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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줄의 노트]시,시,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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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줄의 노트]시,시,비,비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0/08/10 10:11 수정 2010.08.10 10:11



사랑해라고 고백하기에 그 자리에서 오줌을 싸버렸다
이보다 더 화끈한 대답이 또 어디 있을까
너무 좋아 뒤로 자빠지라는 얘기였는데
그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신다면서
그 흔한 줄행랑에 바쁘셨다
내 탓이냐 네 탓이냐 
서로 손가락질하는 기쁨이었다지만
우리 사랑에 시비를 가릴 수 없는 건
결국 시 때문이다
줘도 못 먹는 건 그러니까 내 잘못이 아니란 말이다


김민정 시인

1976년 인천에서 출생.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同 대학원 수료. 1999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열림원, 2005)와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문학과지성사, 2009)가 있음. 2007년 박인환문학상 수상. 현재 '불편' 동인으로 활동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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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아 시인
한국문인협회양산지부 회원
ⓒ 양산시민신문 
상식과 도덕이라는 질서를 가르쳐 주는 건 사회입니다. 주체적인 삶을 경계하는 것 또한 사회이기도 합니다. 문학에 있어서, 특히 시는 고상하거나 고귀해야 한다는 게 이를테면 사회적 상식이지요.
그러나 시인의 자의식에 꿈틀대고 있는 그 무엇. 이것이 극대화 되었을 때, 시는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열어줍니다.
이 시는 눈치 보지 않고 자기 스타일대로 밀고 가는 것이, 읽는 재미가 쏠쏠하군요.
‘사랑해’라고 고백해 오는 상대방을 향해 대답 대신 ‘오줌을 싼다’니. 일반적인 시선을 과감하게 뒤집고 해체함으로써 생기발랄하고 통쾌한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이는 기존 여타 시들에서 느끼는 식상함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백을 받아들이는 상황도 그렇고, ‘줘도 못 먹는’ 마지막 싯구도 사실은 자의식의 사투에서 이끌어내는 진정성의 한 부분이 아닐까싶군요.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언어들이, 그동안 눈치 보며 살아왔던 날들에게 손 감자를 내미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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