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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수 영산대 외국어대학 겸임교수 | ||
ⓒ 양산시민신문 |
일반인들은 리비아에 대해 거의 문외한일 정도로 잘 알지 못하지만 리비아는 한국의 엄청난 건설 및 플랜트 수출 대상 국가이다. 리비아는 이집트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아프리카의 경제 및 자원대국이다. 과거 군사정부 시절 우리와 수교를 맺었던 리비아는 줄곧 한국의 대외건설시장의 충실한 조력자였다.
특히 리비아의 지도자인 무아마르 알 카다피(Muammar al-Qaddafi)는 아프리카 단결기구(OAU)를 아프리카 연합(AU)으로 확대시킨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정치 지도자이다. 물론 카다피는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후 독재적인 통치로 서구사회의 비판의 대상이 되어 온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그렇더라도 리비아의 한국에 대한 태도는 상당히 우호적이었으며 리비아와 한국의 관계는 지속되어 왔던 것이 현실이다.
그러한 리비아가 한국의 정보원이 간첩활동을 했다는 이유와 그동안 한국언론에서 카다피와 그 아들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를 지속적으로 내보냈다는 이유로 30년 넘게 지속해 온 양국관계를 재정리하고자 한다는 점은 한국경제에 매우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태가 도래한 데에는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경제적 이익만 중시하는 한국인들의 이기심과 리비아에 대한 무지, 명예를 중요시 여기는 아랍인의 특징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그저 서구적 관점에서만 리비아와 카다피에 비판적 내용의 게재해온 한국 언론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특히 리비아 고위 관료는 한국 언론이 그동안 기사로 내보냈던 ‘카다피와 그 가족에 대한 비판적 기사내용’을 수집해 모아놓은 것을 대통령 특사에게 보여주면서 자신들이 느낀 배신감을 표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볼 때 현재의 사태는 단순히 정치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여기에는 아랍인들의 ‘명예’를 중시하는 문화적 특징과도 관련이 깊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아랍국가들에 있어서 아랍남성들은 그들의 명예(샤라프:Sharaf)를 아주 중요시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유목생활을 해오면서 몸에 밴 매우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곧 그들의 명예로 나타난다.
즉 남자의 명예를 말하는 샤라프는 남자의 행실과 말하고 행동하는 태도에 따라 높아지기도 하며 때로는 그로 인해 손상되기도 한다. 따라서 아랍사회에서 명예는 남자들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이다.
아랍남자들은 상대에게 그들의 용감성과 용기, 또는 환대와 관용을 베풀어야 그들의 명예가 높아지게 되며, 그렇게 하지 못했을 때 그의 샤라프는 감소되거나 잃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랍 남자들은 어려서부터 대부분 용감하고 너그럽게 베풀고 손님을 융숭하게 대접하는 것을 배우며 자라기 때문에 그의 샤라프를 잃어버리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그러나 타인에 의해서 그들의 명예가 실추되었다고 생각될 때 그들은 매우 분노하고 격앙하는데, 특히 아랍 지도자들은 국내외적으로 그들의 샤라프를 매우 중시하며, 오명이나 치욕을 받을 때 곧장 자제심을 잃거나 감정의 폭발로 치닫는데, 그 이유는 그들의 명예가 더럽혀졌다고 믿게 되기 때문이다.
아랍인들은 항상 그들이 속해있는 집단의 명예를 중요시해야 하고 얼굴도 항상 깨끗하게 유지해야 하며,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대중적인 이미지는 지켜야 한다고 믿고 있다. 개인의 명예에 치명적인 해를 끼친 자에게는 복수를 해야 하며, 만약 복수를 하지 않는다면 그는 불명예스러운 자가 된다. 이러한 명예는 개인으로부터 확대되어 가정, 부족 그리고 국가에까지 이른다.
이번에 리비아에서의 한국 국정원 요원의 비밀조사 및 활동과 함께 카다피에 대한 한국언론의 그간의 부정적인 견해는 리비아와 카다피에게 불명예 배신감을 안겨 준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이번 사태로 한국은 리비아로부터 장기적으로 큰 경제적 손실과 불신을 감내해야만 할 것이며, 이 사태의 해결도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는 않는다는 점은 주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