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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통도사, 잠자고 있는 농지를 깨우다..
기획/특집

통도사, 잠자고 있는 농지를 깨우다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341호 입력 2010/07/27 10:23 수정 2010.07.27 10:22
정우 주지스님 부임 후 연밭, 녹차밭 등 차 농사 시작

‘보시’ 의존하던 생활방식 탈피하고 ‘생산 불교’ 실천




ⓒ 양산시민신문


차(茶)는 사람의 성품을 닮는다. 정성을 다한 마음이 고운 차를 우려내기 때문이다. 한 잔의 차를 마시기 위해서는 기다리고 침묵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차는 입으로 마시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마신다’고 한다. 차를 마시는 것은 자신을 비우고 다시 채우는 행위다. 차는 오래전부터 무거운 번뇌와 집착을 씻어내는 좋은 벗이었다.

불교의 정신과 많이 닮아있는 차는 그래서 불교문화와 오랜 역사를 함께 해온 것일까. 36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불보(佛寶)사찰 통도사 역시 예로부터 차밭이 조성돼 있어 생산된 차 상당부분을 조정에 공납하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차가 통도사와 신도들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농가소득을 증대시키면서 사람의 몸을 치유할 수 있는 약(藥)으로서 차를 생산하며 ‘생산 불교’를 실천하고 있는 통도사를 찾았다.     
                      
글_ 엄아현 기자 coffeehof@  
사진_ 진보현 기자 hyun00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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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영축총림 통도사가 잠자고 있는 사찰 내 유휴농지를 깨워 차 밭을 일구기 시작했다. 신도들의 보시(布施)에 의존하던 생활방식을 바꿔 스스로 경작해 거둔 곡식을 나눠 먹는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시주만 받는 불교에서 ‘생산하는 불교’를 주창하고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정우 주지스님 부임 후
   황무지를 차 밭으로


통도사가 차 농사를 본격적으로 짓기 시작한 것은 조계종 종정을 지낸 월하 대종사의 손(孫)상좌인 정우 스님이 이 곳 통도사 주지로 부임한 지난 2007년부터다.

165만㎡ 규모의 농지를 가지고 있는 통도사는 그동안 지역 농민들에게 임대해 주는 방식으로 유휴농지를 일부 활용해 왔다. 대부분은 그저 잡초가 무성한 황무지에 가까웠다고.

우선 차밭 조성에 매진했다. 서축암 일대를 중심으로 곳곳에 연밭을 일구었다. 지금은 4만9천500㎡의 연밭에서 수확한 연으로 연잎, 연꽃, 연뿌리차를 생산하고 있다. 어린 연잎으로는 연잎밥도 만든다.

통도사를 대표하는 차로 입소문이 난 연차는 첫해 6천봉을 상품으로 만들었는데 한 달만에 동이 났을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았다. 연밭 확장으로 올해는 2만5천봉(1봉당 50g) 가량 생산이 가능하다.

통도사 산자락 곳곳에 조성돼 있는 녹차밭도 모두 2만4천600㎡ 규모다. 비료 없이 자란 야생 그대로의 차잎을 따다 옛 방식 그대로 재현해 녹차를 만들고 있어 이 역시 인기다.


   농민과 함께 영농법인 설립
   차 외 야콘, 매실 등 생산


통도사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08년 ‘영축총림 영농법인’을 설립했다.

지역 농민들과 연계한 사찰 중심의 영농법인으로 경내지 내 농업에 탄력을 붙였다.

유휴농지 6천600㎡에 당뇨와 고혈압에 좋은 야콘 농사를 시작해, ‘환(丸)’형태로 가공한 야콘환과 야콘즙을 출시하기도 했다. 또 매실나무 500주를 재배해 매실 엑기스도 생산해 내고 있다. 가공처리 없는 생엑기스로 제품의 차별화도 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추, 대추, 감자, 가지, 옥수수 등 곡물은 물론 구절초, 해바라기도 곳곳에서 재배하고 있다.
그 덕분에 통도사 생태계가 눈에 띄게 살아났다. 그동안 잘 볼 수 없었던 원앙, 백로 등과 같은 새들이 찾아 올 정도로 생태환경이 절로 만들졌다고.


   아홉 번 덖는 전통 공정으로
   통도사만의 차 맛과 향 개발


통도사 차는 ‘통도사다운 맛과 향’으로 유명하다.

통도사 서축암 옆 차 공장에서 만들어 지는 차는 스님들이 직접 전통가마솥에서 덖어낸다. 찻잎들을 아홉 번 덖고, 아홉 번 말리는 ‘구정구포(九精九脯)’ 공정 방식을 거친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면 결코 할 수 없을 정도로 손이 많이 가는 게 이 공정 방식이다. 흡사 스님들이 수행을 하듯 땀과 정성을 담뿍 담아야 한다.

그래서인가. 차 잎이 살아있고 처음과 같은 푸르름을 안고 있다. 하지만 우려낸 차 속에 비릿한 풀내음은 전혀 없다. 구수하고 달콤한 차 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 짙으면서도 깔끔한 맛이 난다는게 신도들의 평가다. 요즘 같은 더위에는 차를 끊여 냉장고에 보관해 시원하게도 마실 수도 있다.

3년여 동안 꾸준히 실천해 왔던 통도사의 생산 불교는 이제 제자리를 찾았다. 통도사는 차를 통해 지역 농민과 소통하고, 보시에서 벗어나 자립경제의 기반을 마련했으며, 신도들의 건강까지 보살펴 주고 있다.

더욱이 그저 잡초로 뒤덮여 쓸모없는 땅을 깨워 새 생명을 불어 넣어 준 것이 생산 불교의 정답이자 불교계의 새로운 바람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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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통도사 도감 세봉 스님


“연잎차 한잔으로 마음의 평온을 찾자”


ⓒ 양산시민신문
통도사는 지금 연꽃 세상이다.

5만여㎡ 연못에 진녹색 연잎의 물결이 넘실거린다. 푸른 연잎 사이론 새하얀 연꽃이 수줍은 듯 고개를 내밀고 있다. 청초한 순백의 꽃망울이 고아함의 극치다. 바람이 한 번 일자 연꽃 향기가 온 몸을 휘감아 돈다.

세봉 스님은 “연꽃의 꽃말은 ‘순결’과 ‘청순한 마음’이라 한다. 비록 흙탕물에 뿌리와 몸통을 맡기고 있을지라도 물 위로는 맑고 고운 빛깔의 꽃을 피우기 때문일 것이다”며 해질녘 연밭에 나와 바람에 실려 오는 연향의 감미로움에 맘껏 취해 보는 것이 여름날의 호사라고 말한다.

세봉 스님의 남다른 ‘연 사랑’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2007년 11월부터 연밭을 가꾸기 시작한 후로 머릿속에서 한 번도 연이 떠난 적이 없었을 정도였다고. 

충남 예산군 청화재의 혜민 스님의 보시로 얻은 연뿌리로 시작한 연재배는 첫 해 수확은 순조로웠지만 연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다.

때문에 세봉 스님은 1년여 동안 중국과 일본을 수십 차례 오가며 연재배와 연잎차 개발에 나섰다. 통도사만의, 통도사다운 차 맛을 내기 위한 ‘구정구포(九精九脯)’ 공정 방식도 세봉 스님의 작품이다. 재배부터 수확, 공정, 포장까지 세봉 스님의 손을 거치지 않고서는 통도사의 연차를 구경할 수 없다.

세봉 스님은 “불교에 ‘다선일미(茶禪一味, 차와 선은 둘이 아니다)’란 말이 있을 정도로 오래전 불교 속으로 들어온 차 문화는 이제 생활을 넘어 수행의 의미를 가진다. 세상이 각박해지면서 차를 찾는 사람들 역시 늘어나고 있다. 차 한잔을 통해 평온한 마음을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다선일미의 참 의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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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책임지는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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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은 뿌리에서부터 꽃, 잎, 열매, 줄기까지 그 모든 부분을 식용이나 약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연잎은 체내 삼투압의 조절과 항체의 형성능력, 간 해독작용 등의 기능이 있는 것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철분이 많아 유아, 사춘기소녀, 임산부 빈혈 예방에도 좋다. 비타민E가 많아 천연항산화제로도 각광받는 추세다.

연꽃잎은 맛이 달면서도 약간 쓴데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어혈을 풀어주고 혈당치를 내리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왔다. 그늘에서 말린 연꽃에 뜨거운 물을 부어 이를 차 대신으로 마시면 자양강장 효과가 있다.

연뿌리의 끈끈한 성분은 단백질과 당분이 결합된 것으로, 끈끈한 물질로 인해 이별을 서러워하는 남녀의 정으로 옛 사람들은 비유하기도 했다. 옛 문헌에서도 “연은 기력을 왕성하게 하고 모든 질병을 물리치며 오래 복용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수명을 연장한다”고 적고 있다.

연밥은 전분을 비롯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의 주요 영양소와 비타민C, 비타민B1ㆍB2, 철분, 칼슘, 인, 나이아신, 아스파라신, 구리, 망간 넬룸빈, 라피노즈 등의 미량 성분이 고루 들어 있어 성장 발육기의 어린이나 허약자, 노인, 환자 등에게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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