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 기간 한참 지난 지갑에 대하여 바꿔요, 바꾸라고 내가 나를 채근하지만 낡아서 따뜻한 것은 함부로 할 수 없다 방 한쪽 손재봉틀 달달달 아픈 소리도 열 번 쯤 읽고 읽어 내용을 외는 헌책도 이제는 같은 색깔의 익숙한 은유이다 지갑의 네 모서리 둥글게 닳았다는 것 뼈 속까지 다 아는 한 몸이 되었다는 것 애증이 우리를 묶어 하나가 되었다는 것 몰래 감춘 일기장 같은 내 불혹의 내력이 지갑의 바닥까지 빼곡하게 살아있다 시간의 문장 함께 쓴 친구처럼 사랑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