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기 좋은 도시 양산에서 ‘문화’를 동경하는 것은 사치인가. 결코 아니다. 전시ㆍ공연문화가 자리 잡히지 않아 전시실은 텅 비고 공연자와 관객 수가 비등하기 일쑤지만, 양산지역 문화예술인들은 여전히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값어치 있는 ‘양산 문화’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문화예술 유권자들이 스스로가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지켜나가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6.2 지방선거 마지막 순서로 문화예술인이 바라는 선거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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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본사 편집국장 21세기 들어 양산의 외형적 성장은 꾸준히 이루어져 왔지만 시민들의 정서를 위안하고 풍요롭게 하는 문화예술활동은 상대적으로 위축돼 온 것이 사실이다. 개발 위주 정책 추진과정에서 다소 소외된 점이 없지 않았나 생각한다. 실제 종사하고 있는 위치에서 그간의 양산시 문화예술정책에 대해 평가를 해 보자.
관(官)부터 문화 마인드 갖춰야
김수룡 양산지역 문화예술정책은 특별한 것도 그렇다고 크게 모자란 것도 없는 딱 그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다. 양산만의 문화색깔이 필요하다. 양산은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도시이면서 한편으로는 역동적이고 살아 숨쉬는 도시다. 밀양과 김해와 같이 옛 고도의 문화만을 강조해서는 안되기에 당연히 이들의 문화예술정책을 따라가서도 안된다. 창조와 변화가 있는 양산의 현실에 맞는 양산만의 문화예술정책을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김수룡 양산문화원 사무국장
“가야진용신제에서 주민들이 밧줄잡고 함께하듯 삽량문화축전을 시민참여형 문화축제로 바꿔 나가야”ⓒ 양산시민신문
이주연 문화예술정책을 펼치는 사람들의 문화적 마인드가 부족하다. 책상 앞에서는 절대 문화를 알 수 없다. 문화예술인들과 대화를 통해 그리고 현장에서 눈으로 보고 손으로 느껴봐야 문화를 제대로 알 수 있다. 문화전문가는 아닐지라도 문화와 문화예술인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들이 정책을 펼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군소문화단체가 자생적으로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책적 지원이 좀 더 확대돼야 한다.
최현미 얼마 전 창원에서 열린 경남문화예술심포지엄에 참석했다가 양산의 문화활동 실적이 최하위권으로 집계돼 있는 것을 보았다. 부끄러웠지만 한편으로 공감이 됐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가끔 양산문화에 대해 물어보면 대부분이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그만큼 우리 모습 알리기에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정용채 양산은 문화 인프라를 충분히 갖췄고 성장 가속성도 타 도시 못지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가 자격지심을 가지고 기가 죽어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문화예술인 스스로 당당히 요구하고 정책을 펼치는 사람들도 사치성 행정이라 폄하하지 말고 시민들을 위한 당연한 정책이라는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 2010년은 ‘문화도시 양산’을 슬로건으로 도전해 보는 것이 어떤가.
박성진 양산의 문화예술정책은 한마디로 ‘남들이 하는 정도를 하고 있지만 시민으로서 긍지를 불러일으키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라고 정리된다. 그렇다면 양산지역에서 문화예술활동을 펼치는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
문예 지원은 나눠주기식 안돼
이주연 예술하는 사람 대부분이 전시회나 연주회를 통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기를 희망한다. 문제는 돈이다. 자비를 들여 무대를 마련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행정의 지원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단체보조금 형태의 나눠주기식 지원은 문화예술인들에게는 어찌보면 치욕이다. 공연의 수준과 노력 여하 등의 가치를 판단해 정당한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 다시 말하면 예술활동에 대한 지원은 문예진흥기금 같은 재원을 통해 당당하게 받아 활동하고 싶은 것이다. ↑↑ 이주연 국악예술단 풍 대표
“예술단체에 대한 재정지원은 그들의 자존심을 해치지 않는 배려가 필요하다”ⓒ 양산시민신문
최현미 가까이 김해를 보면 김해문화의전당과 클레이아크 김해전시관 등이 너무 부럽다. 공연장, 체험장, 상설기획실, 영상테마실 등 정말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양산은 그야말로 전시공간의 부재다. 현재 양산문화예술회관 전시장이 있지만 비가 오면 습기가 차 작품이 손상되지나 않을까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또 접근성도 떨어지고 부대시설이 없어 아이들을 데리고 구경오기도 힘든다.
김수룡 문화예술인과 행정부서 간 소통이 안된다. 교사는 학생을 가르치는데 전념하기 때문에 잡무가 많아서는 안된다. 문화예술인 역시 마찬가지다. 행정부서에서 작은 공연 하나 지원하면서 문화예술인들에게 요구하는 공문 등의 서류가 너무 많다. 공연을 직접 와서 보면 알 수 있는 사소한 것들조차도 서류상으로 요구하고 있어 공연 할 때는 서류 준비하는 사람까지 따로 있어야한다는 푸념까지 나오고 있다.
정용채 관(官)도 시민도 문화적 소양이 부족한데서 오는 괴리감이 크다. 예술작품 하나가 탄생하기까지는 수많은 시간, 아니 세월을 투자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의 투자라고 돈을 투자하는 것보다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되는데 말이다.
박성진 양산을 대표하는 삽량문화축전을 살펴보자. 1986년 삽량문화제로 출범한 이후 문화원이 주관해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체육, 문화행사로 진행돼 왔다. 그러다가 3년 전부터 민간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축전이 됐다. 하지만 전시성 행사에 많은 예산을 소모함으로써 단체장의 얼굴알리기 행사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문제점과 개선 방향은 무엇인가.
삽량문화축전 획기적 변화 필요
정용채 조금 과한 표현을 쓰자면 최근의 삽량문화축전을 보면 ‘단물 빠진 껌을 다시 씹는 기분’이다. 그만큼 내용이 없는 축제로 전락해 버렸다. 양산을 대표하는 축제이지만 양산은 쏙 빠져 있다. 양산을 각인시킬 수 있는 주제도 슬로건도 중심테마도 없다. 답은 하나다. 시민들에게 ‘삽량문화축전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를 물었을 때 50% 이상이 한 가지 답변을 나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축전준비위원회의 할 일은 이 답을 찾는 일이다. 대형공연 유치나 불꽃놀이 준비는 주제를 찾은 뒤 해도 늦지 않다. ↑↑ 정용채 (사)한국예총 양산지부 사무국장
“관과 시민의 문화적 소양이 부족한데서 오는 문화예술인과의 괴리감이 상당히 크다”ⓒ 양산시민신문
김수룡 시민들이 기다려지는 축제가 진짜 지역축제다. 다시 말해 보여주는 축제가 아닌 시민들이 참여하는 축제가 돼야 한다. 과거 체육대회에 입장상을 마련해 읍면동별로 주민들을 참여시켰던 것을 재현하면 된다. 그것도 하나의 문화로 주민들에게는 큰 재미와 동기부여를 안겨줬다. 예를 들어 용신제 줄다리기 행사시 특별한 용줄 만들기나, 박제상 가무극을 본 따 마을별 가면 만들기 등 읍면동별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조금 유치한 놀이이면 어떠한가. 양산시민 모두가 축제 분위기에 푹 빠질 수 만 있다면 상관없다. 그것이 바로 축제이기 때문이다.
이주연 얼마 전 경남도민체전과 평생학습축제, 유채꽃축제, 양산예술제가 함께 진행되는 것을 보고 매우 안타까웠다. 왜 문화예술행사가 체육대회의 들러리가 돼야 하는가. 문화는 만들어가는 것이다. 한 해 한 해 반복하면서 정착시키고 키워나가는 것이 문화인데 각각의 의미있는 행사들이 큰 행사에 묻어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떤 테마를 가지든 그것을 고유한 문화로 승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최현미 삽량문화축전을 보면 기껏 만들어 놓은 작품을 나열하는 것에 그친다. 시민들에게 높은 수준의 문화를 보여주겠노라고 문화축전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지어놓고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속이 비어있는 꼴이다. 국내 유일한 모래작가인 김길만 씨는 양산에 살고 있는데도 오히려 해운대 모레축제에서나 볼 수 있다. 이런 작가의 시연을 보여 준다든지, 도자기 가마를 가지고 와서 사기장이 도자기 굽기 시연을 현장에서 하는 등 눈으로 볼 수 있는 진짜 문화를 기획해야 한다.
문예시설은 시민 휴식공간 돼야
박성진 마지막으로 차기 단체장 및 지방의원 출마자에게 바라는 점을 한 가지씩만 말해달라.
최현미 공공미술에 작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 자연마을을 아름답게 가꾸는 사업이나, 마을이나 학교 담장 벽화사업 등에 계획부터 디자인작업까지 지역작가들이 직접 할 수 있었으면 한다. 부산 안창마을 벽화사업은 단순한 벽화를 넘어 마을 자체가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된 사례다. 이같은 사업은 시민들도 볼 수 있는 공간에서 미술작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도 된다. ↑↑ 최현미 (사)민족미술인협회 양산지부 사무국장
“문화예술공간은 공연, 전시, 판매, 휴게시설이 한데 모여 있어야 자주 찾아오게 된다”ⓒ 양산시민신문
김수룡 양산문화원 살림이 너무 어렵다. 양산문화원은 시민들의 애향심과 자긍심을 높여주는 문화사업을 펼치고, 양산문화를 발전시켜 줄 문화인력을 창출하고 배출해 내는 역할을 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이같은 문화원을 이끌어 가기 위한 최소한의 활동비가 지원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 현재 문화원을 지원하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키 위해 <양산시 문화원 지원 및 육성에 관한 조례>를 만들고 있지만 현실적 지원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정용채 문화예술회관은 시민들의 동선이 공연과 전시, 휴식공간으로 활발하게 이어질 때 진정한 문화예술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문화예술회관은 공연을 보고 전시실을 둘러보고 잠시 쉴 만한 최소한의 휴식공간이 없다. 워터파크의 짜투리 땅을 활용해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줬으면 한다. 휴식과 예술이 만날 수 있는 양산의 최적의 장소로, 시민들이 발길도 절로 이어질 것이다.
이주연 공연을 할 수 있고 시민과 소통할 수 있는 문화공간의 목마름은 양산지역 문화예술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다. 이같은 목마름을 양산의 미래 문화를 이끌어갈 아이들에게 넘겨줘서는 안된다. 지자체가 문화예술적 소질을 가진 청소년들에게 아낌없는 투자를 해야 한다. 교육청 역시 아이들을 공부나 학교의 틀에만 묶어 놓지 말고 이들의 재능과 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해 주는 일에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대담_박성진 편집국장 park55@ysnews.co.kr
정리_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