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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수필]말하는 초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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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수필]말하는 초록이

양산시민신문 기자 331호 입력 2010/05/18 11:21 수정 2010.05.18 11:21



↑↑ 구추영
한국문인협회 양산지부 회원
황산초등학교 교사
ⓒ 양산시민신문
초록이를 우리 집에 데리고 올 때, 주인아주머니에게 물어보았다.

“물은 언제 주면 될까요?”

꽃가게 아주머니는 대답했다.

“꽃이 말을 해요”

처음에 나는 의아스러웠다.

“꽃이 어떻게요? 음악을 들려주면 잘 자란다는 말은 들었어도 직접 말을 한다는 이야기는 처음인데요?”

주인아주머니는 말없이 싱긋이 웃으며 주문한 화분의 분갈이만 하고 있었다.

그렇다. 초록이는 정말 내게 말을 하였다. 바쁜 일상생활에 쫓겨 다닐 때에도 내게 수없이 신호를 보내주었다. 목이 마를 때는 제 옷을 벗어 거실 바닥에 떨어뜨리기도 하고, 누렇게 변한 제 손끝을 내 보이기도 하였다. 주인을 위해 새 잎을 키워 올리는가 하면 향기로운 예쁜 꽃을 피우기도 했다. 초록이는 속된 인간과 달리 아낌없이 줄 줄 아는 예의바른 친구다. 초록이도 아파할 줄 알고, 슬픈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인간과 같았다.
다만 무딜 대로 무딘 내가 신호를 느낄 수 없었을 뿐.

우리는 누구에게 신호를 보내며 살아간다. 단지 그 신호를 느끼지 못하고,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상처로 남는 것이다. 사랑이 부족하면 소통할 수 없고, 서로에게 무관심해 지면 슬퍼진다는 진리를 초록이는 말해주었다.

초록이는 우리 가족의 자랑이요, 안식처이며 늘 우리와 함께하는 고마운 존재다. 나는 우리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초록이를 소개하며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그래서 초록이는 더욱 더 싱싱한 자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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