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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자율성’ 교과서 아닌 학교급식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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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자율성’ 교과서 아닌 학교급식에서 배운다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349호 입력 2010/10/05 09:24 수정 2010.10.05 09:24
서창중, 학년별 자율배식대 운영 전교생으로 확대 시행

급식시간 단축, 잔반 감소, 자립심 고조 등 효과 다양




균형이(서창중2)는 지난 한 해 동안 점심시간마다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했다. 12시 30분부터 점심 급식이 시작되지만 2, 3학년 선배들부터 배식을 받다보니 1학년 가운데도 마지막 반인 균형이는 1시 30분이 돼서야 겨우 점심을 먹을 수 있다. 10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동안 배식 받고 밥을 먹으면 물 마실 시간도 없이 곧 바로 교실로 가야 겨우 5교시 수업을 맞출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점심시간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전교생 자율배식을 시작하면서 급식시간이 30분이나 단축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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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서창중학교(교장 김영환)가 전교생 자율배식을 운영하면서 건강과 환경은 물론 교육적 효과까지 높인 급식운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학교급식에서의 자율배식이란 조리된 음식을 학생 스스로 자신이 먹을 만큼의 양을 가져가는 일종의 뷔페식을 의미한다.

김영한 교장은 “어린 시절 점심시간의 추억은 우리를 설레게 만들었지만, 오늘날은 줄서며 기다리는데 온통 시간을 보내고 있어 안타깝다”며 “때문에 배식시간 단축을 위해 자율배식을 시작했지만 적정량 배식으로 건강을 챙기고, 잔반 감소로 환경도 살리고, 자립심과 배려심을 키우는 교육적 효과까지 톡톡히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창중은 자율배식에 앞서 학생들에게 음식 골고루 먹기, 먹을 만큼 배식하기, 음식물의 소중함 알기 등 급식교육을 실시해 올바른 식문화 습관 기르기에 주력했다. 이와 함께 아이들의 기호도와 건강을 고려한 식단 작성으로 편식을 예방하고 영양적으로도 부족하지 않도록 음식을 공급했다.

이후 자율배식대를 설치해 밥, 국, 반찬 등 조리음식을 제공, 학생 스스로 음식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급식환경을 조성했다. 이렇게 지난 3월부터 4개 학급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된 자율배식이 매달 점차 확대돼 현재는 전교생이 참여하고 있다.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배식시간 단축. 960여명의 학생 모두에게 일일이 배식하던 방식에서 학년별 자율배식대를 설치해 자율적으로 운영하다보니 30분가량의 시간단축 효과를 낳았다.

적정량 배식으로 잔반도 2배 가량 줄어들었다. 절감된 음식물쓰레기 처리 비용은 과일 등 학생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제공함으로써 급식의 질도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자율성 향상과 뒷사람을 생각해 배식량을 조절하는 배려심을 기를 수 있는 등 인성교육의 효과가 상당하다. 또한 어머니의 역할이자 여성의 역할로 당연시 되던 음식 배식에 대한 생각의 틀을 바꿔 양성평등교육의 길잡이가 됐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3학년 조예솔 학생은 “처음에는 식사량을 조절 못해 내가 가져온 식사를 남기지 않고 다 먹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었는데, 습관화되니 평상시에도 음식을 깨끗이 다 먹게 됐다”며 “배식할 때 왠지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어깨가 으쓱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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