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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부동산칼럼]시장의 진화, 전세는 없다?..
오피니언

[부동산칼럼]시장의 진화, 전세는 없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1/02/15 09:48 수정 2011.09.06 10:40



 
↑↑ 서정렬
영산대학교 부동산금융학과 교수
ⓒ 양산시민신문 
전세시장이 심상치 않다. 93주째, 1년 9개월 동안의 상승이다. 계절적 비수기를 무시한 이상 현상이다. 그런 때문인지 서울시 전세아파트의 시가총액이 2년 만에 40조에 육박했다. 현재의 이런 분위기가 학군수요를 넘어 봄 이사철 이후에도 계속된다면 전세난은 단순히 전세 물량 부족으로서의 주택문제가 아닌 사회적 이슈로 발전될 소지가 크다. 우리나라의 주택문제는 여전히 사회문제이며 작금의 전세시장이 그 폭발력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전세난이 가중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매매’보다는 ‘전세’를 선택한 시장의 결과다. 가격 상승기를 지나 하락기에 접어든 주택시장에서 실수요자든 투기적 수요든 무리하게 높은 분양가 또는 높은 매매가를 감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불과 6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매매 가격은 더 떨어질 것처럼 보였고 전세값의 국지적인 상승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데 2010년 연말을 지나면서 물량 감소에 따른 ‘전세 구하기’가 우려 상황으로 반전되기 시작했다. 해가 바뀌면서부터는 오히려 계절적으로는 비수기임에도 문제의 심각성은 가중되고 있다. 설상가상 올해 입주 예정 물량의 감소는 전세난을 부추겨 매수세를 자극할 것이라는 예상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 전세난의 해소와는 상관없이 기존 임대시장이 이전과는 다르게 변할 것이란 점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세시장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이유들은 차치하더라도 부동산 취득을 통한 자산이득(capital gain)이 여타 금융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전세시장이 유지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도 이러한 레버리지 효과(leverage effect)에 근거한다. 일단 집을 갖고만 있으면 지출해야 하는 세금 등 여타 금융비용을 포함하더라도 매매차익이 그것을 충분히 상쇄시켜왔다.

그런데 최근의 매매가 하향 안정화 추세와 장기적 차원의 대세하락 가능성은 실수요자의 구매력을 감소시켜 매매수요를 대기수요로 바꿨다. 당연히 전세 임대시장을 이전보다 확대시키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집 값 반등 여부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집을 사겠다는 수요보다 전세를 살겠다는 수요가 당분간 지속될 듯 하다. 어쩌면 높은 매매가격에 부담을 느껴 아예 보유보다는 거주로서의 전세를 선택할지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주택가격 하락 가능성이 커지면 커질수록 시세 하락과 금융비용 보전을 위해 집주인들이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시장은 어떻게 변화될까? 비율은 달라질 수 있지만 전세는 대부분 월세로 전환될 것이 분명하다. 아니 어쩌면 전세 자체가 없어지고 월세시장으로 개편될 것이다. 다만, 집값 상승 여지 또는 집값 하락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기대가 일정 부분 전세시장을 유지시키겠지만 집값이 더 이상 오르지 않는 다면 임대시장은 수익형 부동산으로서의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향배가 결정될 것은 뻔한 이치다. 전세물량의 감소에 기인하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최근 금리인상분을 보전하기 위한 집주인들이 선택하는 전세보증금과 월세 형태의 ‘반전세’는 바로 이러한 변화의 일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급불균형에 따른 전세물량의 감소와 최근의 금리인상 등의 여건변화는 전세를 빠르게 월세로 전환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베이비부머들의 퇴직은 보유 부동산에 대한 포트폴리오 리모델링을 가속화시킬 것이고 이런 결과는 결국 생활비 전용을 위한 월세시장으로의 개편을 보다 촉진시킬 것이다. 언제일지 몰랐던 불가피한 변화의 서막은 이미 시작됐다. 이제 전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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