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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희숙 양산대학 유아교육과 교수 | ||
ⓒ 양산시민신문 |
“고객님이 주문하신 나이 한살이 배송완료 되었습니다. 반품불가! 날마다 행복하소서”라는 문구에 “반품을 받아주면 안되겠습니까? 감사합니다”는 답장을 적어놓고 차마 보내지 못했다.
세상 이치가 달은 차면 기울고 해가 바뀌면 한 살 더 먹는 게 순리인 것을 설날에 떡국 한 그릇 먹는 것을 거부한다고 나이를 가지고 오는 세월을 거스를 자가 어디 있겠는가. 설날이 오면 우리 조상의 풍습에 따라 떡국을 한 그릇 맛있게 먹으면서 초연하게 한 살 더 먹자. 받아들인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계절과 자연의 순리에 따르며 순응 하는 법으로 세시풍속(歲時風俗) 즉, 미풍양속을 만들어 지켜왔다. 세시풍속이란 일 년을 주기로 계절에 따라 관습적으로 되풀이 되는 생활 방식들을 말한다.
세시풍속놀이는 절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그것이 휴식을 주는 동시에 내일을 위한 재창조를 길러준다. 평소의 일손을 놓고 시절 음식을 먹으며, 새 옷을 갈아입고 가족이나 마을 단위에 축제를 지내기도 한다. 이는 생활의 활기를 줄 뿐만 아니라 소속 집단 나름의 사회적 결합을 재확인 시키는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설이란 새해의 첫 날로서 원일(元日), 원단(元旦), 세초(歲初), 세수(歲首), 정조(正朝), 세시(歲時), 연두(年頭), 연시(年始)등의 한자어로도 불린다. 섣달 그믐날인 설날 전날은 까치 설 또는 작은설이라 했다. 이는 윤극영 작사ㆍ곡의 동요 ‘설날’에서도 세시풍속을 잘 알 수 있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들이고 새로 사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우리 언니 저고리 노랑저고리, 여기서 어린 시절 성년이 되기까지 노랑저고리와 붉은 치마를 입었던 모습을 알 수 있고, 돌 복으로 입은 오방색의 색동옷을 입은 설빔을 알 수 있다.
남녀노소 모두 깨끗이 새 옷을 갈아입고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며, 성묘를 하고, 웃어른들께 새해 인사로 세배를 한다.
세배를 드릴 때 어른들의 “공부 잘해라”, “만사형통 해라”, “소원 성취하시게” 등 많은 덕담으로 화답을 한다. 이와 같이 세배는 새해를 축하하고 감사하는 의례이다.
또 설날에 먹는 음식을 세찬이라 했으며, 주로 떡국이나 만두국 등을 먹었으며, 설날에 ‘떡국 한 그릇 먹어야 한 살을 더 먹는다’고 하여 꼭 먹는 풍속이 있다.
설날 전통 놀이로는 윷놀이, 널뛰기, 팽이치기, 연날리기, 제기차기, 칠교놀이, 고누놀이, 사방치기, 비석놀이, 구슬놀이 등이 있다.
윷놀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놀이로 특히 정월 초하루부터 정월 대보름까지 행해진다. 윷놀이는 삼국시대부터 농사의 풍흉을 점치고 개인적으로는 한 해의 길흉을 점치는 점술도구로 시작되어 고려시대 조선시대로 이어지면서 점차 놀이로 변화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또 일 년 중 달이 가장 밝다는 정월대보름날을 한자어로는 상원(上元)이라고 한다. 삼원(1월 15일 상원, 7월 15일 중원, 10월 15일 하원)중 으뜸이라 하여 태고적 풍속은 대보름을 설처럼 여기기도 하였다.
조선후기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의하면 대보름에도 섣달 그믐날의 수세(守歲)하는 풍속과 같이 온 집안에 등불을 켜놓고 밤을 세운다는 기록이 있다. 지방마다 차이는 있지만 오늘날 우리 마을에서도 보름날 자정을 전후로 마을 공동제의로 동제(洞祭)를 지낸다. 정결한 사람을 제관으로 선출하고 풍요로운 생산과 마을의 평안을 축원하며 풍요 다산을 기원한다.
보름날 새벽에는 ‘부럼’이라고 하여 밤, 호두, 잣, 땅콩 등을 깨물어 먹으면 그 해에는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고 하였고, 아침 일찍 일어나 상대방 이름을 부르면서 ‘내 더위 다 가져가라’고 하며 더위를 팔면 그 해 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아침에는 귀밝이술이라 하여 데우지 않은 찬 청주 한잔 마시면 귀가 밝아지고 일 년 동안 즐거운 소식이 온다고 한다. 음식으로는 약반으로 오곡밥과 여러 가지 나물로 반찬을 만들어 먹는다.
달맞이는 뒷동산에 올라가서 보름달이 뜨는 것을 보면서 소원을 빌면 소원성취 한다고 믿었던 풍습이다.
또 지신밟기라 하여 동네 풍물패를 동원하여 집집마다 다니면서 지신에게는 인사를 드리고, 나쁜 귀신을 몰아내는 풍습이 있다.
그 밖에도 달집태우기, 줄다리기, 횃불싸움, 고싸움, 쥐불놀이, 복조리 걸기 등이 있다.
이렇듯 겨울철에 좋은 놀이와 풍습이 많이도 있는데, 우리 사회가 급속도로 산업화 되면서 점차 잊혀지고 사라져 가는 현실이 아쉽다.
가능하다면 다가올 설과 정월대보름에는 컴퓨터에게도 휴식을 주고, 화투도 외출을 보내고, 자동차에게도 휴일을 주면서 가족끼리 세시풍속에 있는 좋은 놀이 하나를 골라 머리를 맞대며 웃음 꽃을 피워보는 뜻 깊은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