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경찰서가 이달 북부동을 떠나 물금신도시로 청사를 이전한다. 이는 전통적으로 양산의 행정중심지였던 원도심의 마지막 남은 관공서가 사라지는 것으로, 주민들의 허탈감이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03년 보건소 이전을 시작으로 양산교육지원청, 3개의 공단(公團), 그리고 경찰서까지…. 그동안 원도심을 지켜온 관공서가 신도시로 하나 둘 빠져나가면서 지역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됐다. 더욱이 원도심의 상징이었던 시외버스터미널마저 이전하고 신ㆍ구도시로 양주동과 중앙동이 분동되면서 20년 이상 영화를 누렸던 원도심의 쇠락이 본격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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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중앙동주민센터인 옛 군청 자리를 중심으로 과거 양산읍성으로 둘러싸인 중앙동 지역은 그야말로 양산의 최대 번화가이자 행정중심지였다.
1980년대 군청과 보건소, 경찰서, 농지개량조합 등 주요 행정기관이 지금의 중앙동주민센터 인근에 모두 몰려있었다. 원도심을 가로지르는 중앙로가 1980년 후반 개설되면서 상가, 은행, 병원 등도 밀집하기 시작했다.
행정기관을 찾는 주민과 잘 짜여진 상권이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키면서 현 경남은행과 옛 버스터미널을 잇는 간선도로는 양산지역 최대 지가를 자랑하는 금싸라기 땅으로 호황을 누렸다.
잇딴 관공서 이전으로 도시 공동화 발생
원도심의 화려했던 20년… 역사 속으로
하지만 1990년대 신도시 조성으로 양산지역에 빠른 도시화의 바람이 불면서 원도심 쇠락은 불가피하게 됐다.
1994년 신도시 1단계 지역 내 시외버스터미널 예정부지가 확정되면서 지역 상권이 급속도로 위축되기 시작했다. 5년 후 신도시 1단계가 완공되면서 관공서 이전준비도 본격화됐다.
우선 보건소가 첫 스타트를 끊었다. 2003년 옛 군청 옆 보건소가 신도시 1단계 내 넓은 청사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주민의 복지서비스와 직결되는 관공서이기에 지역주민들의 박탈감이 상당했다.
2007년 양산교육지원청도 물금읍으로 이전했다. 교육공공기관 이전은 이 일대 학교 학생 수가 감소하는 ‘학교 공동화 현상’과 함께 맞물려 양산교육계의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더욱이 옛 교육지원청사 매각이 늦어지면서 수개월째 빈 청사로 남아있게 돼 원도심 슬럼화를 부추겼다는 비난도 샀다.
관공서 이전 바람은 공단(公團)에도 불었다. 원도심에 위치한 4곳 공단 가운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제외한 국민연금관리공단, 한국산업안전공단, 근로복지공단 등 모두 3곳이 신도시행을 택했다. 이들 공단을 이용하는 하루 평균 200명 내외의 민원인들이 발길을 끊으면서 원도심 공동화가 더욱 가속화됐다.
여기에 수십 년간 원도심을 지켜왔던 시외버스터미널이 신도시로 이전했고, 2009년 주민들의 우려 속에 중앙동 분동이 이뤄지면서 신도시와 원도심의 격차는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벌어지게 됐다.
경찰서 이전… 슬럼화 가속 우려
현 청사 공공용도 활용방안 제기
오는 11일 원도심을 지켜왔던 마지막 관공서인 경찰서가 이전한다. 3일간의 이전준비를 마치면 14일부터는 물금읍 새 청사에서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가게 된다.
이에 원도심에 있는 현재 건물과 부지에 대한 활용방안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경찰서 이전으로 인해 그나마 유지되어 온 상권이 위축되고 도시 슬럼화가 가속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를 공공용도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신도시 3단계 내에 건립 예정인 노인ㆍ장애인전용복지회관이 건설경기 악화로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경찰서 건물을 그대로 활용해 노인전용복지회관으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 옛 교육지원청사 부지에 양산도서관을 이전·확장하자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경찰서를 구도심권 공공도서관으로 리모델링하는 것이 어떠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시청 산하 기관을 모아 제2청사로 신축하자는 의견도 거론되고 있다.
경찰서 부지를 두고 다양한 요구들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가운데, 지난해 8월 나동연 시장은 주민간담회 자리에서 시가 경찰서 부지를 매입해 중앙동주민센터와 양산도서관을 함께 이전하고 이후 중앙동주민센터와 옛 보건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노인·장애인전용복지회관으로 활용하자는 절충안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8월 구성된 원도심 활성화 민간추진위원회에서도 경찰서 부지 활용방안이 심도있게 논의되고 있다. 여기에 발맞춰 시는 경찰서 부지 매입을 장기투자사업으로 추진해 올해 당초 예산 50억원을 확보해 놓은 상황.
한옥문 의원(한나라, 중앙·삼성)은 “원도심 활성화 사업은 신도시가 조성된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논의되는 화두지만 대부분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경찰서 부지 활용방안은 낙후된 원도심을 살리는 첫 수술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과거 행정중심지로 영화를 누렸던 중앙동의 지역적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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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중앙상가상인회
“상업지구에 상권 쇠락은 안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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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유흥업소가 밀집해 있는 1종 상업지구에 복지관, 도서관 등이 들어오면 과연 상호보안적 발전이 가능할까?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양산중앙상가상인회는 경찰서 부지 활용에 있어 반드시 고려돼야 할 점이 바로 지역상권이라고 강조한다.
김남률 회장은 “관공서 이전은 결국 상권 쇠락을 가져온다. 상주인원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민원인들의 출입이 없어지면서 상가들이 하나 둘 무너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상권회복을 위해서는 제2청사 이전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상인회는 지난 2002년 발기한 중앙상가번영회가 모태가 되어 지난해 8월 ‘양산중앙상가상인회’라는 이름으로 새 임원진을 구성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중앙동 일대 209곳 상가가 회원으로 등록돼 있는 상인회는 원도심 활성화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정줄 기획실장은 “2001년을 기점으로 중앙동 상가가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현재는 생계형 상가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원도심 활성화 사업은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때문에 원도심 활성화 사업에 주민들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얼마 전 원도심 활성화 민간추진위에서 실시한 주민설문조사가 상당히 저조한 참여율을 기록했다. 양산시민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다양한 의견이 모아질 수 있도록 회의석상이 아닌 주민공청회 방식으로 더욱더 공론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