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정수(8, 가명)는 특수학교 개교로 생애 처음으로 학교를 가게 돼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정수 어머니 김아무개(37) 씨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수학교가 어떻게 운영되는 지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언어능력이 떨어지는 정수가 학교에서 언어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는지, 통학버스는 집 앞까지 운행되는지, 등ㆍ하교시간은 몇 시인지…. 교육지원청이나 학교에 수차례 문의를 해도 알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와 답답할 지경이다. 차라리 1년 유예신청을 하고 정수를 내년에 입학시킬까 고민 중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
오는 3월 1일자로 양산지역에 장애아동을 위한 특수학교인 양산희망학교가 문을 열지만, 늦은 학사일정 통보와 행정기관의 무책임한 태도 등으로 개교도 하기 전에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양산희망학교는 상북면 상삼리 564-1번지 일원에 유치부, 초ㆍ중ㆍ고등부 등 모두 24학급 규모로 신설돼 내달 1일 첫 입학생을 맞이하게 됐다. 양산은 경남 가운데 3번째로 장애아동 수가 많지만 특수학교가 없어 부산ㆍ김해 등으로 장거리 통학을 해야 하는 불편을 겪어왔다. 이에 특수학교 설립 필요성에 공감하고 2007년 신설 준비에 들어가 오랜 진통 끝에 학교 개교를 눈앞에 두게 됐다.
하지만 개교를 1주일 앞둔 상황에도 학교운영 전반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안내되지 않아 학부모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유치원 입학 자녀를 둔 박아무개 씨는 “장애아동은 언어치료, 작업치료, 물리치료 등 병원이나 복지관 등에 꾸준히 다녀야 하는데 등ㆍ하교 시간을 모르니 병원예약 조차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차일피일 학사일정 통보만 기다리다 결국은 예약대기자로 밀려 언제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를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학사일정 계획이 늦어지는 것은 개교 직전에 이뤄지는 교육청의 관행적인 인사 기준 때문이다. 행정실장 등 사무직의 경우 개교준비를 위해 개교 2달 전부터 배치되지만, 학교장과 일반교사는 정기인사 기간인 3월 1일자에 맞춰 발령이 이뤄지고 있다. 때문에 개교 이전까지 인근 학교장이 겸무를 하거나 개교준비단 등이 지원을 하는 형태로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실정. 이에 학사일정 구성과 급식 등이 늦어 개교 초기 혼란이 예상되지만 행정기관은 교육공무원 인사방침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사실상 학사일정을 비롯한 학교행정은 총괄책임자인 학교장의 권한이기 때문에 학교장 발령 전에는 확정된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봐야 한다”며 “교육청 인사행정 특성상 신설학교라 할지라도 일부 학교장만 미리 내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애아동을 위한 학교라는 특수성조차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학부모들을 응대하는 행정기관의 태도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장애인부모 김아무개 씨는 “답답한 심정에 문의전화를 하면 교육지원청은 희망학교로, 희망학교는 다시 은혜학교로, 또 다시 도교육청으로 전화하라는 말 뿐이었다”며 “장애아동을 둔 부모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적어도 ‘문의전화 뺑뺑이’를 돌려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