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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윤영석의 세계의 도시들⑤]공장지대의 예술 르네상스..
오피니언

[윤영석의 세계의 도시들⑤]공장지대의 예술 르네상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0/12/14 10:26 수정 2010.12.14 10:34
‘프리쉬라벨드메’를 만든 프랑스의 마르세유




 
↑↑ 윤영석
1965년 원동면 생
1993년 행정고등고시 합격
서울특별시 마케팅담당관
아시아도시연맹 이사장(현)
북경대 국제관계연구원 방문학자(현)
중국전매대 객좌교수(현)
ⓒ 양산시민신문 
지중해의 쪽빛 바다가 빛나는 마르세유(Marseille)는 프랑스 남부의 항구도시이다. 이곳의 역사는 그리스의 식민지였던 2천6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도시가 유명하게 된 것은 세계 최초의 영화인 ‘시오타역으로 들어오는 기차’를 비롯한 수많은 영화들의 무대가 된 곳이기 때문이다. 마르세유에는 인구 80만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태리인, 알제리인 등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있어 가장 프랑스답지 않은 도시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이 지역은 전통적으로 조선, 기계, 화학 등 제조업이 발달하였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유럽의 제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하면서 마르세유도 높은 실업률과 범죄 등 각종 도시문제로 몸살을 앓게 되었다. 특히, 생 샤를 기차역 인근의 ‘벨드메(la Belle de Mai)’ 지역은 1886년에 세워진 전체 면적 3만7천평 규모의 국영 담배공장이 1988년 문을 닫으면서 도심 속의 폐허로 변해 버렸다.


폐허가 된 공장지대를 재탄생시킨 예술의 힘


이 폐허를 희망으로 만든 생명의 빛은 예술가들의 창작에 대한 열정에서 비롯되었다. 1991년 지역의 연극단인 ‘프리쉬 테아르트’를 필두로 각종 예술단체들이 빈 공장에 들어가 작업을 시작했고, 1992년 마르세유 시정부는 이 공장을 매입하여 예술가들에게 작업공간으로 저렴하게 임대했다.
이후 점점 더 많은 예술가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문화예술 중심지로 탈바꿈했고 이름도 ‘프리쉬라벨드메’로 바뀌었다.

필자가 방문한 2009년 봄의 ‘프리쉬라벨드메’는 세 개의 공간으로 나뉜 대규모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해 있었다. 1구역에는 도시유적 전시시설이, 2구역에는 멀티미디어 콘텐츠 제작시설이 있으며, 3구역에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작가 1천여명의 작업 및 전시공간이 있었다. 이곳에는 연간 130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하고 있으며 이곳을 운영하는 직원만 400명이 넘는 거대한 문화예술 클러스터가 된 것이다.

‘프리쉬라벨드메’는 프랑스 인기 텔레비전 드라마의 무대가 되어 최근에 더 큰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 지역이 예술의 명소가 됨으로써 마르세유는 항구도시의 브랜드로부터 문화예술의 중심도시라는 창의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었으며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고 전 세계 예술가들로부터 주목 받는 도시가 되었다.

도시는 유기체와 같은 것이다. 도시 내부적으로 공간과 기능의 재배치가 영속적으로 일어난다. 번성하던 곳이 뒷골목처럼 전락하기도 하고, 변두리였던 곳이 중심지로 부상하기도 한다. 지역정부는 공간과 기능의 재배치에 따라 시민들이 겪는 고충을 완화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양산 구도심 부활을 위한 문화적 접근 필요


과거 우리 양산의 중심지였던 구도심의 침체가 근래에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신도시 개발로 중심상권이 신도시로 대거 이동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 구도심 살리기는 도시전체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꼭 해결해야 할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구도심의 공동화를 막기 위해 산업, 교육, 복지시설 등의 확충과 함께 문화예술적인 접근방법도 매우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구도심에는 양산의 오랜 역사가 녹아 있으며 사람들의 정감이 묻어 있는 공간이 많다. 문화예술은 이야기가 있고 사람의 체취가 느껴지는 곳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구도심의 일정한 구역을 문화예술의 거리로 정하고 비어 있는 가게나 사무실을 지역정부가 임대하거나 매입하여 예술가들에게 창작 및 전시의 공간으로 제공한다면 ‘프리쉬라벨드메’처럼 국내외의 많은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문화예술의 거리가 될 수 있다.

부산이나 울산 등 주변도시에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의 거리가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우리 양산에서 이를 추진할 경우 동남권의 예술중심으로서 전국적인 명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예술가들이 모여 창작과 전시를 하는 공간을 조성하는 방법은 경기도 파주에 있는 ‘헤이리’와 같은 방식과 마르세유의 ‘프리쉬라벨드메’와 같은 방식이 있을 수 있다. ‘프리쉬라벨드메’ 방식은 서울의 문래동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철공소가 밀집한 지역이었던 문래동의 철공소들이 하나 둘 서울 외곽으로 이주함에 따라 비게 된 공간들을 예술가들이 채워 간 것이다. 현재 문래동 철공소 거리에는 100여개의 공간에서 170여 예술가들이 창작의 열정을 쏟고 있다.

우리 양산에서도 예술인촌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 하북면의 한송예술인촌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파주의 헤이리처럼 경치 좋은 공간에 예술가들을 위한 작업 및 전시공간을 대규모로 건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방법은 새로운 건축을 위한 많은 예산이 들고 시민들과 관람객들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프리쉬라벨드메’나 문래동 예술인 거리와 같이 기존의 도시공간을 활용하여 예술가들의 창작을 위한 공간으로 제공한다면 훨씬 더 적은 예산으로 예술인 거리를 만들 수 있고 또한 주변지역의 상권을 살리고 공동화된 도시공간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다. 우리 시민들의 삶 속에서 물처럼 흐르는 문화예술 환경을 만들어 구도심을 예술의 향기가 넘치고 관광객들의 발길이 모여드는 공간으로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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