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24개월 여자아이를 키우는 부모입니다. 밥시간만 되면 정말 힘드네요. 밥을 도무지 먹으려고 하지 않네요. 반찬 따위는 먹는데 밥만 안 먹어요. 간식도 많이 주지 않아요. 특히 우유는 입에 대려고 하질 않네요. 더군다나 요즘은 감기에 걸려 아프고 약을 먹이려면 밥을 먹어야할 텐데 정말 걱정입니다. ↑↑ 이정희
양산시 청소년종합지원센터ⓒ 양산시민신문
A.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으면 양육할 때 몹시 힘이 들지요. 더구나 아파서 약도 먹여야 하는데 밥을 안 먹으려 할 때는 몇 배로 힘드실 겁니다.
부모가 하자는 대로 하면 참 좋겠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지금 상황이 아이는 밥을 먹지 않으려 하고 부모는 밥을 먹여야 하는 것으로 정해놓으면 부모가 불리합니다. 물론 ‘어른이 아이와 무슨’이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이런 모습들이 밥 먹는 것 이외에도 여러 방식으로 다양하게 일어난다는 거지요.
그때마다 아이도 아이 나름의 이유가 분명 있을 겁니다. 아이는 밥을 꼭 안 먹어도 반찬이나 다른 간식(많이는 아니라 할지라도)을 통해서 배가 고프지 않습니다. 밥이나 우유를 꼭 먹어야 한다는 건 엄마의 생각이거나 일반적으로 부모로서 해야 할 부분이라고 스스로에게 정해 놓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아이가 먹으려 할 때까지는 먹거리를 먼저 주지 말고 밥이나 반찬투정이 심할 때도 먹기 싫으면 안 먹어도 된다고 해 보십시오. 어른은 배가 고프지 않으면 굳이 먹지 않아도 되는데 아이이기 때문에 시간 맞춰서 꼭 먹어야 한다는 것은 먹는 것 자체보다는 좋은 식습관을 키워주고자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다가 아파서 뭐해서 등등 이유를 달면 그 이유가 아이에게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부모를 움직이게 할 수 있는 방법임을 깨닫게 훈련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이 함정에 빠져 아이에게 가르쳐놓고 나중에는 아이를 원망합니다. 아이는 부모가 가르쳐준 대로 했을 뿐인데.
지금 단지 아이가 밥 안 먹는 것이 걱정이시라면 이 점에만 초점을 맞추어보십시오. 예외를 만들지 마시고 일정한 시간에 밥상을 차리시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밥상을 치우십시오. 밥을 일정분량(아이와 합의를 보면 더 좋습니다) 먹지 않으면 우유고 간식이고 일절 주지 마십시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겁니다.
아이가 투정을 부리거나 또 다른 형태의 대항을 해와도 느긋하게, 원칙대로(짜증을 내거나 불안해하시면 안돼요!) 짧게는 2~3일에서 길게는 10~15일 정도만 지켜보시면 밥 안 먹는 것으로 부모를 조정하려는 행동에는 변화가 있을 겁니다. 안 먹으면 자기만 손해라는 인식을 하게 하려는 것이니까요. 아프다는 것을 내걸 수도 있지만 대응법은 비슷합니다. 아프면 약 먹이고 더 아프면 병원가고 의사선생님께 밥을 안 먹어서 약을 못 먹였다고 고자질도 하세요.
부모는 부모할 일을 하고, 아이는 아이할 일을 하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것임을 알게 하는 겁니다. 아이의 연령에 맞게 얘기하면 대부분 잘 알아듣습니다. 시작하는 지금은 힘드실 수 있지만 이 방법은 부모가 아이에게 가르치고 익히게 해야 하는 것입니다. 타인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면서 자신도 당당하게 살고 싶을 때 꼭 필요한 생활의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아이 키우기는 분명 흥미롭고 행복한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행복해야 하고, 행복해지고 싶으면 조금 더 여유를 가지셔야 합니다. 부모가 앞서 가서 챙기고 결과를 조급해하면 아이마다 다르게 가지고 있는 속도계는 그 기능을 잃게 될 것입니다. 망가진 속도계는 늘어진 고무줄처럼 제 자리에 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이 각자가 가지고 있는 훌륭한 특성은 천천히 서서히 드러납니다. 스스로 관심 갖고 배우게 될 때 아이도 자신의 강점을 알아차리게 될 것입니다.
아이에게 좋은 여건을 만들어주는 부모역할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친절하게 꾸준히 뒤따라 가주는 부모에게 고마움과 신뢰를 보낸다는 것도 꼭 기억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