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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엄마, 이것도 봉사활동 이야?”..
사회

“엄마, 이것도 봉사활동 이야?”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353호 입력 2010/11/02 09:33 수정 2010.11.02 09:33
인구센서스 인터넷 참여 응하면 봉사점수 부여

10분 클릭에 2시간 발급… 본뜻 잃은 봉사활동



어곡동에 사는 김아무개(35) 씨는 얼마 전 초등학교 3학년 딸에게서 난처한 질문을 받았다. 인구주택 총 조사 인터넷 참여를 하면 봉사활동 2시간을 발급해 준다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학교에서 받아 온 딸 아이가 “엄마 이것도 봉사활동이야?”라고 질문했기 때문이다.

국가가 나서서 ‘거짓 봉사활동 확인서’를 발급하겠다는 발상을 딸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황당할 뿐이었다.

통계청이 2010인구주택 총 조사를 하면서 인터넷 참여를 학생 봉사활동으로 인정하는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공익사업의 수행도 봉사활동 영역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일선 학교와 일부 학부모, 자원봉사단체 등에서는 상식에 어긋나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많다.

통계청이 2010인구주택 총 조사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두둑한 인센티브 전략을 내놓았다.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인터넷으로 조사에 참여하면 사회봉사점수 2시간을 준다는 것이다.

인터넷 조사는 4인 가구를 기준으로 봤을 때 평균 10분 정도 걸린다. 인터넷 조사가 다 끝나면 자녀의 봉사활동확인서를 발급 받겠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학교, 학년, 반만 쳐 넣으면 집에서 봉사활동확인서를 바로 발급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문제는 성명이나 나이 등을 묻는 기본질문뿐 아니라 주택소유여부나 주거용 연면적 등 자녀들이 잘 알지 못하는 질문이 다수 포함돼 있어, 대부분 부모들이 질문에 답한다.

따라서 자녀들은 전혀 참여하지 않고, 학부모가 혼자 참여해 손쉽게 자녀들의 봉사활동 2시간을 채울 수 있는 방편으로 활용되고 있다.

봉사활동 실적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며 고입 내신성적과 대입 입학사정관 전형에 반영된다. 양산지역 중학생을 기준으로 연간 15시간 이상 봉사활동을 하면 6점 만점, 4시간 미만은 3점의 점수를 받는다.

인터넷 조사에 참여한 한 학부모는 “국가가 앞장을 서서 거짓 확인서를 공공연하게 발급해 주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봉사시간 2시간이라는 게 꽤 큰 점수이기에 자녀를 둔 부모로써 일단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고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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