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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희(리나) | ||
ⓒ 양산시민신문 |
가장 먼저 부딪히는 것이 언어소통의 문제다. 부부간, 고부간 언어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다 보니 사소한 문제가 큰 싸움으로 번질 때가 잦다. 이런저런 문제로 이주여성들이 상담을 받고 싶어도 어디서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하다. 가까운 곳에 다문화가정 전문상담자가 배치되어 있어 이주 여성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특화된 상담소가 있었으면 좋겠다.
한국인들은 모든 갈등을 이주여성의 부족한 한국어와 문화수행 능력의 한계에서 찾으려 하고 한국문화를 익혀 가면 자연히 해결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에 젖어 있다. 한국에 왔으니 한국문화를 따라야한다며 이주여성 본국의 문화를 버리게 하고 한국문화에 무조건 동화시키는 데만 급급하고 있다.
이주여성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한국사회에 넘쳐나는 차별과 편견이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경제적으로 못사는 나라 출신이라는 이유로 사람까지도 무지하고 무능한 존재로 단정 지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난한 나라에서 돈 때문에 시집왔다, 친정에 돈 보내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 언제 달아날지 모른다’는 등등의 지독한 편견 때문에 자존심을 다치고 그러다 보니 정착의지 자체가 떨어지기도 한다. 그나마 위안을 주는 돌파구가 있다면 같은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다. 고향 친구들은 한국생활의 외로움을 달래주며 즐거움을 나누는 상대이고 예상치 못한 남편의 폭력이나 아프거나 교통사고 등 위기 상황에 부딪혔을 때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존재다. 이주여성들에게 진정한 한국인 친구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남편 친척, 남편 친구 부인들이 있긴 해도 형식적 관계일 뿐이지 속마음을 터놓을 만큼 가깝게 다가가기는 어렵다.
몇 해 전만 해도 다문화 가정을 색다르게 보는 이들이 많았지만 그나마 이젠, 동네에서 지나치며 인사도 하고 먼저 말을 걸어올 정도로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자연스러워진 것은 사실이다. 정부나 각종 기관에서도 경쟁하듯 앞다투어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꼬집어 말한다면 현재 진행되는 프로그램들은 오히려 마음을 다치게 하는 내용이 많다. 결혼 이주여성을 열등하고 도움이 필요한 존재, 한국화 교육의 대상자, 조직 홍보의 대상자쯤으로 여기고 전시 행정의 한 부분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각종 캠프, 말하기 대회, 지역 축제 등 온갖 행사의 동원 대상의 일 순위가 바로 이주여성이며 또한 온갖 종류의 실태 조사 대상으로 쏟아지는 설문지의 홍수 속에 자신과 남편의 사생활까지도 낱낱이 드러내야 하는 등 공개된 삶을 살아가야만 한다. 물론 각종 무료 강좌, 무료 체험 등 보상적 차원의 온갖 선물 공세도 쏟아진다.
한국사회가 진정한 다문화 사회를 지향한다면 이주여성들이 원하는 교육은 어떤 것인지, 어떤 형태의 자조 모임과 공동체를 원하는지 어떤 형태의 사업과 행사에 동참하고 싶은지 좀 더 세심하게 귀를 기울여 주었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이주여성들이 스스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주체적 프로그램과 경제적 자립도를 이룰 수 있는 지원이 다른 어떤 프로그램보다도 선행되었으면 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