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불기2554년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법어]어둠이 짙을수록..
오피니언

[불기2554년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법어]어둠이 짙을수록
등불은 더 빛나

양산시민신문 기자 332호 입력 2010/05/25 10:16 수정 2010.05.25 10:15




 
↑↑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원명 지종
ⓒ 양산시민신문 
오고감이 없는 것이 부처라 했는데, 오늘 여기오신 부처님은 어떤 분입니까? ‘무명의 높고 높은 산위에 바라밀의 심지를 꽂아 반야의 횃불을 밝히고, 생로병사 고통의 바다를 표류하는 중생에게 뱃사공이 되어 열반의 언덕으로 인도하리라’ 이러한 서원을 세우시고 대자대비의 마음을 드리워 오셨습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우리 모두가 지니고 있는 빛나는 불성의 구슬을 찾으라고 몸소 첫 걸음을 옮기시면서 뇌성벽력(雷聲霹靂)같은 이 한 말씀을 하시려고 말입니다.

불자들이여!

이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 것입니다. 꺼지지 않는 등불을 밝히기 위해서는 마르지 않는 정진의 기름이 솟구치게 해야 합니다. ‘인아산붕처(人我山崩處)에 무위도자고(無爲道自高)’라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행하기 어려운 이 말을 마음속 깊이 새겨야 합니다.  

끝없이 높아지려고만 하는 사상(四相)의 산이 무너져 내리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자신은 무너져 내리는 사상산의 티끌을 잠재울 수 있는 넓고 깊은 지혜바다가 되어야 합니다.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깊어져야만 합니다.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존재가 되려한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을 낮추어야 합니다. 오늘은 낮추고 낮추어 근원으로 돌아가 청정불성을 일깨우는 첫 걸음을 옮기는 날이어야 합니다.

부처님이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옮기신 뜻이 어디에 있습니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연꽃이 돋아났듯이 지혜와 원력으로 옮기는 걸음마다 천지를 진동시켜야 합니다. 흩어진 것들은 가지런해지고 빛을 잃었던 것은 다시 그 빛을 되찾게 될 것입니다. 물결이 출렁이면 달이 비칠 수 없지만 바람이 멎으면 저절로 드러나게 됩니다.

어둠이 짙으면 짙을수록 등불은 더욱 빛나게 됩니다. 온갖 번뇌로운 것들이 우리의 근본을 흐트러지게 하려해도 용맹의 깃발 앞에 그림자를 감출 것입니다. 등불의 밝힘은 이 세상이 하나의 법등이 될 때까지 그 원력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밖으로 내닫는 마음을 되돌려 무심의 광명이 온 세상에 비춰지게 해야 합니다.

다시 한 번 당부 드립니다. 자신의 내면을 철저하게 뚫어 보는 지혜가 밝지 못한 것을 탓하지는 않고 등불이 밝지 못하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성스러운 이날 간절하게 합장한 모습은 그대로 연등이 되어 이 사바를 훤히 밝히는 등불을 밝혀야 하겠습니다.



春到庭前樹(춘도정전수)하니
紅花滿枝枝(홍화만지지)로다.
뜰 나뭇가지에 봄바람 불어오니
가지마다 붉은 꽃이
활짝 피었네.



불기2554년 부처님 오신 날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원명 지종 합장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