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기고]하위주체 결혼이주여성, 그녀들은 말할 수 있는가?..
오피니언

[기고]하위주체 결혼이주여성, 그녀들은 말할 수 있는가?

양산시민신문 기자 346호 입력 2010/09/07 11:33 수정 2010.09.07 11:33



↑↑ 이지연
양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센터장
ⓒ 양산시민신문
얼마 전 부산에서 허망하게 목숨을 잃어야 했던 베트남 결혼이민자의 죽음을 보면서 정말 지켜야 할 것은 잃어버리고 허울 좋은 사업들만 방만하게 진행해 가고 있는 정부의 다문화사업에 대해 심각한 회의감이 든다. 

얼마 전 본 센터에서 활동하는 베트남 통번역사가 지역에 모 단체에서 실시했던 행사에 참가한 후 거의 폭발하듯 분통을 터트렸다.

“언제까지 대한민국은 우리를 거지취급 할꺼냐? 이렇게 퍼다주기식 사업을 하면 우리가 좋아할 줄 아느냐! 우리 정체성은 인정 해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필요에 의해서 우리를 이용하면 좋으냐!”

굉장히 격앙된 목소리로 대한민국 정부와 시민사회에 대해서 큰 소리쳤다. 그녀가 참가한 행사는 결혼이민자를 위한 프로그램인 듯 비춰 졌지만 실제로는 그 행사에 구색 맞추기 위해 동원되었던 행사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들에게 상품하나씩 전달되었다. 우리지역은 그나마 다문화 사업 간의 경쟁이 덜 한 편이지만 수도권 지역은 이미 우후죽순처럼 다문화사업이 경쟁적으로 생겨나면서 결혼이주여성들에게 필요이상의 사업과 지원들을 전달하며 철저히 대상화 시키고 그들이 가진 주체성과 해결능력을 사장시켜 나가고 있다.

이런 일이 이제 지역에서도 시작되려 한다. 이주여성에 대해 진지한 고민 없이 사업을 위한 사업들의 대상화로 전락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여기저기 이주민들의 분통 터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실제 이주여성들이 가진 독립성과 주체성 그리고 그들만의 해결능력은 뛰어나다.

쉽게 접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많은 생각과 배려 속에 접근이 되어야 함에도 대한민국의 접근법은 너무나 고민 없고 천박하다. 그런 이유로 기층으로부터 쌓여가는 이주여성들의 분노도 만만치 않다.

제3세계 탈식민지 폐미니스트들은 누구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 볼 것인가? 하위주체들에 대한 해석을 누가 하고 있는가? 적어도 하위주체의 얘기를 귀담아 듣고 있는가? 를 지적했다.

부끄럽게도 우리나라는 이주여성들을 ‘한국의 시선아래’에 고정시켜 끊임없이 한국과 비교된 베트남 문화, 중국문화, 캄보디아 문화에 고정되어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우수성이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고 그들이 가진 정체성을 무시한다.

또한 진정으로 그들이 이 사회에 살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인지 묻기 전에 일방적인 역할강요(가부장제를 수행하는 도구)와 시혜적 차원의 지원들을 이어가고 있을 뿐 진지한 사람에 대한 접근이 빠져있다.

몇 해째 이런 일방적인 지원방식이 지속되다 보니 이주여성들 또한 점점 더 물질화된 욕망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더 물질화된 서비스를 추구하고 서비스 지원에 대해 당연함으로 받아들인다. 다문화사업 중심현장에서 변화되어가는 그녀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무척이나 안타깝다.

사회적으로 자기정체성에 대해 부정당하며 사회가 만들어 놓은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어져 가는 동안 이주여성들은 상당히 자신감을 잃어가며 의존적으로 변해간다.

이렇게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관주도형 다문화사업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현재 이를 멈춰 세울 수 있는 사람은 이주여성당사자들 뿐이다. 그리고 그들이 느낀 대한민국의 천박함에 대해 진지하게 귀담아 들어야 사회가 좀 더 성숙되고 발전될 것이다.

이 사회 하위주체인 그녀들의 안타까운 사망소식이나 분통터지는 소리가 점점 잦아들길 바라며 그들의 목소리에 우리사회가 귀담아 들어주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