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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한국말로 전하는 그녀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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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로 전하는 그녀들의 이야기

박미소 기자 althzzz@ysnews.co.kr 입력 2010/12/28 10:20 수정 2010.12.28 11:29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한국어말하기 대회 열려



ⓒ 양산시민신문


“한구(한국)말은 바음(발음) 하는 것이 너무나 어려워요. 그래서 배우기가 너무 힘들어요”

지난 21일 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이지연)에서 한글교실 2학기 종강식과 함께 ‘한글교실 말하기대회’가 열려 학생들이 그동안 꾸준히 배웠던 한국어로 한국에서의 생활을 표현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신청한 여성들은 모두 11명으로 2006년에 입학한 학생부터 지난 8월에 입소한 여성까지 다양하게 참가했다.

첫 발표자로 나선 필리핀 출신 제니퍼 (24) 씨는 한국남편을 만나 한국에 온 지 4개월밖에 안됐음에도 불구하고 유창한 한국말 실력을 뽐내며 발표를 시작했다. 첫 발표라 수줍어하던 모습과는 달리 발표에 들어가니 당당하게 자기 소개를 하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나갔다.

제니퍼 씨를 시작으로 아는 이 하나 없는 이국 땅에 시집와 눈물 흘리기도 하고 웃기도 했던 그녀들은 한국에서의 생활을 솔직하게 풀어나갔다. 문화적 차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발표하며 눈물을 훔치는 발표자로 인해 잠시 숙연해지기도 했지만 남편의 사랑을 자랑하며 이내 밝은 표정으로 발표를 마무리해 큰 박수를 받았다.

특히 발표 중 마리벨 씨는 김범수의 ‘보고싶다’를 열창해 고향에 대한 애절함을 담아 호응을 얻었다. 고향에 있는 가족들이 보고 싶다는 마리벨 씨는 “보고싶다 노래의 가사가 내 심정을 표현해주는 것 같아서 무척 좋아한다”며 “남편도 이 노래를 좋아해서 함께 연습했다”고 말했다.

발표자들은 서툰 한국말로 발표하면서 실수도 연발했지만 친구들의 격려와 큰 박수소리에 힘입어 발표를 무사히 끝냈다.

발표회가 끝나고 육아반 학생들과 강사와 함께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수화로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또 ‘그대 없이는 못 살아’를 음악교실 학생들과 강사가 율동과 함께 노래를 불러 보던 이들에게 큰 웃음을 줬다.

이번 대회는 한국에 머문 기간과 비례해 발음과 명확한 주제를 심사기준으로 삼아 하늘상, 태양상, 바다상이 시상됐다.

온지 4개월밖에 되지 않은 필리핀 출신 제니퍼 씨가 하늘상, 베트남출신 레티미토 씨가 태양상, 중국출신 이효나 씨가 바다상을 차지했으며 한 해 동안 한국어 수업에 빠지지 않은 학생들에게 개근상을 수여했다.
이지연 센터장은 “다문화 센터는 가족 같은 곳이다. 힘들거나 속상할 때 수다 떨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2011년에는 하고 싶은 것 다 이루길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 수상자들 한 마디

ⓒ 양산시민신문


하늘상 제니퍼(24, 필리핀, 사진왼쪽)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말과 음식이 달라서 많이 낯설고 어려웠지만 남편이 한국어와 문화에 대해 잘 가르쳐줘서 지금은 괜찮습니다. 만약 시부모님과 함께 산다면 한국 생활에 관해 더 배울 수 있을텐데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나서 가슴이 아파요. 하지만 좋은 선생님과 친구들, 가족이 있기에 너무 행복합니다”

태양상 레티미토 (24, 베트남, 사진 오른쪽)

“우리 결혼 이민자 여성들은 한국에 오면 한 번 더 새롭게 태어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아기가 아니지만 어떤 면에서는 아이보다 아주 못 할 정도였어요. 처음 몇 달 동안 너무 외롭고 힘들어 울기도 했지만 지금은 한국에 대해 열심히 공부해 성장을 했어요. 우리 모두 힘들지만 열심히 노력해 행복하고 멋진 어른이 되어 한국에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바다상 이효나 (26, 중국, 사진 가운데)

“저는 어릴 때부터 발표도 못하는 겁쟁이였습니다. 지난 달 다문화가족센터에서 친정언니 결연식 때 인사말을 해야 했는데 너무 떨리고 불안하고 겁이 났습니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잘 하고 싶어 열심히 연습했고, 무사히 인사말을 마친 뒤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모든 일을 생각만 하지 말고 용기를 내서 자신을 믿고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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