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초등학생이 대낮에 학교 복도에서 납치돼 성폭행 당한 사건 이후, 학교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에 학부모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더욱이 양산지역에서도 2년 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져 일선 학교들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외부인의 무분별한 출입을 제한하는 등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7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내에서 어린 여학생이 낯선 외부인에게 납치돼 성폭행 당한 사건은 전국의 학부모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하지만 13세 미만 미성년자 성폭행이 매년 1천여건 이상 발생하고 있는 사회적 현실에 비춰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초등학교에서는 어느 학생도 이처럼 당할 수 있다는 개연성을 안고 있다.
실제 2년 전 양산지역 한 초등학교에서도 교내에서 납치돼 인근 야산에 끌려가 성폭행을 당할 뻔한 사건이 있었다. 학예발표회 준비를 위해 토요일에 학교를 찾아 친구들과 연극 연습을 하던 중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낯선 남자에게 납치돼 학교 근처 야산으로 끌려갔지만 친구들의 신고로 다행히 미수에 그친 사건이었다. 하지만 부모의 신고로 학교는 다음 날 비상이 걸렸고 한동안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한다는 공고문을 부착하고 교문 개방을 제한했다.
이처럼 학교가 안전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것은 학교가 무방비로 개방돼 있는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방과 후에는 물론이고 교육활동 시간 중에도 외부인이 아무런 제재 없이 드나들 수 있다 보니 학교가 폭력ㆍ절도ㆍ성범죄 등 각종 위험에 노출돼 있다. 평일 아침이나 주말에 대부분의 학교 운동장을 주민들이 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으며, 교실이나 강당 등 다른 시설물도 개방 대상이다.
이는 수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주민이 학교시설을 이용하도록 개방하라는 초ㆍ중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것이다. 게다가 2001년부터 양산시가 학교 숲 조성을 위해 학교 담장 허물기 사업을 진행해 현재 양산지역 초등학교 8곳과 중학교 1곳은 무방비로 개방돼 있다.
이에 양산지역 일선 학교들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외부인의 무분별한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일부 초등학교는 학교 방문객은 행정실에 들어 신원확인을 거쳐 방문증을 착용한 후 용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한 초등학교는 교문과 뒷문을 걸어 잠가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는 대신 작은 쪽문을 개방해 지역민들이 운동장을 이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통로를 마련했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학교 운동장을 지역 주민에게 개방해서 주민의 편익을 제공하겠다는 생각이 학교를 폭력ㆍ성폭행 등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게 만들었다”며 “안전하지 않아도 될 구역이란 존재하지 않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의 안전은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