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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원은 시장후보의 러닝메이트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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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의원은 시장후보의 러닝메이트가 될 수 없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327호 입력 2010/04/20 10:15 수정 2010.04.20 10:15



 
ⓒ 양산시민신문 
지방선거 정당공천제로 인해
시민보다는 당 눈치 보게 돼
의원이 시장 러닝메이트라면
집행부 감시기능 제대로 될까


원래는 경마에서 우승이 유력시되는 말의 기량 점검을 돕기 위해 페이스메이커(pacemaker)로 나가는 말을 가리키는 용어인 러닝 메이트가 미국의 정ㆍ부통령 선거에서 부통령 입후보자를 일컫는 말로 쓰이게 되면서 세계적으로 통용되었다.

사전적 의미로는 헌법상 밀접한 관계가 있는 두 관직을 동시에 뽑는 선거제도에서 하위 관직에 출마한 입후보자를 일컫는 정치용어이다. ‘함께 뛰는 친구’인 셈이다. 양당체제가 확립돼 있는 미국에서 당내 경선을 통해 대선후보가 결정되면 그동안 격렬하게 싸웠던 상대에게 부통령 후보로 함께 나서줄 것을 권유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경쟁력있는 동반자로서 유권자에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부통령은 같은 일을 하는 상ㆍ하위 관직이다. 대통령의 유고 시 그 업무를 대행하는 것도 부통령이다. 따라서 한 정당에서 유사한 정책ㆍ강령을 가지고 활동해 온 정치인이 선거에서 파트너로 연합전선을 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최근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의 시장 공천 대상자가 4명으로 압축되고 지방의회 의원 공천대상자가 발표되는 등 본격적인 2라운드에 접어 들었다. 그런데 일부 지역에서 시의원 출마자가 시장 후보군 중 한 명과 코드를 맞추어 예비후보로서 동반 선거운동을 펼치는 모습이 시민들 눈에 띄고 있다. 시장 후보의 러닝 메이트를 자청하면서 상호 지지 세력을 넓혀 나가는 것으로 보이는데 왠지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우울한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씁쓰레할 뿐이다.

1991년 새로 출범한 지방의회의 위상과 제도는 2006년을 계기로 크게 바뀌었다. 정당공천제와 유급제가 바로 그것이다. 이전에 의원들은 명예직으로서 무보수 봉사를 원칙으로 하였다. 물론 일정한 여비와 수당을 지급했지만 고정적인 보수의 개념은 아니었다. 의원유급제는 시민을 위한 봉사라는 측면에서 불필요하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의정활동에 전념할 수 있어 전문직종사자의 의회 진출을 독려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방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도는 순수한 지방자치를 해친다는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변함없이 시행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기초지자체 단체장의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지방선거에서의 정당공천 폐지가 정치적 이슈로 부각되기도 했지만 법 개정 권한을 가진 국회에서는 마이동풍(馬耳東風)으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 2006년 선거에서 단체장 공천 파문으로 지역 전체가 혼돈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던 생생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당시 국회의원과 지역사회가 크게 충돌하면서 시민연합이라는 정치세력이 생성하게 됐고 급기야는 공동대표들이 선거법 위반으로 사법처리되는 초유의 불상사가 발생하였던 것이다.

일반 시민으로서 정당공천제가 안겨주는 폐단은 진정한 지방자치 구현이 불가능하다는데 있다. 단체장은 물론이고 지방의원 출마 희망자들도 유권자인 시민들의 눈치를 살피기 보다는 중앙당과 국회의원의 낙점을 받기 위해 혈안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개정된 선거법에 의해 길게는 석달간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이 가능하지만 정당의 공천을 받기 전에는 오로지 서울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당공천제도의 폐단 중 또 하나는 많은 지역에서 단체장과 의원들의 소속 정당이 같다보니 의회 본연의 활동이 위축되는 문제다. 지방의회의 기능이 무엇인가. 가장 큰 역할이 ‘시민을 대신해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든가. 그런데 한 정당에서 공천을 받아 함께 선거운동을 펼치면서 ‘러닝 메이트’를 자청하는 현실이라면 당선돼 의원이 된다해도 과연 집행부를 향해 예리한 제동을 걸 수 있겠는가.

시장과 시의원은 대통령과 부통령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 어려워해야 하는 불가근의 관계다. 중앙정치하고는 다르다. 국회의원은 어쨌든 다수당과 야당이 공존하면서 견제의 기능을 해나갈 수 있지만 지방정치에서 다수당의 시장과 의원이 대거 자리한다면 밀월관계를 형성해 편한 정치를 할 수 있을는지 몰라도 시민들을 대신해 지방정부를 감시하고 혈세 낭비를 제동걸 장치를 상실하고 만다.

악법도 법이라 공천권을 쥐고 있는 중앙당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하더라도 의원 출마자들은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주기를 바랄 뿐이다. 러닝 메이트라 함은 의회에 진출해 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할 때나 쓰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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