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지역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고등학교 진학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그동안 양산지역 학력우수 학생들은 특정 고교에 편중되거나 양산을 벗어나 특목고, 자율고 등 타 지역으로 유출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는 양산 전역 고등학교에 고루 진학하는 현상을 보였다. 이는 최근 수시모집 확대, 입학사정관제 도입 등 대입제도가 변화하면서 내신관리를 위한 전략적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현상으로 인해 양산교육계에서는 한 때 잠잠했던 고교 평준화 도입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고교 선택의 다양성을 위한 전문계고의 필요성도 또 다시 제기되고 있다. ⓒ 양산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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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우수 학생,
양산 전역 고교로 고루 분포
변화하는 대입전형에 맞춰
전략적 소신지원 분석
2011학년도 양산지역 고등학교 원서접수가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시작해 30일까지 진행됐다.
양산교육지원청과 일선 고교에 따르면 양산지역 중학교 3학년 학생 3천693명 가운데 3천249명이 양산지역 내 일반계 고교에 진학했다. 나머지 434명은 특목고, 자율고, 전문계고 등 타지역 학교에 진학한 반면, 타 지역 중학생 293명이 양산지역으로 유입되는 현상도 보였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통계는 중학교 내신 상위권 학생들이 양산 전역 고등학교에 고루 진학했다는 점이다.
양산지역 중학생 내신성적 분포도에 따른 고교 진학을 살펴보면 내신 30% 이내 상위권 학생 1천12명이 양산 일반계 고교 10곳(경남외고 제외)에 고루 진학했다. 그동안 내신 30% 이내 상위권 학생이 10명도 채 되지 않았던 한 고등학교도 올해는 42명이 진학했고, 20명 내외에 그쳤던 한 고등학교는 올해 100여명에 달했다.
내신 5% 이내의 최상위권 학생들 역시 특정학교로 편중되는 현상이 완화됐다. 특히 올해는 2강 5중 구도의 진학 분포를 보여 양산고교의 지각변동이 일어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변화하고 있는 대학입시제도 때문이다.
수시모집 확대로 내신성적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최상위권 중학생들이 전략적 소신지원이 많아졌다. 또한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과 국립대학의 농어촌특별전형에 비교적 유리한 고교를 선호하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입학사정관제 도입으로 자기추천 전형, 글로벌리더 전형, 논술우수자 전형 등 대입전형이 세분화되면서 교과 성적뿐 아니라 비교과활동이 강조되고 있는 점도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학교서열화 없애는
‘고교 평준화’ 도입 제기
양산교육계 일각
“하향 평준화 우려된다” 주장
올해 고교진학 분석이 나오면서 일선 고교를 비롯한 양산교육계에서 ‘고교 평준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현재 양산은 고교 비평준화 지역으로 중학교 내신성적순으로 합격당락이 결정되고 있다. 때문에 성적 우수학생들의 진학 정도가 고교를 평가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반면 고교 평준화는 선지원후추첨으로 학교 차원의 선택이 없어진 제도를 말한다. 다시 말해 학생들이 희망하는 학교에 선지원하고 성적과 상관없이 일명 ‘뺑뺑이’를 통해 후추첨하는 것으로, 1974년 서울과 부산에서 처음 시작됐다.
양산교육계 일각에서는 양산교육 선진화를 위한 고교 평준화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경남지역 내 고교 평준화가 시행되고 있는 곳은 창원, 마산, 진주, 김해 등 모두 4곳이다. 인구 수, 세 수 등은 물론 교육인프라가 양산보다 풍부한 지자체들인 만큼 교육선진화를 위해서는 이들 지자체들처럼 고교 평준화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고교 교사는 “양산지역 고교 서열구도가 없어지고 있는 이 시점이 고교 평준화 제도를 도입하는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또한 과열된 고교 진학경쟁에서 탈피해 중학교에서 학생들의 자기계발과 창의력 교육에 매진한다면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는 최근 대입전형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의 하향평준화, 학생의 학교선택권 제한, 교육의 획일화 등의 이유로 평준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학교장은 “현재 학생들은 희망하는 학교 진학을 위해 성적향상에 매진하고, 일선 고교는 우수한 학생들을 많이 유치하는 명문고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며 “양산시 역시 우수고교 육성을 위해 막대한 예산지원까지 약속한 상황에서 평준화 도입은 양산교육계에 찬물을 끼얹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매년 타지역 전문계고
유출되는 학생 증가
학교선택권 확대 위한
전문계고 신설 필요
전문계고 진학률 역시 올해 고교진학 현황에서 주목해야 할 수치다.
올해 타 지역 진학자 434명 가운데 81%(355명)가 특목고와 자율고 등 일반계고가 아닌 전문계고로 진학했다. 이같은 현상은 비단 올해뿐이 아니다. 2007년 299명, 2008년 258명, 2009년 419명, 2010년 396명 그리고 올해 355명 등 매년 고교 한 곳의 신입생수 만큼의 학생들이 전문계고에 진학하고 있다.
이처럼 매년 전문계고 진학을 위해 양산을 빠져나가는 학생이 증가하면서 학교선택권의 다양성과 인재유출을 막는 차원에서 전문계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양산지역 유일한 전문계반인 양산여고 정보반이 폐지되면서 전문계고를 희망하는 학생들의 선택권이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한 교육관계자는 “사회에 필요한 기능인력이 되고자 하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양산을 떠나는 것 역시 인재유출임에 틀림없다”며 “그동안 수요가 없어 전문계고 신설이 불가하다는 교육기관의 설명이 있어 왔는데, 이번 기회에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정확한 진학 희망조사를 다시금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학부모 역시 “현재 진주 5곳, 김해 4곳, 창원ㆍ마산 3곳 등 양산과 하동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전문계고가 2곳 이상 있다”며 “양산도 수천개에 달하는 중소기업이 산재해 있어 공업계 고교가 필요하고, 부산대병원ㆍ지역대학 간호학과 등과 연계한 간호전문고교 등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덧붙여 “전문계고가 특화된 산업수요와 연계해 미래의 기술 명장을 양성하기 위한 마이스터고로 탄생한다면 양산을 대표하는 또 다른 명문고로 육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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