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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6.2 지방선거 유권자 간담회 <청년>
“뉴스에 웃는 얼굴로 등장하는 정치인을 바란다”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329호 입력 2010/05/04 09:47 수정 2010.05.04 09:48




이 시대 청년들은 88만원 세대란 책이 화제가 될 정도로 최악의 취업난에 시달리는 그야말로 불운한 세대다. 많게는 연간 천만원에 달하는 고액 등록금을 내는 것도 부족해서 대학원에 어학연수, 각종 고시준비로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고민에 휩싸이다 보니 사회참여나 정치에는 관심이 없고 무관심하다는 비판까지 듣고 있다.이들이 지방선거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떠할까. 6.2지방선거 유권자 간담회 다섯 번째 시간으로 청년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양산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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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주인공은 후보자 아닌 유권자


박성진 본사 편집국장  잠시 교과서에 나오는 말을 한다면, 선거는 모든 국민에게 동등하게 부여된 권리이자 의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헌법구절을 확인하는 기회이다. 하지만 그동안 청년들을 국민으로서 주권을 충분히 행사하지 않았다. 청년들에게 선거는 어떤 의미인가.


 
↑↑ 강경수 (24, 물금읍)
“양산에는 자격증 관련 학원은 커녕 전문서적 하나 구하기 힘들 정도로 취업준비가 어렵다”
ⓒ 양산시민신문 
강경수  단순히 이야기 하자면 ‘어른이 되어서 귀찮은 일을 하나 더 해야 한다’는 정도다. 정치에 도통 관심이 없다보니 부모님과 함께 투표하러는 가지만, 나 하나의 표가 대단히 괜찮은 사람을 뽑아 양산이, 세상이 잘 살게 될 것이라는 기대는 전혀 없다.


이창효  선거라는 것을 처음 치러본다. 하지만 마치 선거를 많이 해서 질려버린 것처럼 투표하러 가기가 싫다. 주위의 어른이나 선배들이 선거나 정치에 대한 좋지 않는 얘기들을 많이 해서 그렇게 인식돼 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홍보라  나는 반대로 이번 지방선거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지난번 국회의원 재선거를 치러봤지만 제대로 된 선거는 이번이 처음인데 내가 뽑은 사람이 어떻게 정치를 해나갈지 궁금하다. 또 막연히 좋은 사람이 뽑혀서 지역이 발전했으면 하는 두루뭉술한 기대감도 있다.


박성진  양산시 1년 예산이 대략 6천억원이 된다. 다시 말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우리 손으로 뽑은 양산시장이 6천억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막강한 권력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비리를 다루는 뉴스가 많이 나오는 등 청년들이 선거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이지만 이럴 때 일수록 오히려 후보자 공약을 더 따져보고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선거의 주인공은 후보자들이 아니라 바로 유권자인 여러분들이기 때문이다.


취업 준비 양산서는 어려워


↑↑ 김민선 (22, 북정동)
“문화시책이 온전히 초ㆍ중ㆍ고교생들에게 집중돼 있어 20대가 즐길만한 양산문화가 없다”
ⓒ 양산시민신문
김민선  나도 청년들이 현재의 취업난을 해결해 달라는 외침을 선거를 통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곧 있으면 대학 졸업반이라 취업문제가 절실하다. 예전에는 ‘전공을 살려 무엇이든 하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런 예비졸업생들을 위해 양산에서 인턴이나 연수를 할 수 있는 기업이나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전공 관련 실습이나 자료를 얻고 싶어도 양산에서는 정보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모두 부산이나 울산으로 가는 것이 현실이다.


유재승  나 역시 4학년 졸업반이다. 대학교는 말 그대로 큰 학문을 배우는 곳인데 학교 친구들을 보면 모두 영어공부에 자격증에 스펙쌓기에 여념이 없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들어갔지만 즐거운 대학생활은 커녕 취업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강경수  현재 신재생전기에너지과를 다니고 있는데, 자격증 취득이 급선무다. 하지만 양산에는 이공계 관련 학원이 없어 자격증은 커녕 참고도서 한 권도 구하기 힘든 실정이다. 양산에 있는 유일한 도서관인 양산도서관은 시설이 낡고 규모가 협소해 불편한 점이 많다. 신도시에는 시립도서관이 지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양산도서관도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

박성진  지방자치단체에서 하는 사업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현재까지의 시책을 평가해 본다면. 그리고 당장 이것 하나는 해결해 달라는 사안이 있나.


20대를 위한 문화공간 턱없이 부족


 
↑↑ 유재승 (25, 북부동)
“외형적으로 큰 발전은 했지만 교육과 문화를 타지역에 의존한다면 양산은 여전히 낙후된 지자체다”
ⓒ 양산시민신문 
이창효  현재 취미생활로 국악예술단 풍에서 활동하고 있다. 많은 단원이 있지만 연습할 공간이 없어 현재 공설운동장 주차장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오전에는 시끄럽다고, 오후에는 운동해야 한다고 연습공간을 빼앗기기 일쑤다. 양산에서도 문화행사가 많고 그에 따라 문화단체도 많은데 이들에게 주어지는 최소한의 연습공간이 없다. 단순히 멀리서 바라보는 문화가 아닌 함께 즐기는 문화가 될 수 있도록 문화시설을 확충해 달라.


김민선  그렇다. 양산시는 문화시책이 미흡한 것 같다. 7년 정도 청소년문화의집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해오면서 또래 친구들과 함께 직접 보고 느낀 점이 많다. 우선은 청소년기본법에 따르면 만24세까지가 청소년이다. 다시 말해 대학생도 청소년에 속한다. 하지만 청소년 관련 사업이 온전히 초ㆍ중ㆍ고교생들에게만 국한돼 있다. 청소년문화존과 같은 청소년 관련 행사도 마찬가지다. 조금 더 시야를 넓혀 대학생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문화행사를 만들어 줬으면 한다. 문화박람회나 의식있는 캠페인 등이 있다면 대학생들이 얼마든지 참여할 것이다.


유재승  양산으로 이사와 양산사람으로 산 지 벌써 10년째다. 하지만 양산에 대한 긍지나 자신감은 글쎄 잘 모르겠다. 물론 10년 전에 비해 신도시 개발 등 외적으로 어마어마한 발전을 해 온 건 사실이다. 하지만 교육을 울산에서 받고, 문화생활을 부산에서 즐긴다면 양산은 여전히 낙후된 촌지역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현재 두 개의 대학이 있지만 양산에서 다닐 수 있는 대학선택의 폭도 더 넓혀줬으면 한다. 또 시청에서 하는 다양한 사업들을 시민들이 자주 많이 접할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으로 시정홍보를 해 달라.


강경수  생활권과 문화권이 인근 대도시와 연결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교통편 확충에 좀 더 신경 써 달라. 지하철 배차시간에서 양산구간이 외면당하고 있어 양산사람으로서 소외감 마저 든다. 기본적으로 30~40분을 기다려야 하는 지하철이 어떻게 약속시간을 지켜주는 대중교통수단인가. 부산에 있는 교통관리공단과 양산시가 유기적인 협조를 해 배차시간 간격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


↑↑ 이창효 (20, 북정동)
“공약남발로 시민에게 기대감만 안겨놓고 슬그머니 발뺌하는 정치인이 없었으면 좋겠다”
ⓒ 양산시민신문
홍보라  양산에 상당히 많은 기업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 지역기업과 연계된 취업이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지역대학 출신들을 활용해 지역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해 주는 취업정보센터가 생겨야 한다. 또 고등학생 때부터 취업전선에 뛰어들 수 있도록 전문계고교 설립도 양산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외형적 발전보다 질 좋은 양산만들기


박성진  마지막으로 이번 지방선거에 어떤 덕목이나 자질을 갖춘 사람이 당선됐으면 하는지 솔직하게 말해달라.


강경수  뉴스에서 웃는 얼굴로 등장할 수 있는 사람이면 된다. 좋지 않는 이슈로 뉴스에 나오는 양산지역 정치인들이 없었으면 한다.


 
↑↑ 홍보라 (23, 상북면)
“차기 지도자들은 건물을 짓는 것보다, 양산천을 깨끗하게 하는 그런 정책을 펼쳤으면 좋겠다”
ⓒ 양산시민신문 
이창효  적어도 약속하겠다는 말을 해놓고 지키지 않는 사람이 아니었으면 한다. 차라리 아무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달라. 시민들에게 해주겠노라 호언장담해 기대만 부풀려놓고 슬그머니 발뺌을 하는 정치인이 가장 싫다.


유재승  20대도 유권자라는 사실을 많은 후보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선거철에는 사회적 약자인 소외계층 보다도 더 소외받는 것이 20대다. 20대가 공감할 수 있는 공약을 적어도 하나씩만이라도 내 달라.


홍보라  도로확장공사나 토지개발은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눈에 보이는 외형적인 발전보다 내실있는 발전을 희망한다. 건물이 들어서고, 도로가 생기는 것 보다 양산천이 깨끗해지고 야생화가 많이 피는 양산이 좋다.


김민선  중앙동 등 일부 인구가 밀집돼 있는 신도시 위주로 발전돼 온 게 사실이다. 중앙정부가 수도권 위주로 정책을 펴는 것은 비판하면서 정작 소외받고 있는 지방정부도 중심지역만 발전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원동, 하북, 웅상 등 다소 소외받고 있는 지역을 볼 줄 아는 혜안을 가진 정치인이 희망한다.


대담_박성진 편집국장 park55@ysnews.co.kr
정리_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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