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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화요살롱]북한 ‘납치’문제를 둘러싼 일본사회의 움직임..
오피니언

[화요살롱]북한 ‘납치’문제를 둘러싼 일본사회의 움직임

임아현 기자 mjppoppo@ysnews.co.kr 328호 입력 2010/04/27 12:24 수정 2010.04.27 12:07



↑↑ 최영호
영산대학교 일어학과 교수
ⓒ 양산시민신문
‘납치’문제를 둘러싼 북일관계의 경색국면은 일본의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최근 미국에 의한 북한 핵보유 인정 움직임이나 6자 회담 성사 가능성의 불투명함, 거기에다 천안함 침몰 사태 등은 일본의 대북관계를 더욱 엉키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일본정부는 지난 4월 9일 각료회의에서 북한에 대한 일본 독자적인 제재조치를 1년간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모든 북한적 선박의 일본 입항 금지와 북일간 수ㆍ출입 전면 금지조치가 계속 이어지게 되었다.

이제까지 총 6차례에 걸쳐 대북제재 조치가 연장되었으며 민주당 정부에 들어서서는 이번에 처음으로 이루어졌다. 오카다가쓰야(岡田克也) 외상은 북한이 지난 2008년 8월에 약속한 ‘납치’피해자 재조사를 이행하고 있지 않고 핵문제를 둘러싼 6자 회담에 복귀하고 있지 않은 점을 들어 당연히 제재조치를 연장한다고 말했다.

시마다요이치(島田洋一) 교수의 블로그를 보면 지난주 14일에 ‘북한에 납치당한 일본인을 조기에 구출하기 위하여 행동하는 의원연맹’(회장 平沼赳夫) 총회 참관 기록이 나와 있다. 시마다는 ‘구출회’(북한에 납치당한 일본인을 구출하기 위한 전국협의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가운데 이날 참관인 자격으로 총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 출석한 나카이히로시(中井洽) 납치문제 담당장관은 인사말 가운데 “제3국을 통한 소위 ‘우회수출’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조사하여 대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고, 내각 관방 담당자가 나와 “관방장관이 각 부처에 조사를 지시했다”고 하며 이를 거들었다.

의원연맹 총회에서 전반적으로 북한에 대한 강경 발언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오카다 외상이나 마에바라세이지(前原誠司) 국토교통상이 대북문제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중국을 지칭하며 북한을 지원하는 것이 인권문제에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 분명한 만큼 일본정부는 해당 국가에 대해 북한을 지원하지 말라고 말해야 한다며, 이를 추궁하지 않는 것은 근무태만에 해당한다고 하여 현 정부를 질책했다.

이렇듯 일본의 우파 정치가들이 ‘납치’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가운데 ‘납치’문제 관련 단체들도 사회 전면에 나서서 국민감정을 부채질하고 있다. ‘구출회’(회장 藤野義昭)와 ‘가족회’(북한에 의한 납치 피해자 가족연락회, 대표 飯塚繁雄)는 일본정부의 대북제제 연장조치에 발맞추어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조치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일본 전국 각지에서 서명활동을 벌이고 있다. 어제 17일 나가사키(長崎)에서는 우파 단체 ‘일본청년협의회’가 ‘납치’문제의 조기 해결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다. 결과적으로 287명으로부터 서명을 얻어냈으며 차후에 ‘구출회’를 통해 정부측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날 서명운동에서는 ‘납치’피해자들의 사진을 내걸고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서명을 부탁합니다’라고 하는 전단지를 배포했다.


그렇다고 하여 ‘납치’문제 관련 단체가 일사분란하게 행동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일본 사회 전체가 이들의 행동에 갈채를 보내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이들 단체가 표면적으로는 인권과 생명의 소중함을 주장하고 있지만 대체로 우파적 성향을 강하게 띠고 있는 국민운동 활동가들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폭력단체나 신흥종교단체 관계자들이 참가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특히 초기 단계부터 운동을 계속하고 있는 회원 가운데는 과거 공산당원이었다가 전향한 사람들이 많이 섞여 있다.

‘납치’문제 관련 단체의 움직임 가운데 괄목할 만한 사건으로 지난 3월 하순에 ‘가족회’가 부대표를 역임한 바 있는 하스이케 도루(蓮池透)를 단체에서 축출시킨 것을 꼽을 수 있다. 하스이케는 1978년에 북한에 ‘납치’되어 갔다가 2002년에 일본에 귀국한 하스이케 가오루의 친형이다. 그는 동생이 일본에 오기 전에는 북한에 대해 강경한 주장을 펼쳐왔으나 2003년경부터 ‘가족회’나 ‘구출회’가 지나치게 우경화하는데 대해 이를 우려하며 이들 단체의 노선에 이의를 제기하는 발언을 해 왔다. 그는 언론을 통해 자신이 동생으로부터 직접 북한의 실상에 대해 전해듣고 나서 대북 인식을 바꾸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현재 그는 대북 압박 일변도 정책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며 정부간 직접 교섭에 의한 귀국 실현을 주장하며 북한과의 대화를 중시하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나아가 그는 ‘납치’문제를 이용하여 편협한 민족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것을 비판하는 한편, 일본제국에 의한 강제동원의 역사에 대해서도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언행에 대해 ‘가족회’, ‘구출회’ 주류파는 ‘북한을 대변하는’ 움직임으로 매도하고 그에 대한 대립을 심화시켜 왔다. 급기야 지난 3월 27일 ‘가족회’ 총회는 하스이케를 퇴출시키기로 결의했다. 이튿날 하스이케는 “가족회 목적은 어디까지나 피해자를 구출하는 일이다. 방법론이 다소 다르다고 해도 자유롭게 할 말을 하는 다양성이 필요하다. 나를 제외시켜서 납치문제가 해결될 수만 있다면 나는 기꺼이 퇴출 조치를 받아들이겠다”라고 하며 유감과 우려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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