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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빛과소금]불신의 끝은 어디까지인가..
오피니언

[빛과소금]불신의 끝은 어디까지인가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0/10/12 09:43 수정 2010.10.12 09:44



 
↑↑ 강진상 목사
평산교회
ⓒ 양산시민신문 
옛날 어느 곳에 오래된 고목이 한 그루 서 있었다. 나무 위에는 매들이 둥지를 짓고 새끼들을 기르고 있었고 나무 밑에는 산돼지들이 새끼를 기르며 살고 있었다. 매들이 떨어뜨리는 나뭇잎과 찌꺼기들은 밑에 있는 돼지들의 먹이가 되었고 돼지들의 찌꺼기는 매의 먹이가 되었으므로 이들은 서로 공생하며 평화롭게 살았다.
이들의 친한 사이가 샘이 난 여우가 이들을 갈라놓기 위한 한 가지 꾀를 생각해냈다.

여우는 곧장 매에게로 달려가 “나무 밑에 있는 돼지들은 너희 매를 잡아먹으려고 매일 나무 밑동을 갉아 먹고 있단다. 얼마 못 가서 나무가 쓰러지면, 네 새끼들은 떨어져서 돼지의 밥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돼지에게로 달려가서 “나무 위에 있는 매들은 너희 돼지새끼들을 잡아먹으려고 항상 기회만 노리고 있단다. 어미 돼지가 먹이를 구하러 멀리 가면 그때 새끼를 잡아먹기 위해 이따금 어미매가 내려와서 너희 집을 기웃거리며 먹이를 찾지 않던?”라고 말했다.

매는 모이를 구하러 나갈 수가 없었다. 혹시 나간 사이에 나무가 쓰러지면 새끼들이 돼지에게 잡혀 먹힐 것을 생각하니 꼼짝 못하고 항상 새끼를 지키고 있었다. 이는 돼지도 마찬가지여서 먹이를 구하러 가지 못하고 매와 돼지는 서로 경계하면서 새끼들만 지키고 있었다. 결국 매도 돼지도 굶주려서 죽고 말았다.

최근 불신의 시대가 낳은 끝없는 의혹의 눈길이 경찰이 가수 타블로가 미국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허위학력을 제기해온 인터넷 카페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타진요)’ 회원 등 일부 네티즌들은 여전히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반응을 두고 믿지 못하는 게 아니라 믿지 않으려는 태도라고 분석했다. 연세대 황상민 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논란의 핵심은 진실이 아니라 자신이 믿고 있는 것만 믿겠다며 스스로 정당성을 부여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트러스트(TRUST)’라는 책에서 “한 국가의 복지와 경쟁력은 하나의 지배적인 문화특성, 즉 한 사회가 고유하게 지니고 있는 신뢰의 수준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했다. 한 나라가 설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믿음의 문제다. 경제, 정치, 이런 문제가 아니고 문제는 문화 속에 깊이 뿌리 잡은 신의(信義),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 거기에 달렸다고 말했다. 신뢰의 사회를 속히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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