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지역은 전형적인 도ㆍ농복합도시로 지역 농업의 살길은 지역 도시 소비자가 찾는 다품종 고품질의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해 직거래를 통해 싸고 신선하고 공급하는데 있다. 이를 ‘로컬푸드(Local Food)’ 운동으로 확산시켜 양산지역만의 친환경 먹거리 유통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농업과 인간과 지역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로컬푸드란 무엇이며 그 중요성과 나아가야할 방향을 짚어보고, 학교급식과 로컬푸드 운동이 활성화돼 있는 국내ㆍ외 사례를 8회에 걸쳐 보도하고자 한다.
여섯 번째 시간으로 도심 속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하고 이 농산물을 우리 아이들의 밥상에 그대로 옮겨 놓은 미국 뉴욕주 ‘팜투스쿨’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학교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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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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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이 흙에 질소를 공급하면서 넓은 잎을 드리우면 키다리 옥수수가 쉴 수 있는 그늘을 만든다. 날로 커져가는 옥수수를 타고 오이가 함께 자라기 시작한다’
앞서 열거한 것은 뉴욕 브루클린의 팜투스쿨 가입학교인 ‘브루클린 뉴스쿨(Brooklyn New School ps146)’ 학생들이 작물재배에 사용하고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서로 다른 작물들이 상호작용을 하며 긍정적인 역할을 이끌어가는 모습. 팜투스쿨 프로그램과 프로그램에 가입한 학교들, 그리고 학교 학생들이 함께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가고 있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뉴욕주 1천여개 학교 팜투스쿨 가입
6년 전 본격적인 형태를 갖추고 뉴욕에서만 11개 지역의 학교에 로컬푸드를 공급하고 있는 팜투스쿨 프로그램. 팜투스쿨의 시작은 좀처럼 양립되지 않던 ‘음식’과 ‘신뢰’를 공존케 만들자는 데서 출발했다.
해법은 의외로 간결했다. 그저 ‘내가 먹는 음식을 누가 만드는가?’라는 쉬운 질문에 대해 명쾌하게 답할 수만 있어도 음식에 대한 정의로움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밝혀진 음식의 분명한 출처는 신뢰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모든 이가 믿음직한 음식을 원한다. 그리고 먹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굳이 우선순위를 정한다면 자라나는 아이들을 빼놓을 수 없다. 이러한 생각은 뉴욕주 11개 지역 1천여개의 학교를 팜투스쿨 프로그램에 가입케 만들었다. 이 수치는 곧 상당수의 학교들이 올바른 음식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한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교내서 채소 재배해 샐러드 바 운영
브루클린 뉴스쿨(교장 안나 앨런브룩)은 팜투스쿨 프로그램을 도입한 학교 중 한 곳이다. 도입한 시점은 2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환경교사 겸 팜투스쿨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매튜(Matthew Sheehan)의 평가는 한마디로 ‘긍정적’이었다.
매튜는 “보시다시피 학교에는 다양한 채소를 키울 수 있는 공간이 많다. 또 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은 팜투스쿨로부터 검증을 마친 농장을 찾아 직접 농사의 일부를 체험해 보기도 한다. 이렇게 작물을 재배하는 활동들은 아이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단지 흥미로운 신체활동이다. 그러나 그런 자연스러운 체험 속에서 과학을 배울 수도 있고 나아가 환경을 깨우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입을 열었다.
재배된 작물은 학교 급식 중 샐러드 공급 일부에 사용된다. 직접 재배된 신선한 작물을 먹는다는 그 자체로도 훌륭한 일이지만 더욱 긍정적인 효과는 따로 있었다.
다양한 식물을 재배하는 것, 또 기르기 위해 정성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정서가 순화됐다. 특히 범죄에 노출됐던 아이들의 경우 재범률이 낮아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농사체험으로 환경과 과학도 배워
또 다른 팜투스쿨 시행학교인 PS29(교장 멜라니 우즈)에서 음식과 재배를 담당하고 있는 에밀리(Emily Freund)도 팜투스쿨 이후의 변화를 설명했다.
“우리 학교에서는 허브, 베이즐, 스피아민트, 파슬리 등 다양한 작물이 자라고 있다. 모든 작물들은 우리 학교의 만 4세에서 10세의 아이들이 직접 가꾸고 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과학을 배우고 있고 이것을 식단에 이용함으로서 동시에 영양학까지 알게 되는 셈이다. 최근에는 초록색 채소를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 샐러드 바에서 이용하기 위해서이다”고 설명하면서 “빌딩숲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뉴욕 한 가운데에서 직접 식물들을 만진다는 것 자체가 소중한 경험”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교내에서 재배된 모든 작물은 아이들의 건강한 식단으로 돌아간다. 미국의 유기농 협회도 이런 움직임을 반기며 학교에 애플트리 등의 기부로 힘을 실었다.
학부모의 적극적인 지원 뒷받침
팜투스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학교들의 공통점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뜨거운 반응이었다.
학생들은 직접 키운 채소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했다. 신선한 식재료가 공급된다는 안심과 아이들에게서 확인할 수 있는 정서적인 안정은 부모님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물론 팜투스쿨 프로그램을 통해 생산되는 작물들이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모든 식재료를 충분히 공급할 정도로 완전한 양을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뉴욕시는 학교급식에 쓰이는 식재료를 학교에 전문적으로 급식을 공급하는 4개의 주요업체에 의탁하고 있다.
그럼에도 식재료 공급업체의 큰 반발 없이 시스템을 활성화시킬 수 있었던 요인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가능케 한 요인은 결국 시민들의 요구였다.
시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좋은 식재료로 비롯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인식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사실 원가만 놓고 따진다면 캘리포니아 등의 외부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재료와 가격경쟁이 안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안전한 식재료들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뉴욕의 학부모와 학교들은 ‘식재료의 신선도, 신뢰할 수 있는 정도, 석유 값의 불안정함, 유통과 보관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본다면 더 나은 선택은 지역 내에서 생산된 신선한 재료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인식을 전환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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