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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원명 지종 | ||
ⓒ 양산시민신문 |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우리 모두가 지니고 있는 빛나는 불성의 구슬을 찾으라고 몸소 첫 걸음을 옮기시면서 뇌성벽력(雷聲霹靂)같은 이 한 말씀을 하시려고 말입니다.
불자들이여!
이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 것입니다. 꺼지지 않는 등불을 밝히기 위해서는 마르지 않는 정진의 기름이 솟구치게 해야 합니다. ‘인아산붕처(人我山崩處)에 무위도자고(無爲道自高)’라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행하기 어려운 이 말을 마음속 깊이 새겨야 합니다.
끝없이 높아지려고만 하는 사상(四相)의 산이 무너져 내리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자신은 무너져 내리는 사상산의 티끌을 잠재울 수 있는 넓고 깊은 지혜바다가 되어야 합니다.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깊어져야만 합니다.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존재가 되려한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을 낮추어야 합니다. 오늘은 낮추고 낮추어 근원으로 돌아가 청정불성을 일깨우는 첫 걸음을 옮기는 날이어야 합니다.
부처님이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옮기신 뜻이 어디에 있습니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연꽃이 돋아났듯이 지혜와 원력으로 옮기는 걸음마다 천지를 진동시켜야 합니다. 흩어진 것들은 가지런해지고 빛을 잃었던 것은 다시 그 빛을 되찾게 될 것입니다. 물결이 출렁이면 달이 비칠 수 없지만 바람이 멎으면 저절로 드러나게 됩니다.
어둠이 짙으면 짙을수록 등불은 더욱 빛나게 됩니다. 온갖 번뇌로운 것들이 우리의 근본을 흐트러지게 하려해도 용맹의 깃발 앞에 그림자를 감출 것입니다. 등불의 밝힘은 이 세상이 하나의 법등이 될 때까지 그 원력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밖으로 내닫는 마음을 되돌려 무심의 광명이 온 세상에 비춰지게 해야 합니다.
다시 한 번 당부 드립니다. 자신의 내면을 철저하게 뚫어 보는 지혜가 밝지 못한 것을 탓하지는 않고 등불이 밝지 못하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성스러운 이날 간절하게 합장한 모습은 그대로 연등이 되어 이 사바를 훤히 밝히는 등불을 밝혀야 하겠습니다.
春到庭前樹(춘도정전수)하니
紅花滿枝枝(홍화만지지)로다.
뜰 나뭇가지에 봄바람 불어오니
가지마다 붉은 꽃이
활짝 피었네.
불기2554년 부처님 오신 날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원명 지종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