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해지는 법
물고기의 뼈는 가시라는 것
구운 생선을 발라 먹는데
가시 하나가 목에 걸려 꺼끌꺼끌할 때
문득 알게 된 것
그리운 것들도 가시라는 것
자꾸 마음에 걸려 나오지 않는 것
빼내려 하면 할수록 더 아픈 것
마음의 뼈는 그리운 것
물고기처럼 마음도 뼈를 가지고
너에게 헤엄쳐 갔다 올 때
네가 내 마음에 걸린다는 것
목구멍에 걸린 가시를 배 속으로 꾸역꾸역 삼켰을 때
잊어야 한다는 것
그리운 것들이 마음을 아프게 할 때
흐르는 눈물의 뼈도 가시라는 것
가시는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
뼈를 감싸는 모든 살들은 물렁하다는 것
내 마음이 아무렇지 않다고 삼키려 할 때
단단해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
마음의 뼈는 물렁하다는 것
윤석정 시인
1977년 전북 장수 출생. 원광대 국문과 졸업. 200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
-------------------------------------------------------------------
![]() | ![]() |
↑↑ 김순아 시인 한국문인협회양산지부 회원 | |
ⓒ 양산시민신문 |
마치 물고기의 지느러미처럼 한 행 한 행이 <그리움>, <마음>, <눈물> 등으로 시간 저편에 존재하는 ‘그’라는 존재를 상상해 가고 있습니다. 훑고 지나가는 문장들은 풋풋한 연애의 경구들로 매혹적이면서, '~다는 것' 반복을 통해 감각적으로 전달하고 있군요. <마음의 뼈는 물렁하다는 것>, <단단해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 등의 문장을 통해 사랑하는 대상에게 가 닿지 못하는 슬픈 현대인의 사랑방식을 보여줍니다. 가시에 찔린 듯이 아픈, 파산된 사랑을 들여다보게 하는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