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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희영 영산대학교 국제무역학과 교수 | ||
ⓒ 양산시민신문 |
이것은 최저 임금 수준에서 맴도는 일당을 벌기 위해 많은 젊은 학부모들이 낮 시간에 집을 비운다는, 최근 필자가 주변에 계신 분들에게서 들은 이야기와 묘하게 겹쳐진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왔을 때 아무도 돌봐줄 사람이 없는 경우의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실제로 매우 낮다. 하지만 그나마 조금의 돈이라도 벌기 위해 나갈 수밖에 없는 부모의 심정을 생각하면 딜레마 상황이 된다. 웅상지역은 한편으로는 부산과 울산에 직장이 있는 사람들에게 비교적 주택 마련이 저렴한 베드 타운(bed town)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산에서나 타 지역에서 사업에 실패한 분들이 비교적 생활비가 적게 드는 곳으로 들어와 재기하기 위해 애쓰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른이나 학생이나 일부에서는 패배감의 어두움이 드리워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상대적으로 가정 경제력도 떨어지고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가정의 학생들이 많다면 지역의 평균 학업 성취도는 마치 당연한 일인 듯이 낮다.
부모의 관심 속에서 좋은 학원도 골라서 다닐 수 있는 지역의 학생들에 비해 어떻게 더 공부를 잘 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이것은 웅상 덕계와 같이 대도시 주변에 있는, 관심 받지 못하는 지역의 운명이며, 또한 낮은 경제력, 저학력과 가정의 불안정성이 악순환하는 그런 흐름은 끊을 수 없는 것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운명도 아니고 거스를 수 없는 절대적인 힘도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자체가 해방 직후에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국민이 절대다수였던 무지한 나라에서 교육에 의한 성장으로 세계의 모범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과거에 이루었다면 지금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그 해결책은 무엇인가?
첫째로는 교사를 비롯한 지역의 지도자들의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아무리 해봐도 별 수 없다는 패배감에서 교육으로 인간을 변화시킬 수 있고, 변화된 한 인간을 통해서 그 사회가 변할 수 있다는 신념 위에 서야 한다. 이것은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인간은 비록 생각에서는 동의하지만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생각이 마음과 일치하여 행동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변연계라고 불리는 ‘뇌(brain) 내에서의’ 또 다른 동기부여 절차가 필요하다고 뇌 과학자들이 말한다. 다시 말해서 행동으로 옮겨지기까지 누군가가 끊임없이 설득하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또 달리 말하면 궁극적으로 학업의 성취라는 지적(知的)인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진정으로 ‘할 수 있다’는 마음의 힘(心力)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로는 좋은 학습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남들도 다 하는, 오히려 더 좋은 조건에서 하는, 입시 위주의 암기식 주입식 학습으로는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 주입식 교육이 절대로 나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 필자가 말하는 상황에서는 효과적인 대안적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을 몇 가지로 정리해보면 적성을 발견하고 재능을 살릴 수 있는 교육, 성적이 아니라 실제적인 능력을 향상시키는 교육, 입시보다는 삶을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전인격의 형성을 돕는 교육이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우리 지역의 변화와 성장은 가능하다고 본다. 또 이것을 모두에게 적용시키지 않아도 된다. 상위권에 있는 학생은 자신의 계획에 따라 현재 하고 있는 것을 계속 잘 하기만 하면 된다. 지금 우리의 관심은 잠재력은 있지만 상황에 의해 바닥으로 내쳐진, 자신의 삶에서 학습이 거의 어떤 의미도 주지 않는 학생들이고 거기에 우리의 관심의 대부분을 집중하자는 것이다. 밑을 끌어올려서 전체를 올리자는, 그래서 변화를 일으키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지속적인 투자이다. 작더라도 지역 내에 교육회관을 짓고, 방과후 학습이든 혹은 무슨 형태의 교육이든 학생들을 도울 수 있는 인력을 양성 및 지원하고, 식사를 제공하고, 체력을 올릴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고, 또 이런 활동들을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 사람들을 조직하고 제도를 만드는 등의 다각적인 노력을 매우 장기적으로 지속해야만 한다. 아마도 30년은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한 인간이 변화하는 데에 10년이면 될 수 있겠지만, 한 사회가 변화하려면 30년은 필요할 것이다.
한국 사회가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한 이후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자금을 스스로 조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소득을 최초로 달성한 때, 한 가족이 이제는 가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처음으로 불어넣어 준 때는 1986년이었다. 25년 동안 쉬지 않고 투자를 했더니 그 해에 1인당 GDP가 3천불에 도달했다. 그러나 그 후부터 한국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므로 지속적인 투자 없이는 변화가 없다. 투자를 했기 때문에 현재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누군가의 헌신이 필요하다고 말하려는 것이다. 돈을 가진 사람, 재능을 나눌 수 있는 사람, 뜻을 같이 하는 사람과 그들의 시간, 그리고 제도를 만드는 자리에 있는 사람의 관심이 필요하다. 인간은 교육을 통해서 변화될 수 있고, 변화된 한 인간은 그 사회를 변화시킨다. 우리가 우리 지역 사회의 변화를 원한다면 매우 멀리 보고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