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흔들린다
나무 안에 누가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나무가 흔들릴 수는 없다
누가 내 곁을 떠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많은 나뭇잎들이
한꺼번에
나를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양해기 시인
1965년 경북 달성 출생. 2006년<경향신문>으로 등단. 시집으로<4차원에 대해 생각한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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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아 시인 한국문인협회양산지부 회원 | ||
ⓒ 양산시민신문 |
이 시는 나무로부터 형상화될 수 있는 이미지를 이별이라는 화자의 자의식에 드리워놓고 있습니다.
모두를 떠나보내고 우두커니 서 있는 한 그루의 고독한 나무. 그 모습이 어쩐지 누군가의 生만 같습니다. 나무와 ‘누가’를 동일화시켜, 고독함을 더욱 짙게 묘사해 냅니다. 나무의 흔들림이나 낙엽들이 시인의 감성에 섞여 메시지가 되는 것이지요. 자연과 분리되지 않는 사유에 시적 긴장이 있다고 할까요. 또 무언가 의심쩍어 하는 듯한 ‘그렇지 않고서야’의 어투도 이 시를 정열적으로 구조화시키고 있군요.
한층 더 성숙한 자아를 위해 <흔들리고 있>는 나무와, 나무로 형상화된 옛 것의 내가 <떠나고 있다>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