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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8- 미국 하트포드 푸드 시스템의 농장과 마켓을 찾아서
마켓의 새바람, 로컬푸드 운동 주도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343호 입력 2010/08/17 09:38 수정 2010.08.17 09:37
작은 마켓 연합체 구성, 마켓 입구서 신선한 농산물 판매 시작

소비자가 외면하던 마켓에서 하루에 한 번씩 찾는 곳으로 변모




ⓒ 양산시민신문


가난한 사람도 안전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민단체와 지역주민들이 지난 1978년 설립한 하트포드 푸드 시스템. 이 같은 비영리단체가 자발적으로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하트포드시의 푸드 문제의 심각성에 대부분의 시민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식료품을 판매하는 동네 작은 마켓들의 동참이 큰 역할을 했다.

하트포드시에서 판매하고 있는 농산물 대부분이 먼 곳에서 운반돼 온 것으로 시내에서 신선한 농산물을 찾기 힘들었다. 동시에 대형 슈퍼마켓들은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고 빈곤층이 많아 이윤 창출이 어렵다는 이유로 하트포드시에 들어오는 것을 꺼려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많은 시민들이 외부에서 농산물 등의 식료품을 구입했고, 그나마 있던 작은 마켓들도 하나 둘 문을 닫아야만 했다.

이에 하트포드 푸드 시스템이 작은 슈퍼마켓의 변화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통조림, 봉지과자 등 인스턴트 식품만 주로 판매하던 작은 마켓에 신선한 농산물 판매를 권장했다. 또 연합체를 만들어 판매방식을 대해 서로 의견과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중간 다리 역할도 했다.


작은 마켓에서 지역 농산물 판매
마켓 입구에 야채, 과일 코너 확대


우선 하트포드 푸드 시스템은 도심 속 작은 마켓에 질 좋은 식재료를 공급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시민들에게 안전한 먹거리 제공을 위해 가장 먼저 작은 마켓을 조직화했다. 2006년부터 미니 마켓(일명 구멍가게)을 가맹점으로 등록, 저지방 우유를 비롯한 곡물빵, 신선한 야채, 과일 등 지역에서 생산된 식료품을 점포의 규모에 맞게 진열하여 판매하게 했다.

초창기에는 40여 곳에서 시작했으나 가맹된 마켓들의 이용객이 증가하면서 점차적으로 가입하고자 하는 마켓들도 늘어, 현재 130개의 소형마켓과 1개의 대형마켓이 이 시스템에 등록해 동참하고 있다.

또 가맹된 마켓에게는 매년 매장의 상품 중 5%의 인스턴트, 패스트푸드(Jung Food)를 신선한 식료품으로 대체하도록 했다.

뉴욕과 필라델피아 등 미국의 몇 개 도시에서 식습관 개선을 위해 ‘소규모 식료품을 이용하자’라는 캠페인을 10년째 펼치고 있는데 거기에 하트포드시도 동참했다. 이는 시민들이 집 주변의 작은 마켓에서 지역에서 생산된 신선한 농산물을 구입함으로서 경제적인 측면과 안전한 먹거리를 통한 인간의 건강 등 하트포드 푸드 시스템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고자 함이었다.


빈터 활용해 자체적 3곳 농장 운영
지역공동체지원농업(CSA)으로 활용


하트포드 푸드 시스템은 작은 마켓에게 신선한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농장도 운영하고 있다.
도로 옆이나 집이 없는 빈터 등 그냥 버려져 있는 짜투리 땅을 매입해 생명을 키울 수 있는 농지로 개간했다. 주로 정부 소유의 땅을 기부채납을 받거나 후원자들을 통해 어렵사리 구한 농지로 현재 모두 3곳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농지는 작은 규모로 농산물을 대량 생산해 낸다기 보다는 영양이 풍부하고 질이 좋은 농산물을 만들어 내기 위한 연구 목적이다. 다양한 채소와 곡물을 실험적으로 키우고 성공한 것은 씨앗을 거둬 인근 농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또한 지역 학생들이 농사를 직접 체험하기 위한 교육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뿐 아니라 2009년부터는 농장을 이용해 본격적인 지역공동체지원농업(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 이하 CSA)을 시작했다. CSA는 소비자들이 농장회원으로 가입해서 선구매방식으로 대금을 지불하면 농장관리인과 일꾼들은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농업방식으로 작물을 재배, 회원들에게 분배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하트포드시뿐 아니라 하트포드시를 포함한 코넷티컷주 전체가 필요로 하는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농업방식을 찾았다.

ⓒ 양산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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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롬니 미니마켓 대표 라도우치 테제다 씨

“신선한 농산물이 소비자 발길 잡았다”

ⓒ 양산시민신문


코넷티컷주 하트포드 지역에서 미니 마켓을 경영하는 라도우치 테제다 씨. 1992년부터 이곳에서 마켓을 운영해온 그는 2006년부터 하트포드 푸드 시스템의 로컬 푸드운동에 동참하게 됐다. 우선 자신이 운영하는 마켓을 하트포드 시스템 가맹점으로 가입시켜 지역공동체를 돕는데 협력했다.

이후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마켓 코너에 들여 놓고 판매했다. 이때부터 마켓은 새롭게 변하기 시작했다고. 

“작은 가게에서 판매하는 품목은 대부분은 유통기한이 긴 인스턴트 음식이다. 이렇다 보니 대량으로 구매해 1~2주 혹은 한 달씩 보관해 먹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마켓에 자주 발걸음을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신선한 농산물을 들여 놓자 소비자들이 반응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인스턴트 농산물보다 다소 비싼 가격에 구매를 꺼리더니 점차 보다 더 좋은 농산물을 찾기 시작했다. 발걸음도 일주일에 한 번에서 3~4일에 한 번, 그러다 지나가는 길이라며 하루에 한 번씩 들러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사가기도 한다”

소비자의 잦은 발걸음에 신이 난 그는 이에 보답하기 위해 파격적인 시도도 했다. 바로 신선한 농산물을 마켓 입구에 진열해 놓은 것이다.

“마켓은 어떤 상품을 어느 위치에 진열하느냐에 따라서 전체 매출과 이익이 달라질 수 있다.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소비자 눈에 잘 띄는 곳으로 옮겨 놓은 후 반응이 더 좋았다. 물론 마켓 수입의 대부분은 여전히 인스턴트 식품이 차지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건강을 위해 로컬푸드 운동을 펼쳐나간다는 의미로 마켓 입구에 진열해 놓은 것이다. 조만간 신선한 농산물이 마켓 효자 종목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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