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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화요살롱]베풂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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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살롱]베풂의 미학

양산시민신문 기자 366호 입력 2011/02/08 10:34 수정 2011.02.08 10:31



 
↑↑ 강덕구
양산대학 국제비즈니스일어과 교수
ⓒ 양산시민신문 
작년 12월, 10년이 넘도록 나와 함께 20만km 이상을 달려온 정들었던 차가 운명을 달리했다.
오랜 세월 동안 무탈하게 내 곁을 든든히 지켜주었는데, 하나의 물건에 지나지 않지만 이 세상에서 영원히 석별의 정을 나누려고 하니 섭섭하고 눈물이 났다. 이 애절한 석별의 마음도 잠깐, 새해에는 아내의 덕분으로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새 차와 인연을 맺었다. 이처럼 만남과 이별은 삶 속에서 반드시 겪어야 하는 숙명인가 보다.

우리는 새 차와 인연을 맺으면 거주지에 차량등록을 해야 한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번호판도 달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설레는 가슴을 안고 차량등록사무소에 갔다. 차량등록은 자주 하는 일이 아니라 차량등록에 대한 절차나 수속이 생소했다.

먼저 임시번호판을 떼고, 그것을 사무실로 가지고 가서 등록절차를 밟았다. 나는 번호판은 차주가 직접 떼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전문적으로 하는 직원이 있었다.

번호판 교체장소는 사무실과 상당히 떨어진 실내체육관 앞에 있었고, 안내간판은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았으며, 간판에는 ‘탈부착 지정 장소’란 문구가 있었다. 나처럼 처음 오는 사람들은 번호판 바꾸는 곳을 찾기도 어려울뿐더러 간판 용어도 상당히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양산시 차량등록사업소에 다음의 두 가지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가졌다.

하나는 차량등록의 절차나 수속에 대한 안내문이 부족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간판이 작고 문구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양산시 차량사업등록소에 다음의 두 가지를 부탁하고 싶다.
첫째는 차량등록의 절차에 대한 알기 쉬운 안내문을 설치해달라는 것이고, 둘째는 가급적 어려운 말보다는 누구나 알 수 있는 쉬운 말을 적어 달라는 것이다.

‘탈부착 지정 장소’의 문구는 너무 추상적이다. 무엇을 탈부착해달라는 말인지, 탈부착이라는 한자어보다 더 쉬운 말은 없는지 한번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냥 쉽게 ‘번호판 붙이는 곳’이라고 하면 어떨지 제안하고 싶다.
인간이란 본래 자기중심으로 생각하고 말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성인들의 말씀을 빌리면 “좀 더 자신을 위한다면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지혜롭다”고 한다.

양산시가 어떤 일에 대해 잘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을 중심으로 민원봉사를 펼쳐준다면 양산시민의 생활이 훨씬 편리해질 것이다.

일본에서는 관청을 ‘역소(役所)’라 하고, 구청을 ‘구역소’, 시청을 ‘시역소’라 한다. 이 ‘역소’란 말은 ‘자신이 어떤 역할을 다하는 곳’이란 뜻이데, ‘시역소’는 ‘시민들을 위해 봉사를 다하는 곳’이며 ‘구역소’는 ‘구민을 위해 봉사를 다하는 곳’이다.

‘봉사’란 말은 ‘베풂’과 바꿀 수 있다. 사람살이를 하면서 ‘베풂’만큼 소중한 것은 없을 것이다. 나는 교육의 정의를 ‘깨달음’과 ‘베풂’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공부를 하는 것은 단순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실을 깨닫고 지혜를 아는 것이다. “아는 것이 병이고 모르는 것이 약이다”라고 하는 우리 속담은 지식을 두고 하는 말이지 삶의 깨우침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사물에 대해 깨닫고 알아야 한다. 이러한 삶의 깨우침이 있고 나서는 반드시 베풀어야 한다.

나는 작년에 작고하신 법정 스님을 존경한다. 그 이유는 당신이 하신 말씀은 반드시 실천하셨기 때문이다. 말로만 끝나버리는 속세의 인간들과는 너무나 달랐기에 조금이나마 닮아 보고자 하는 마음에 많은 사람들이 그 분을 존경하고 가시는 길을 안타까워했다. 불교에는 화안시, 언사시, 심시, 안시, 지시, 상좌시, 방사시라는 7가지 보시가 있다. 진정한 베풂의 미학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나누어주는 물질적인 베풂도 있겠지만, 돈보다 더 귀한 베풂도 이 세상에는 많이 있다.

모르는 사람을 위해 알기 쉽도록 배려해주는 세심한 마음, 웃으면서 남을 편하게 해주는 아름다운 눈빛과 미소 그리고 언행 등 이 모두가 베풂의 미학이 아닐까 생각한다. 베풂이란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하는 것이다. 나의 다정한 눈빛과 미소, 아름다운 말 한 마디가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의 꿈과 희망이 되었을 때의 기쁨과 행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름다움일 것이다. 이 베풂의 미학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살아가는 모습일 것이다. 

이 세상에는 유식한 사람이 많다. 하지만 유식한 사람은 똑똑할 수는 있지만, 너그러움에는 인색하기 쉽다. 나아가 학식을 과신한 나머지 학덕을 고루 갖추지 못해 언행이 신중치 못하고 경박하기 쉽다. 하지만 지혜로운 자는 깊은 물처럼 소리없이 삶을 살아갈 뿐이지 얕은 물처럼 소리를 내어서 오만을 부리지 않는다. 우리는 지식이 풍부한 삶보다 지혜로움으로 가득 찬 삶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지식이 많은 사람은 똑똑할 수는 있어도 따뜻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물질 만능, 가치관의 혼란, 철학의 부재라는 낱말들이 판을 치는 난국을 이겨낼 수 있는 열쇠는 오직 베풂의 미학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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