찾아가라고 하면 잘 찾을 수 있을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곳이지만 식당 내의 모습과 텔레비전을 보고 계시는 할머니의 모습은 사진을 찍은 듯이 보입니다. 경영학을 배우신 분은 아니지만 한번 온 손님은 절대로 놓치지 않는 고객관계중심의 경영을 하고 계시고 배고픈 사람을 위해 슬쩍 눈을 감거나 노숙자에게 식사를 제공하여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할머니는 칭찬을 받으실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익이 남는다 하니 참으로 다행스럽고 식당이 번창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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