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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빛과소금]마음이 담긴 천도복숭아 선물..
오피니언

[빛과소금]마음이 담긴 천도복숭아 선물

양산시민신문 기자 365호 입력 2011/01/25 11:31 수정 2011.01.25 11:31



 
↑↑ 강진상 목사
평산교회
ⓒ 양산시민신문 
일제 강점기에 서양화가로 유명한 이중섭(1916~1956) 화백의 일화이다.

그의 절친한 친구 구상이 병원에 입원했는데, 며칠이 지나도록 문병을 가질 않았다. 며칠 후에서야 이 화백이 나타났다.

구상은 반색을 하며 말했다.

“이 사람아, 왜 이제야 오는가?”
“미안해. 벌써 찾아오려고 했지만 빈손으로 올 수 있어야지”
“그게 무슨 소리야! 빈손으로 오면 어때서. 자네가 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인데”

당시 예술가들은 날마다 끼니 걱정을 하며 살았다. 이중섭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다 허물어져가는 판잣집에 살며 부두에 나가 짐을 나르는 일을 하며 목숨을 연명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정을 아는 친구는 서로의 처지를 뻔히 아는 죽마고우이거늘 빈손으로 오면 어떠냐고 짐짓 나무랬다.

그때 이중섭 화백은 들고 온 꾸러미를 친구에게 멋쩍은 듯 내밀었다.

“내 정성일세. 실은 이걸 갖고 오느라고 늦었네. 별거 아니지만 받아주게나”

구상은 꾸러미를 풀어보고 어리둥절했다. 그림이었다.

“아니, 이게 무슨 그림인가?”
“천도(天桃)를 그린거야. 천도복숭아를 먹으면 무병장수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니 마음으로라도 이걸 먹고 얼른 일어나게”

구상은 그 그림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이중섭 화백이 과일을 사다 줄 돈이 없어서 천도복숭아를 그려 갖고 온 것이다. 그 마음은 천도복숭아 몇 트럭보다도 더 아름답고 귀중한 것이었다. 분명히 그것은 구상의 마음에 영원히 남는 최상의 선물이었을 것이다.

그렇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의 주고받음이다. 설 명절을 앞두고 선물들 때문에 걱정들이다. 그러나 진정한 선물은 마음이 담긴 정성이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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