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화요살롱]나무 이야기
오피니언

[화요살롱]나무 이야기

양산시민신문 기자 358호 입력 2010/12/07 09:32 수정 2010.12.07 09:31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자신의 잎을 떨구는 지혜

젊은 백수들 눈에 어리는데

자리 보전만 능사 아닐 것

미래 일꾼 위해 희생도



 
↑↑ 신민생
양산대학 조선해양시운전과 교수
ⓒ 양산시민신문 
해마다 가을이면 우리나라의 유명산들은 고운 색으로 몸단장하고 등산객을 부른다. 금수강산이라는 말이 헛되지 않게 전국의 산들은 북에서 남으로 고운 색의 옷을 갈아입으면서 그 자태를 뽐낸다. 올해는 유난히 단풍이 좋았다고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칭찬을 하지만 어느새 곱던 단풍잎들은 하나 둘 낙엽이 되어 차가운 땅바닥에 뒹구는 신세가 되고 있다.

사람도 태어나면 언젠가는 죽을 것인데, 유행가 가사처럼 백년도 살기 힘든 세상을 천년을 살 것처럼 욕심을 부리고 살고 있는데, 나무는 한해도 버티지 않고 자신의 잎을 버린다. 푸른 잎으로 몇 년을 나는 나무가 있지만, 대부분의 나무들은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서 자신의 잎을 버리는 지혜를 발휘한다.

추운 겨울 동안 많은 잎을 가지고서는 월동할 수 없기 때문에 여름의 무성한 잎, 가을의 곱던 단풍을 과감하게 버리고 겨울을 나면서 다가올 봄을 위한 준비를 한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인간보다 현명하게 자연에 순응하여 자신을 버릴 줄 안다. 우리 인간들은 나무보다도 못한 어리석은 행동을 수시로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집을 지으면 안 되는 저지대에 집도 짓고, 다리도 놓고, 길도 만들어서 매년 여름이면 수해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이러한 일들은 인간이 자연을 무시해서 당하는 인재로서 천재라고 할 수가 없는 일이다.
전국의 유명 사찰에 가면 일주문이 있는데 기둥이 일자로 서 있는 이 문은 아무리 큰 태풍이 불어도 넘어지지 않고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것은 일주문을 튼튼하게 잘 지어서가 아니라 바람이 올 수 없는 장소에 문을 세웠기 때문이다.

새들은 비바람에 견딜 수 있고, 햇볕이 잘 드는 남향에다 집을 짓는다고 한다. 사람들이 많이 먹는다고 비웃는 동물이 돼지인데, 실제 돼지는 전혀 과식을 하지 않는데 비해 사람들이 많이 먹고 탈이 난다. 맛있는 음식을 사람들이 많이 먹고 소화제를 찾고 있는 것은 인간들의 어리석음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어른들은 아이에게 몰라서 못하는 것보다 알면서 하지 않는 것을 더 나쁘다고 가르친다.

남북분단의 아픔이 벌써 육십년이 지났는데 연평도에서는 포탄이 터지는 전쟁을 방불케 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고, 한국과 미국의 군인들이 군사훈련을 하느라 바쁘다. 북한은 3대 세습을 위해 20대의 청년이 권력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아버지가 최고 권력자라는 것만 가지고서도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약관의 청년이 권력을 승계할 수 있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유신시절에는 김일성 이름만 얘기해도 잡혀갔지만 이제는 북한의 사정을 알고서 비아냥거릴 수 있으니 정말 좋은 세상이 된 것 같다.

현대 자동차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이 있지만, 법원의 판결은 무시되고 있고, 재벌은 근본적인 해결을 하려하지 않고 있으면서 생산손실에 대해서만 보도가 되고 있다. 가진 자들은 더 가지고 싶고, 비정규직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국가도 해결을 못하는 어려운 직업이 되고 있다.

이태백이라는 우스개 얘기가 현실인 오늘날, 아버지가 최고 권력자이면 아들도 최고 권력자가 될 수 있고, 아버지가 재벌이면 그 자식은 최고 경영자가 될 수 있는 일들이 이 지구상 아니 한반도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자신의 능력을 정확하게 평가받고 합당한 자리를 차지한다면 재벌의 아들이 최고 경영자가 되는 것에 뭐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국내 굴지의 재벌 2세들은 투자실패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 하고 있고, 경기도 평택에 있는 모 고등학교에는 자신이 설립한 고등학교에 40세에 교장이 되어 82세가 될 때까지 42년간 교장을 하면서 국민의 혈세로 연봉 8천이 넘는 8순 노인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42년 보다 더 많은 52년 동안 교장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사오정이라는 45세 정년은 일반 직장인들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현실일 수밖에 없다. 국공립학교 교장은 감히 생각할 수 없는 특혜로서, 연임을 한다 해도 2회 이상은 불가하고, 비리나 사회적인 물의가 있으면 임기 중 그냥 물러나야만 하고 연임은 꿈도 꾸지 못한다.

돈이라는 큰 힘으로 일반인의 정년을 훨씬 넘긴 나이이지만 자신이 설립한 학교에서 만년교장으로서 자신의 일생을 교장으로 지낼 수 있는 것은 정말 부러워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의 90%는 국가가 아닌 개인이 설립한 교육기관에서 담당을 하고 있고, 중등교육도 사학이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는데, 교육이라는 고귀한 사업이 자신의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변색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신의 욕심보다는 미래의 일꾼을 키우는 일에 일생을 거는 것이 더 보람된 일임을 가슴에 새기고, 추운 겨울을 나기위해 나무는 잎을 버리면서 봄을 기다린다는 지혜를 배워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