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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7- 미국 코넷티컷주 하트포드 푸드 시스템
“가난해도 안전한 음식 먹을 권리 있다”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342호 입력 2010/08/10 09:37 수정 2010.08.10 09:37
빈곤층 영양개선과 기아대책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 단체

푸드정책 제안, 도시농업 발달 등 로컬푸드 메카로 성장




양산지역은 전형적인 도ㆍ농복합도시로 지역 농업의 살길은 지역 도시 소비자가 찾는 다품종 고품질의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해 직거래를 통해 싸고 신선하고 공급하는데 있다. 이를 ‘로컬푸드(Local Food)’ 운동으로 확산시켜 양산지역만의 친환경 먹거리 유통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농업과 인간과 지역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로컬푸드란 무엇이며 그 중요성과 나아가야할 방향을 짚어보고, 학교급식과 로컬푸드 운동이 활성화돼 있는 국내ㆍ외 사례를 8회에 걸쳐 보도하고자 한다.

일곱 번째 시간으로 빈곤층의 영양개선과 기아대책을 위해 설립됐지만, 30여년 동안 도시농업과 농민장터 그리고 지역공동체지원농업(CSA)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쳐 로컬푸드 운동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미국 코넷티컷주 ‘하트포드 푸드 시스템’을 찾았다.

ⓒ 양산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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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하트포드시는 심각한 푸드 문제를 안고 있었다.

우선 하트포드시에서 판매하고 있는 농산물 대부분이 먼 곳에서 운반돼 온 것으로 시내에서 신선한 농산물을 찾기 힘들었다. 동시에 대형 슈퍼마켓들은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고 빈곤층이 많아 이윤 창출이 어렵다는 이유로 하트포드시에 들어오는 것을 꺼려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많은 시민들이 외부에서 농산물 등의 식료품을 구입했고, 그나마 있던 작은 슈퍼마켓들도 하나 둘 문을 닫아야만 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외부에서 식료품을 구입할 교통편조차 구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빈곤층은 제대로 된 음식을 살 수도 구할 수도 없어 영양실조 등의 병을 앓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트포드 푸드 시스템은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됐다.


학부모, 소규모 상인 등
다양한 구성원으로 출발


하트포드 푸드 시스템은 지역사회 문제인 빈곤층의 영양개선과 기아대책을 위해 1978년 설립된 비영리 단체다.

이 시스템의 목적은 크게 세 가지다. 빈곤층은 물론 모든 시민들이 항상 좋은 음식을 먹고, 소비자와 공급자 간 신뢰를 회복하고, 마지막으로 하트포드시 음식의 질을 향상시키자는 것이다.

단체의 구성원은 다양하다. 우선 2만4천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급식의 질이 형편없자 학부모들이 나섰다. ‘학교급식 개선을 위한 학부모 모임’이라고 불리는 학부모협의회가 하드포드 푸드 시스템에 참여했다. 대형 슈퍼마켓에게 소비자를 빼앗긴 소규모 식료품 가게도 연합체를 만들어 구성원으로 뛰어들었다. 또 다른 민간단체인 식량정책협의회와 지역 내 뜻있는 자원봉사자들도 함께 했다.


푸드정책 조언 기관으로 성장
시의회 산하 자문위원회 발족


하트포드 푸드 시스템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가장 주력했던 일이 바로 건강한 먹거리의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생각을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영양이 풍부하고, 신선한 농산물이 우리 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건강상식과 식품 선택시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 등을 캠페인이나 책자를 통해 시민들에게 알렸다.

이와 함께 정부부서에 푸드 정책을 제안하는 시민단체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했다. 하트포드시에서 굶주림과 싸우고 영향불균형으로 힘들어 하는 빈곤층을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로컬푸드 운동 등 푸드 정책을 조언키도 했다.

이같은 정책자문 업무가 바탕이 되어 1991년에는 하트포드시의회에서 ‘하트포드 푸드정책자문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위원회는 하드포드 푸드 시스템의 기존 업무에 법적 근거를 더해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푸드 정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15명의 위원 가운데 한 자리를 하트포드 푸드 시스템 구성원 가운데 선출토록 했다.


CSA, 도시농업, 농민장터 등
지속가능한 로컬푸드 운동 펼쳐


하트포드 푸드 시스템은 본격적으로 로컬푸드 운동을 펼쳤다.

우선 도심 속 잠자고 있는 땅을 일궈, 도시농업의 표본을 만들었다. 도로 옆이나 빈터 등 그냥 버려져 있는 짜투리 땅을 매입해 농지로 개간했다.

이들 농지는 작은 규모로 농산물을 대량 생산해 낸다기 보다는 영양이 풍부하고 질이 좋은 농산물을 만들어 내기 위한 연구 목적이다. 다양한 채소와 곡물을 실험적으로 키우고 성공한 것은 씨앗을 거둬 인근 농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또한 2009년부터는 본격적인 지역공동체지원농업(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 이하 CSA)을 시작했다. CSA는 소비자들이 농장회원으로 가입해서 선구매방식으로 대금을 지불하면 농장관리인과 일꾼들은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농업방식으로 작물을 재배, 회원들에게 분배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하트포드시를 포함한 코넷티컷주 전체가 필요로 하는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농업방식을 찾았다.

농민장터도 좋은 반응을 보였다. 매주 5곳에 농민장터를 열어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을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적거래 시장을 만들었다.

하트포드 푸드 시스템은 음식이 세계시장에 포식당하고 대자본에 굴복되는 현실에 대처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물론 친환경 농업을 통해 지구환경을 살려야 한다는 거창한 목표도 아니다. 단지 ‘사람은 먹지 않고서는 살 수 없으며, 빈곤층도 좋은 음식을 먹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명실공히 로컬푸드 운동의 메카로 자리매김했다.

ⓒ 양산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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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트포드 푸드 시스템 매시 본부장

“집 앞 가게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신선한 음식을 살 수 있어야 한다”


ⓒ 양산시민신문
“하트포드 푸드 시스템은 오로지 ‘인간의 건강’을 위해 일하는 단체입니다”

매시 본부장이 처음 이 기관으로 부임해 온 것은 지난 2009년 1월. 공중보건의로 활동해 온 매시 본부장은 하트포드 푸드 시스템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보건’이라는 전문성을 더했다.

매시 본부장은 “처음 하트포드 푸드 시스템을 만든 사람은 마크 위니 본부장으로 그는 오로지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자는 목표로 27년 동안 이 단체를 이끌어 왔다. 다음으로 부임한 본부장은 사람들의 화합과 참여를 중요하게 여겨 ‘공동체’를 창조했다”며 “따라서 이제 하트포드 푸드 시스템은 ‘안전한 먹거리’ 더하기 ‘공동체’ 더하기 ‘보건’이라는 세 가지 비전을 안고 힘차게 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1978년부터 지금까지 3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온 하트포드 푸드 시스템은 이제 생활 속에서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지역 주요 기관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큰 역할에 비해 근무환경이나 직원 등 단체의 규모는 검소한 수준.

매시 본부장은 “당초 설립의 의의 자체가 시민들이 안전한 먹거리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뒤에서 행정적으로 도와주고자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부풀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매시 본부장은 “모든 사람은 안전한 음식을 먹을 권리가 있다. 가난하다고 해서 깡통요리만 데워 먹을 수는 없다. 로컬푸드 운동은 단순히 경제적 측면만 고려해 성공여부를 판단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며 “모든 사람이 집 앞 작은 슈퍼마켓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안전하고 신선한 먹거리를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하트포드 푸드 시스템의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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