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임양수, 이이조, 반칸바트, 춤먕, 임진호, 바트리나트 씨. |
ⓒ 양산시민신문 |
“막내딸 보내놓고 얼마나 그리웠을까”
임 씨 부부는 작년 2월 캄보디아서 결혼식을 올린 후 6월에 한국서 신혼살림을 꾸렸다. 바트리나트 씨는 한국에 들어온 이후 하루에 한두 번씩 꼭 안부 전화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임 씨 어머니 이이조(62) 씨는 전화로 안부를 전하는 며느리가 항상 안쓰러웠다. 이는 캄보디아에서 마음고생하고 있을 사돈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졌다. 이 씨는 딸과 헤어진 안타까운 심정을 부모로서 공감한다고 말했다.
“나도 자식이 객지에 나가 있으면 어찌 지내는지 걱정이 되는데 하물며 낯선 땅에 보내놓은 사돈은 얼마나 마음이 아팠겠냐. 지내는 모습을 보고 나면 사돈도 마음이 한결 편하지 않겠나 싶더라”
이 씨는 우선 작년 10월 두 번째 결혼식을 계기로 사돈을 한 달 일정으로 초청했다. 후덥지근한 캄보디아와는 다른 날씨 때문에 오랜 기간 머물지 못할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잘 적응한 데다 서로를 알아가기에 한 달은 너무 짧아 기간을 두 달 더 연장한 것. 이 씨는 석 달 동안 옆에서 지켜보면서 가슴 아픈 순간이 많았다고 말한다.
“얼마 전에 방이 얼마나 따뜻한 지 보려고 사돈 방엘 들어갔는데, 가운데를 비워놓고 누워있더라. 리나 자리라며. 캄보디아에서 항상 가운데 리나가 누웠다고 하대. 이토록 애지중지 키운 막내딸을 낯선 땅에 보내놓고 마음 편히 잘 수도 없었을 것이야”
서로 다른 문화권, 불편하진 않아
문화가 다른 외국인 사돈이 ‘한가족’으로 지낼 수 있었던 데는 며느리 바트리나트 씨의 노력이 컸다. 바트리나트 씨가 문화적 차이를 캄보디아 부모님에게 알려줬기 때문. 캄보디아는 습하고 더운 날씨 때문에 얇고 가벼운 옷을 주로 입어 한국인들이 다소 꺼릴 수 있는 문화적 특징이 있다. 하지만 이 씨 가족은 차이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또한 캄보디아서 애연가였던 반칸바트(62) 씨는 한국에 와서는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는다. 시댁에 담배 피우는 사람이 없다고 귀띔해줬기 때문이다.
바트리나트 씨의 역할은 또 있다. 양가 가족들 사이에서 통역을 해주는 것. 그래서 가족들은 의사소통하는 데 큰 불편함이 없다. 바트리나트 씨는 한국에 오기 전부터 한글 공부를 시작했고 다문화센터 도움을 받아 한국어 실력이 상당하다. 이 씨는 이런 며느리가 대견하고 영특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올해부터는 한국어 실력도 키우고 아이가 태어났을 때 교육의 어려움을 덜 수 있도록 동화책을 선물하는 등 며느리의 한국어 공부를 꾸준히 도와줄 예정이다.
“항상 고맙고도 미안한 마음”
이달 27일, 바트리나트 씨의 부모는 캄보디아로 떠난다. 갑자기 추워진 한국 날씨로 인해 반칸바트 씨의 건강이 좋지 않은 데다 법적 체류기간이 3개월이기 때문. 대신 바트리나트 씨의 출산 일정에 맞춰 어머니 춤먕(55) 씨가 다시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다. 바트리타트 씨의 산후조리 등을 직접 도와줄 수 있도록 이 씨가 배려한 것. 또한 이 씨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바트리나트 씨의 둘째 언니가 경제적 어려움을 덜 수 있도록 한국에 초청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런 한국 가족들의 배려에 반칸바트 씨와 춤먕 씨는 “딸과 함께 지낼 수 있어서 항상 고맙고도 미안하다”며 한국 사돈에게 대한 마음을 바트리나트 씨를 통해 전했다. 바트리나트 씨도 시댁 식구들에게 부모님과 같이 지낼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특히 자신의 부모 때문에 친구 집에 신세 지고 있는 시동생에게는 미안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나라도, 언어도, 문화도 다른 외국인 사돈과 석 달 동안 지내면서 불편하기는커녕 오히려 하루하루가 행복하다는 이들 가족. 이제 보름 후로 다가온 이별을 앞에 둔 이들 얼굴에는 아쉬움이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