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 계절의 변화가 오지 않을 것 같더니 어느새 하얀 구름 가득한 청명한 하늘과 솔솔 부는 선선한 바람이 가을이 성큼 왔음을 실감나게 한다. 학교 교정에는 벌써 나뭇잎들이 붉은 색조를 살짝 드러내며 단풍잎으로 물들고 있다.
지리적으로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우리나라는 봄에는 꽃 관광, 여름에는 물 관광, 가을에는 단풍관광, 겨울에는 눈 관광을 즐기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다.
특히 자연의 색 놀이가 시작되는 가을은 연초록의 잎새가 현란한 색조로 바뀌면서 금수강산을 실감나게 해준다. 가을의 결정체인 단풍의 시기는 지역마다 각기 다르고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그 느낌 또한 다르다.
시기만 적절하게 맞춘다면 우리나라 어디에서든지 훌륭한 단풍을 감상할 수 있어 누구나 아름다운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즐거운 경험을 체험할 수 있다.
올해 우리나라는 어느 때보다 단풍이 아름답다고 한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기간이 짧다고 하니 서둘러 단풍관광 즐기며 멋진 추억 하나 만들어 보자.
가을빛에 짙게 물든 단풍과 사박거리는 낙엽이 잘 어우러진 이 가을에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Homo Ludens)’가 되어 울긋불긋 단풍잔치 열리고 있는 금수강산 이곳저곳으로 가을여행을 한 번 떠나보자.
이맘때 쯤 우리나라 최대의 와인산지 충북 영동에 가면 단풍잎이 예쁘게 물든 포도밭을 볼 수 있다. 그 곳에 가서 짙은 단풍 빛을 닮은 ‘샤또 마니(Château Mani)’ 레드와인을 한 잔 마시면 수확의 계절 가을이 주는 풍성함도 함께 느껴 볼 수 있을 것이다.
샤또 마니는 순수 국산 와인 브랜드다. 1987년 수입자유화로 인해 수많은 외국와인이 국내로 수입되면서 서서히 사라졌던 국산 와인의 명맥을 이어 지금은 국산 와인의 자존심으로 우뚝 선 토종와인이다.
1995년 영동지역 농민들에 의해 결성된 국내 최대 와인생산업체인 ‘와인코리아’의 작품이기도 하다.
영동지역 농민들은 마니산 기슭 포도밭에서 고당도 포도인 캠벨 얼리, 머스켓 베일 A를 재배해 우리 입맛에 맞는 순수국산 와인을 개발하였다. 자연 발효 양조와 일 년 내내 13℃의 온도를 유지하는 일제 때 파놓은 지하토굴에서 와인을 숙성시켜 고품질의 와인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곳에 가면 국내 유일의 와인너리 투어(winery tour)를 즐길 수 있다. 프랑스의 보르도지방, 부르고뉴지방, 미국의 나파벨리 등 와인으로 유명한 나라에서는 와인투어가 일반화 되어있다.
끝없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포도밭을 끼고 있는 지방도로를 드라이버하면서 와인너리에 들어가 구경도 하고, 와인 시음도 하고, 포도밭 안에 있는 고성(古城)을 리모델링한 숙소에서 귀족이 되어 한 잔의 와인을 마시며 밤을 지새울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 와인 마니아들도 왕왕 프랑스나 미국 등지로 와인투어를 많이 다닌다.
이제 굳이 외국으로 가지 않아도 충북 영동에 가서 ‘와인코리아’가 운영하는 와인너리에 가서 와인투어를 즐기자. 그곳에 가면 나만의 와인 만들기 체험, 와인 족욕 체험, 포도 씨를 이용한 천연화장품 만들기 체험, 와인제조공정 견학, 와인저장 토굴을 관광하는 등 여러 가지 체험으로 색다른 경험을 만끽할 수 있다.
코레일에서는 서울, 대전, 천안 등에서 영동까지 와인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부산역에서도 계절별 한시적으로 와인열차를 운행하기도 한다. 와인열차 안에서는 와인 기초 강좌, 레드, 화이트, 스위트, 복분자 와인에 대한 테스팅 및 무한 리필 시음, 레크리에이션, 라이브공연, 색소폰 연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국산와인 샤또 마니를 홍보하고 있다.
와인열차타고 영동에 가서 한 손에 샤또 마니 한 잔을 들고 장화신고 포도를 으깨며, ‘님이여, 그 술을 연잎 잔에 가득히 부어서 님에게 드리겠습니다. 님이여, 떨리는 손을 거쳐서 타오르는 입술을 축이셔요’하며 한용운의 ‘포도주’ 읊조리면 오랫동안 추억에 남을 풍성한 가을여행이 될 것이다.
시간이 없어 충북 영동까지 갈 여유가 없다면 가까운 청도 ‘감와인 터널’에라도 다녀오자. 100년이 넘은 열차 터널 속을 와인 바로 만들고 감으로 화이트 와인과 스위트와인인 ‘감그린’을 양조해 판매하는 감와인 터널에서 달콤한 아이스와인 한 잔 마시며 높게 솟은 감나무 위에서 발갛게 영그는 감들을 바라보는 것 또한 가을날의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