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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현 한국문인협회 양산지부장 | ||
ⓒ 양산시민신문 |
양산 문화예술인에 대한 홀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시민의 의식을 선도해 가는, 시의 공무원부터가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문제다. 물론 공무원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제 소임을 다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부족한 부분은 늘 있게 마련이며, 그것에 대한 개선이 뒤따라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존중받아야 할 지역예술인이
축전의 들러리 되서야
예를 들어 보자. 각 문화예술 단체는 고유 행사를 위해 사회단체 보조금을 수령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을 빌미로 특정 시 주도의 행사에 아무런 조건 없이 당연히 협조를 해야 하는 것처럼 되어 있다. 필자도 그런 경험이 여러 번 있다. 사회단체 보조금을 받으니 당연히 무상으로 노력 동원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식이다. 예산 보조를 받아야 하는 각 문화예술 단체의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협조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치 시민의 세금이 자신들의 쌈짓돈인 양, 지역 문화 예술인에 대한 지원이 선심을 쓰는 것인 양 하는 태도다.
외부인을 불러서 행사를 할 때는 그 많은 시민의 혈세를 갖다 붓는 것은 하나도 아깝지 않으나, 세금을 내고 있는 시민이기도 한 지역의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과 대우에는 그것이 너무도 아깝다는 태도다. 이러한 의식과 환경 속에서 어떻게 양산의 문화와 예술이 발전하기를 바라겠는가? 어떻게 양산이 문화 불모지라고 그들 스스로 떠들어 대는 오명을 벗어날 수 있겠는가? 그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 곧, 지역 문화예술인에 대한 존중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당연히 우리 문화예술 단체들도 지금껏 해왔듯이 열과 성을 다해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삽량문화축전을 운영하는 입장에도 앞의 시각이 지배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축전은 외부 용역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며, 지역 문화예술인은 거기에 구색 맞추기로 들러리를 서는 입장에 놓여 있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전도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지역 문화예술 행사에 지역 문화예술인이 주변으로 밀려나야 하는가? 그것이 어떻게 지역 문화축전일 수 있는가? 전체 축전 예산 6억5천만원 중 각 예총 단위 지부에 주어지는 예산은 이전 100만원에서 최근 150만원이다. 이 예산으로 무엇을 하란 말인가? 단지 전시성 행사나 하라는 말 아닌가? 그러한 전시성 행사를 한다 해도 지원된 예산의 배 이상의 자체 예산이 들어간다.
실정이 이러한데 누가 적극적으로 행사에 참여하려 하겠는가? 여기에서도 양산 문화예술인에 대한 홀대가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예총의 7개 구성 지부 중 몇몇은 올해 삽량문화축전에 대한 전면 보이콧도 생각하고 있다. 또한 나동연 시장과의 면담도 요청해 놓은 상태다. 삽량문화축전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축전 참가는 의미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변화에 대한 인식이 분명하다면 그 변화를 관철시켜 나가야 한다.
형식적인 추진위 구성에
백화점식 행사 나열 비판
그리고 삽량문화축전 추진위원회도 거의 형식적인 기구에 지나지 않는다. 삽량문화축전 사무처가 기본 계획을 세워오면, 크게 논의할 것도 없이 그저 그 안을 통과시켜 주는 거수 기구에 불과한 실정이다. 기실 명칭은 ‘축전 추진위원회’인데 무엇을 논의하고 추진해 왔단 말인가? 추진위원회의 구성에 있어서도 문인협회장, 음악협회장, 국악협회장이 빠져 있고, 운영 위원회에도 예총 사무국장이 빠져 있으며, 예총을 대표할 수 없는, 이전에 예총지부장을 역임했던 인물이 운영위원으로 되어 있다.
또한 요식업체, 숙박업체, 경찰서, 소방서, 법무사회, 양산시 인재육성장학재단 이사장 등이 축제 추진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도 의미가 적다. 물론 축제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그들 단체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축제의 내용을 구성하고 구축해 나가는 데는 그들 단체의 역할은 주변적이다. 그러므로 그들에 대해서는 축전에 대한 충분한 협조를 구할 수 있는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하면 족하다. 실질적인 축전의 내용에 대해서는 문화예술 단체가 추진ㆍ운영 위원회의 구성원이 되어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하지 않겠는가?
또한 지금의 삽량축전의 양태는 백화점식 축제라는 비판을 많이 듣는다. 이것은 그대로 기존 축전사무처의 기획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된다. 축제에 참가하는 모든 단체의 참여 방향을 결집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장기적 안목에서 양산의 진정한 문화예술의 토대 형성과 발전을 기하려고 한다면, 지역 문화예술 단체가 중심에 서고, 필요에 따라 외부 용역을 부려 축제를 원활하고 훌륭하게 소화해 내는 형태에 누구나 동의해야 할 것이다.
곧, 지역의 양대 문화예술단체인 양산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와 양산문화원이 주도하는 상시 삽량축전 사무국을 가동하고 축제의 방향을 이끌어나가는 형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예총은 동시대의 창발적 예술의 실현을 통해, 문화원은 전통 문화의 계승 발전을 통해 조화를 이루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축전 추진위원회 및 운영위원회도 양산예총 7개 구성 단체와 양산문화원 산하 단체를 중심으로 상시 가동하여 의견을 수렴하고 실질적으로 축전의 추진에 참여하는 형태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왕 진행되는 축전에서는 이러한 모양새가 어렵다 하더라도 내년부터라도 그러한 형태를 갖추어 나가야 할 것이다. 곧, 일정한 시기에 축전 사무국이 설치되어 급박하게 운영되다가 해체 되는 형식이 아닌, 연속성과 안정성을 갖춘 상시 형태를 통해 축제의 질을 개선시켜 나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러한 형태를 취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도 축전의 기본 이미지도 제대로 정립되지 못했다고 본다. 축전이란 본디 기본적인 축제의 이미지를 고정시켜 확대시킴으로써 전국적인 인지도를 높여 가야 하는 것인데, 안정적이지 못한 축전 사무처로 인해, 축제의 기본 이미지가 행사 때마다 바뀌는 양상을 보여 스스로 축전의 이미지를 모호하게 만들어 왔다고 본다.
먹고 마시는 난장판 벗어나
이제는 문화예술축제 되어야
또한 축제의 내용에 대해서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이제까지의 축전의 이미지는 문화축전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문화예술 잔치가 아니라 시장판, 행사 위주의 먹고 마시는 난장(亂場)의 형태가 되어 왔다. 곧, 정작 문화축전의 중심이 되어야 할 문화와 예술은 들러리를 서는 격이 되고 말았다. 이것은 축제 때마다 지적되고 비판되어 오던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부터라도 좀 더 품위 있게 문화와 예술을 즐기고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는, 그래서 양산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자긍심을 마음속으로부터 뿌듯하게 느낄 수 있는, 말 그대로의 문화예술 축제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것은 지역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문제다. 우리 지역의 축제가 마냥 먹고 노는 판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야 곤란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이제는 문화 불모지라는 의식에서 제발 좀 벗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까지 지역 문화예술인의 역량이 못 미더워, 외부의 용역을 빌어 축제를 펼쳐 왔지만, 이것이 얼마나 지역 문화예술 단체의 역량을 넘어섰단 말인가? 정말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지역 문화예술인의 역량이 클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한 것은 아닌가 반성해 보아야 한다. 지역 문화예술 단체의 역량과 지역민의 깜냥에 대한 믿음이 최우선이다. 우리 지역에도 각종 문화예술단체가 있고 대학도 2개나 있지 않은가?
이러한 역량들을 결집시키고 북돋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남의 떡이 아무리 커 보여도 그것은 내 떡이 아니다. 무엇보다 내 떡을 키우려는 의지와 노력이 절실하다. 조금은 부족하더라도 지역 문화예술 단체와 문화예술인을 북돋워 키워야 한다. 그래야 양산의 문화예술에 대한 미래가 있지 않겠는가?
나동연 시장의 변화의지 기대
시민 한마당잔치로 거듭나야
나동연 시장도 지난 7월 20일의 삽량문화축전 추진위원회 정기총회에서 “외부인사와 억지로 만들고 참여시키는 듯한 행사”에 대한 변화를 시사한 바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이 우리 시민 모두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느낀다면 변화를 이루어 나가야 한다. 변화를 통해 단기적으로 미흡한 결과가 나온다 하더라도, 그것이 이전의 외부에 위탁해 만든 축전보다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물며 그것이 바람직한 방향을 지향하고 있을 진댄, 그것만으로도 의미는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지역의 역량을 믿고 시간을 기다려 차츰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지역의 문화와 예술의 토대를 굳건하게 해서 전국적인 문화예술 도시가 되도록, 북돋워야 한다. 이를 위해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삽량문화축전이 양산의 전통과 현재와 미래를 아우를 수 있는 시민 한마당 잔치, 전국적인 문화축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내실을 다져나갈 것이다. 전시성 행사는 줄이고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과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참여 무대를 늘려 나갈 계획이다”라는 나동연 시장의 말처럼 진정한 지역 문화축전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원한다. 지역 문화축전으로의 확실한 자리매김이 전국적인 문화축전으로의 발전의 초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