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력의 특급호텔 총주방장, 32세에 시작한 중ㆍ고등 검정고시, 47세에 방송통신대학 졸업, 52세에 대학교수로의 변신…. 흡사 한편의 드라마와 같은 삶을 살아온 주인공은 바로 양산대학 호텔외식조리계열 학과장 강무근 교수(61)다.
빈농의 자식으로 태어나 초등학교 학력만으로 국내 유수의 호텔 총주방장을 거쳐 만학도의 꿈을 불태우며 대학교수로 변신, 후학들의 길잡이가 되어 주고 있는 그의 40년 조리인생을 들여다본다.
![]() |
ⓒ 양산시민신문 |
----------------------------
강 교수의 요리는 한마디로 아름답다. 그는 단지 입으로 즐기는 맛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시각적인 아름다움도 선물한다. 신선한 재료와 기술의 향연을 통한 맛은 물론 눈을 통한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 ‘맛의 마술사’로 평가받고 있다.
초등졸업 후 ‘배고파서’ 조리보조 시작
특급호텔 총주방장 거쳐 대학교수
많은 수식어를 남기며 국내 조리계의 일인자로 손꼽힌 강 교수의 40여년 조리인생의 출발은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
충남 논산에서 4남 1녀 중 넷째로 태어나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에 중학교 시험에 합격하고도 진학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리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 배 곯지는 않겠구나 싶어 들어간 음식점 주방보조. 그 게 40년 외길인생의 시작이었다.
서울 국제호텔, 로얄호텔 등에서 조리보조로 일하다 78년 롯데호텔 부주방장으로 입사, 본격적인 조리사의 행보가 시작됐다.
82년 드디어 인생역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멤버십으로 운영되는 프랑스식 레스토랑 롯데 ‘메트로폴리탄 클럽’의 최연소 주방장으로 발탁된 것. 그의 나이 29세였다.
이후 88서울올림픽 산실로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설립한 올림픽파크텔 초대 주방장을 거쳐 98년 부산롯데호텔 조리부장으로 승진하고 비로소 총주방장에 도달했다. 그의 화려한 요리경력은 세간에 화제를 뿌렸고, 양산대학 교수로 임용되는 계기도 마련했다.
그를 키운 건 재능이었을까. 노력이었을까.
처음 호텔 주방보조시절, 영어 알파벳을 알지 못해 수입 식자재를 구분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엄격한 내부규율로 주방 청소와 선배들 속옷빨래까지 도맡아 한 그였지만 자정이 넘으면 어김없이 이불 속에 전구를 넣고 영어공부에 매진했다.
이런 그의 학구열을 더욱 자극시켰던 계기가 있었다. 메트로폴리탄 클럽 주방장 시설 롯데 관리자 승진시험에 응시했다. 기술직이면서 초등학력이 고작이었기에 주위의 비아냥거림을 살 수밖에 없었다. 악착같이 공부했다. 공고된 참고도서는 그야말로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달달 외웠다. 300점 만점에 290점. 차석으로 당당히 승진시험에 합격한 것이다.
![]() |
ⓒ 양산시민신문 |
초등졸업 16년 만에 중ㆍ고등 검정고시
남다른 학구열로 당당히 박사학위 취득
그때부터 못 다한 학업의 꿈을 이루기 시작했다. 강 교수의 생활에는 오로지 ‘요리’와 ‘공부’ 두 가지 뿐이었다. 중ㆍ고등 검정고시를 치르고 95년 한국방송통신대학까지 졸업했다. 2001년 양산대학 호텔조리과 부교수로 임용된 이후에도 동아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학위, 경주대학교 대학원 관광학 박사학위 취득 등 끊임없이 공부했다.
강 교수의 재능은 조리업계의 마에스트로로 인정받게 했고, 그의 노력은 그 성장에 박차를 가하는 페달이었음에 틀림없다.
현장실무에서 물러난 강 교수는 조리사를 꿈꾸는 후학들에게 진정한 조리사의 길을 알려주고 있다.
현재 양산대학 호텔외식조리계열 학과장을 맡으며 퓨전ㆍ웰빙푸드와 푸드코디네이션, 일식조리 등 여러 분야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학교재를 포함해 쿠킹아트, 이탈리아조리실무, 서양요리 등 요리에 관한 많은 저술을 편찬했고, 자신이 직접 강무근 요리교실(http://kmk.yangsan.ac.kr)를 제작해 학생들이 요리에 관한 정보를 쉽고 편리하게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강 교수의 열정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학생들을 이끌고 각종 요리경연대회에 참여해 세계요리대회 단체금상 2연패를 달성했고, 2008년부터 매년 부ㆍ울ㆍ경 고교 학생들에게 전문 요리인의 꿈을 키워주는 ‘양산대학장배 창작요리 경연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일본에서 ‘한국죽의 우수성’을 주제로 강연을 펼쳐 우리나라 죽의 우수성과 다각적인 효능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대학서 조리사를 꿈꾸는 후학 양성
“꿈 이룬 과정을 자서전으로 편찬할 터 ”
이처럼 식을 줄 모르는 열정 탓인지 강 교수는 학생들 사이에 ‘화타’로 불리며 양산대학의 명물이 되어 있다. 백발과 함께 실습시간에 실수를 할 경우 어김없이 회초리가 날아오기 때문에 ‘White Tiger’를 줄여 부른 별명이다.
다른 요리사들의 선망의 위치인 특급호텔 총주방장에 올랐고, 현장에서 물러나 대학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는 존경받는 교육자의 길을 걷고 있는 강 교수. 이미 많은 것을 이룬 그는 이제 어떤 또 다른 꿈을 꾸고 있을까.
“내 삶이 모범답안은 절대 아니다. 어찌보면 드러내고 싶지 않은 창피한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남들이 말하는 소위 ‘짧은 가방끈’을 가지고 시기와 질투를 한 몸에 받으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꿈’ 오로지 이것 하나였다. 내가 꿈을 이루는 과정을 책으로 펼쳐 꿈을 꾸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 |
ⓒ 양산시민신문 |
![]() |
ⓒ 양산시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