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에 접어든 중학생 딸을 둔 서민주(37세, 물금읍) 씨는 요새 아이와 대화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한없이 착하고 유순하던 딸아이가 어느 날 아빠, 엄마에게 짜증내기 시작하면서 자신에게 간섭하지 말라고 방문을 쾅 닫고 들어 가버린 것이다. 속이 상해 화를 내보고 달래기도 했지만 딸아이의 마음이 도통 열리지 않아 답답하기만 하다.
지난 16일 양산시청소년지원센터는 ‘아이는 사춘기, 엄마는 성장기’란 주제로 청소년 지도 부모교육을 실시했다. 사춘기 과정을 겪고 있는 자녀와 마음이 통하는 비폭력 대화법에 대한 이민식 박사의 유쾌한 강연은 참석한 학부모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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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엄마 “아들아 방이 너무 지저분하구나. 청소 좀 해라. 꼭 시켜야 말을 듣니? 방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나쁜 아이야. 네 방이면 네 방답게 깨끗이 하고 살아야지. 나이가 몇 살인데 방청소도 제대로 못하는 거니? 당장 청소 시작하거라”
B 엄마 "아들아 방에 책이 군데군데 쌓여있고 이불이 안 개어져있는 것을 보니 신경이 쓰이고 안타깝다. 엄마는 네가 생활하는 곳이니 단정하고 깨끗한 방이었으면 좋겠다. 지금 책을 치우고 이불을 개는 것이 어떻겠니?”
아이의 방이 지저분할 때 당신은 A, B중 어떤 방식으로 말하는 엄마인가? 우리네 엄마들은 아마 A 엄마처럼 말을 하는데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A 엄마의 대화방법에는 옳고 그름을 따지고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당연시가 포함되어있으며, 선택과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강요를 하고 있다. 일명 폭력적인 대화법 ‘자칼 대화법’이라고 일컫는다.
반대로 B 엄마는 관찰, 느낌, 욕구와 요청으로 이루어진 4단계 대화모델을 사용하여 자녀의 감정을 전혀 자극하지 않고도 자신의 필요를 표현하고 있는 대화법이다. ‘기린 대화법’이라고도 하며 이 대화법이 바로 ‘비폭력 대화’법이다.
감정 자극않는 ‘기린 대화법’
비폭력 대화(NVC, Nonviolent communication의 약자)법은 힘을 가진 부모의 욕구만 중요한 게 아니라 힘없는 아이의 욕구도 함께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이민식 박사는 “사춘기 자녀에게 무조건 화를 내거나, 어르고 달래는 대화법이 아닌 자녀를 이해하며 부모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대화법”이라고 말했다.
계급 간, 사회 간의 갈등해소를 위해 비폭력 대화를 고안한 마샬 로젠버그 박사는 어떻게 하면 대화에 성공하고 실패하게 되는지를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묘사하기 위해 폭력적인 동물 ‘자칼’과 평화로운 동물 ‘기린’을 상징으로 사용했다.
‘기린 대화법’의 핵심 4단계
1단계(관찰)는 말과 행동을 평가,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관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방이 너무 지저분하다”는 것은 판단이 포함된 관찰이다. 반면 “방에 책이 군데군데 쌓여있고 이불이 개어져있지 않다”는 것은 판단이 배제된 관찰이라 할 수 있다.
2단계(느낌)는 어떤 행동을 봤을 때 어떻게 느끼는 가를 말한다. 우리는 느낌을 표현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생각이나 해석인 경우가 많다. “신경이 쓰이고 안타깝다”라는 느낌을 예로 들 수 있다.
3단계(욕구/필요)는 자신의 느낌이 비롯된 욕구 혹은 필요성을 나타내는 말이다. 예를 들어 “엄마는 네가 생활하는 곳이니 단정하고 깨끗한 방이었으면 좋겠다”고 할 수 있다.
4단계(요청/부탁)는 자녀의 욕구를 동등하게 존중하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자녀에게 부탁하는 것이며, 강요와는 다르다. “당장 청소 시작하거라”는 강요를 하는 것이며, “지금 책을 치우고 이불을 개는 것이 어떻겠니?”는 구체적인 요청과 현재 실천 가능한 올바른 질문 형태이다.
이 박사는 “4단계를 활용해 말하는 것이 어색하다면 적어도 마음 속으로 항상 생각하고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이들 따라 엄마도 성장해야
마지막으로 이 박사는 ”아이들은 끊임없이 성장하는데 부모는 성장하지 않는다. 아이의 사춘기는 곧 부모에게 성장기이며 부모교육을 통해 끊임없이 배우고, 자녀와 함께 커야 한다”고 말했다.
멀리보고 기다려주는 기린심장을 가진 기린엄마가 되도록 노력하자.
tip. 기린 심장을 갖기 위한 10가지 실천
1. 매일 잠시라도 시간을 내서 나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떻게 되기를 바라는지 생각해보자.
2. 우리 인간은 모두 똑같은 욕구들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3. 나 자신이 나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어 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어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자.
4.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해달라고 할 때, 내가 강요를 하고 있는지 요청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5. 상대방에게 무엇을 하지 말라고 하기보다 무엇을 해주기 바란다고 말하자.
6. 다른 사람에게 “어떤 사람이 되라”고 말하기보다 그 사람에게 당신이 말하는 어떤 사람이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행동’을 요청하자.
7. 누군가의 의견에 찬성이냐 반대냐를 말하기 전에 먼저 그 의견 속에 들어 있는 그 사람의 느낌과 욕구가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하자.
8. 누군가에게 “아니오”라고 거절하기 전에, 먼저 이 거절이 나의 어떤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인지 얘기하자.
9. 감정이 상하게 되면 내 감정이 상한 것이 누구 탓이고 누구의 잘못인지를 생각하기보다는 지금 나의 어떤 욕구가 충족되지 않고 있으며 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자.
10. 누군가를 칭찬하거나 칭송의 말을 하기보다는 그 사람의 행위가 나의 어떤 욕구를 만족시켜 주었는지를 표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