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을 박다가
메밀꽃 핀 그림 액자 하나 걸으려고
안방 콘크리트 벽에 박는 못
구멍만 만들고 풍경은 고정시키지 못한다
순간, 그 구멍에서 본다
제 몸의 상처 포기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벽
견디지 못하고 끝내는 떨어져 나온
조각들
벽, 날카로운 못 끝을 생살로 감싸 안아야
못, 비로소 올곧게 서는 것을
망치질 박힘만을 고집하며 살아온 나
부스러지려는 자신을 악물고
기꺼이 벽으로 버티며 견디고 있는, 저
수많은 사람들 향해 몇 번이나
못질 했던가
꾸부러지지 않고 튕겨나가지 않고
작은 풍경화 한 점 고정시키며
더불어 벽으로 살기까지
신현복 시인
1964년 충남 당진 출생. 2005년 『문학. 선』으로 등단.
시산맥 ․ 화시 동인. 시집으로『동미집』(2009)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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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인간은 필연적으로 소외를 경험합니다. 고도로 기계화된 문명은 그 자체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인간을 하나의 부속품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이 결과 인간이 도구화, 수단화되면서 자신이 이룩해 놓은 문명과 사회로부터 소외당하고 주체의 자리를 상실하게 되었지요.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타자와의 소통단절은 나아가 스스로를 타자화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 시는 소통 불가능한 현대사회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시인은 액자를 걸려고 못질한 벽에서 ‘나’를 발견합니다. ‘벽’이 나로 인식되는 순간, 현실에서의 삶은 새로운 의미로 변화됩니다. ‘못’이 가지고 있는 직입적인 성질, 또 그것을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벽.
이를 통해 시인은 벽과 못을 그러안는 성찰의 깊이로 나아갑니다. 진정한 소통이란 한쪽에서의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적 관계이면서 교환적 신뢰를 바탕으로 합니다. ‘망치질 박힘만을 고집하며 살아온 나’는 이렇듯 황폐한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못과 벽이 더불어 살아가는 것, 그 자체가 아름다운 그림이자 풍경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