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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조광수의 중국알기]‘광저우 아시안 게임’ 소감..
오피니언

[조광수의 중국알기]‘광저우 아시안 게임’ 소감

양산시민신문 기자 357호 입력 2010/11/30 09:25 수정 2010.11.30 09:25
광저우 아시안게임 중계

경기에만 집중해 아쉬움 커

역사ㆍ문화 함께 보여줬으면

부쩍 커진 중국의 자부심

세계 위해 올바로 쓰여야



 
↑↑ 조광수
영산대학교 중국학과 교수
ⓒ 양산시민신문 
광저우 아시안 게임이 성황리에 끝났다. 아시아 마흔다섯 나라에서 온 청년들이 뛰고 구르며 건강한 땀을 흘렸다. 경쟁엔 희생과 대가가 있게 마련이고, 승패가 날 때마다 땀의 결과에 대한 소회도 제각각이겠지만 모두가 최선을 다 했다. 한국은 초반 사격에서부터 참 미덥더니 고비고비를 씩씩하게 넘겨 마지막 마라톤에서까지 금메달을 따면서 결국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대회를 마무리 했다. 감동적인 에피소드들도 줄을 이어 전해지고 있다. 이번 아시안 게임은 중국의 압도적 승리, 일본의 맥없는 뒤처짐 그리고 한국의 안정적 2위라는 추세가 이젠 굳어졌음을 확인하는 기회였다.

호스트 광저우는 개회식에서부터 화려하고 요란하게 손님들을 환대했다. 물과 꽃의 도시답게 잘 꾸며진 섬에서 배를 띄우고 등을 밝힌 채 잘 준비된 마스게임을 보여주며 행사를 시작했다. 광저우의 역사성과 현재를 역동적으로 보여주었다. 사실 광저우를 포함한 광동은 역사적으로 중국 대외무역의 출발지였다. 광동은 2천 년 전부터 중국과 외래 문물을 연결하는 가교로 이른바 해상 실크로드의 시작점이었다. 13세기 베니스에서 베이징까지 육상 실크로드로 왔던 마르코 폴로가 고향으로 돌아 갈 때는 광저우에서 출발하여 말라카 해협과 인도 및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알렉산드리아 그리고 로마로 이어지는 해상 실크로드를 이용했다.

광동은 일찍부터 불교와 이슬람 및 기독교 같은 외래 사상과 종교가 전파된 통로이고, 담배와 땅콩 같은 농산물, 망원경과 오르간 같은 서양 근대 문물이 수입된 곳이기도 하다. 정화(鄭和)가 아프리카의 희망봉을 돌아 세계 일주를 하고 왔던 명나라 때 광동은 이미 ‘금이 산을 이루고 진주가 바다처럼 지천인 천자의 남쪽 보물 창고(金山珠海, 天子南庫)’가 되어 있었다.

이렇듯 물류의 중심지였던 탓에 무역불균형으로 촉발된 아편전쟁이 발발한 곳(박태환 선수가 두 대회 연속 3관왕의 위업을 이룬 수영장이 위치한 동관이 바로 아편전쟁의 유적지이다)도 여기였고, 삶을 찾아 해외로 나가 쿠리(苦力)도 마다 않았던 화교의 출발지이기도 하다. 손문(孫文) 같은 근대화를 이끈 혁명가들도 이 지역에서 많이 배출되었다.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 개방을 선언하고 해외 화교들의 투자를 기대하여 가장 먼저 개방한 경제특구 네 곳 중 세 곳이 바로 광동이다. 광동은 지금 전 세계 골프채의 90%, 복사기의 70%, 인조 크리스마스 트리의 80%, 팩스의 56%, 컬러 TV의 47% 그리고 에어콘의 45%를 생산하고 있다. 광동은 중국 31개 성급 단위 중 무역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이다. 광동은 이번 아시안 게임을 계기로 상하이 푸동 건설에 버금 가는 주강신성(珠江新城)을 건설하고 있다. 또한 홍콩과 마카오를 아우르는 중국 서남부지역 경제권의 중심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범주강 삼각주 개발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무역의존도가 높은 탓에 글로벌 경기에 민감하고, 그만큼 최근 몇 년 아프게 구조조정 중이기도 하지만 장차 최첨단 친환경 산업 지역으로 거듭날 곳이다.

이 대목에서 아쉬움이 두 가지 있다. 우선 그런 광동을 지난 16일 동안 우리가 충분히 보고 느끼게끔 언론이 스포츠 중계 더하기 알파를 해주었더라면 하는 생각이다. 광저우의 오래된 시장통도 구경시켜주고, 역동적인 산업 현장도 보여주고, 광동이 자랑하는 요리와 차도 소개해주면서 국민들의 시야를 넓혀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지난 베이징 올림픽 개폐회식 때도 그랬었지만, 중국에서 열리는 국제 행사를 볼 때마다 느끼는 아쉬운 기분이 있다. 광저우 아시안 게임 개폐회식도 예외 없이 너무 중국적이었다는 것이다. 오랜 역사와 문화전통 덕분에 행사를 위해 무진장으로 소재를 뽑아올 수 있다는 것은 물론 자랑이다. 또 유일하게 중국만이 잘 할 수 있는 영역도 있다. 이를테면 무협의 코드나 무한한 인력을 행사에 동원할 수 있는 역량 같은 것이다. 하지만 자기 것을 멀미날 정도로 지루하고 느끼하게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지역적 민족적 차이를 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심플한 표현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마침 이번 행사의 슬로건이 “조화로운 아시아(和諧亞洲)”가 아니던가. 그나마 폐회식에서 아시아 여섯 나라의 전통을 보여주며 떠나보낸 것이 작은 배려였지만 전체적으론 여전히 자기 것에 대한 넘쳐나는 자부심을 억제하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중국은 지금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도 알고 있고, 힘 있음도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자기 스타일만을 지나치게 고집하는 게 아닌지 성찰해주기를 바란다. 세계는 행여 몸만 부쩍 커버린 청소년이 힘을 주체 못해 엄한 일을 저지르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의 눈길로 중국을 보고 있다는 사실도 중국이 알아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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