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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시한줄의 노트]단단해지는 법..
사회

[시한줄의 노트]단단해지는 법

양산시민신문 기자 329호 입력 2010/05/04 10:26 수정 2010.05.04 10:26



단단해지는 법

물고기의 뼈는 가시라는 것
구운 생선을 발라 먹는데
가시 하나가 목에 걸려 꺼끌꺼끌할 때
문득 알게 된 것
그리운 것들도 가시라는 것
자꾸 마음에 걸려 나오지 않는 것
빼내려 하면 할수록 더 아픈 것
마음의 뼈는 그리운 것
물고기처럼 마음도 뼈를 가지고
너에게 헤엄쳐 갔다 올 때
네가 내 마음에 걸린다는 것
목구멍에 걸린 가시를 배 속으로 꾸역꾸역 삼켰을 때
잊어야 한다는 것
그리운 것들이 마음을 아프게 할 때
흐르는 눈물의 뼈도 가시라는 것
가시는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
뼈를 감싸는 모든 살들은 물렁하다는 것
내 마음이 아무렇지 않다고 삼키려 할 때
단단해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
마음의 뼈는 물렁하다는 것



윤석정 시인
1977년 전북 장수 출생. 원광대 국문과 졸업. 200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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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아 시인
한국문인협회양산지부 회원
ⓒ 양산시민신문
사랑은 마음의 동요상태입니다. 사랑은 그 흔들림 속에서 촉발되는 정서적 감각인데, 그것은 다른 이에게 닿고자하는 전일한 의식, 즉 그리움입니다. 실패한 사랑, 가 닿지 못하는 사랑은 쓸쓸합니다. 이 시에서 시인은 발화되지 못하는 사랑 혹은 그리움의 감정을 <가시>라는 소재를 통해 애절하게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마치 물고기의 지느러미처럼 한 행 한 행이 <그리움>, <마음>, <눈물> 등으로 시간 저편에 존재하는 ‘그’라는 존재를 상상해 가고 있습니다. 훑고 지나가는 문장들은 풋풋한 연애의 경구들로 매혹적이면서, '~다는 것' 반복을 통해 감각적으로 전달하고 있군요. <마음의 뼈는 물렁하다는 것>, <단단해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 등의 문장을 통해 사랑하는 대상에게 가 닿지 못하는 슬픈 현대인의 사랑방식을 보여줍니다. 가시에 찔린 듯이 아픈, 파산된 사랑을 들여다보게 하는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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