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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한 병원에 3년째 함께 근무하는 모녀 간호사 “모녀간의 공통분모가 늘었어요”

노미란 기자 yes_miran@ysnews.co.kr 입력 2011/03/01 10:22 수정 2011.03.01 11:44
20년 간격으로 함께 간호사의 길 동행

친구·동료로서 인생의 든든한 지원군



ⓒ 양산시민신문
1989년, 어머니가 간호사로 첫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20년이 흐른 2009년, 딸이 어머니의 뒤를 이어 간호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조미심(48, 중부동) 씨와 이아름(25) 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엄마와 딸이면서 현재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직장 동료이기도 한 것.

어머니 미심 씨는 형주병원(상북면 신전리)에 2009년 2월 입사했다. 두 달 뒤 4월에 딸 아름 씨가 들어갔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를 애써 모른 척했다. 병원에서는 물론 병원 밖에서도 동료와 함께 있을 때는 딸에게 엄마라고 부르지 못하게 했다.

병원에서 마주쳐도 서로 이야기도 나누지 않았고, 처음 석 달 동안은 출근 버스에서도 떨어져서 앉았다.

‘간호사 엄마’를 뒀기 때문에 딸이 사회생활을 배워나가고 훌륭한 간호사로 성장하는 데 방해가 될 것이라는 미심 씨의 판단 때문이다.

또한 모녀 사이로 알려지면 다른 동료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물론 알려지고 나서는 걱정과 다르게 오히려 부러워하는 동료 직원들이 더 많은 편이다.

아름 씨에게 미심 씨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간호사는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작은 실수로도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미심 씨가 잘 헤아려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구들이 또래에게 고민을 주로 털어놓는 것과 달리 아름 씨는 엄마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때도 많다. 아름 씨가 간호학을 공부할 때도 전문적인 의학용어 설명은 물론이고 실습 보고서를 쓰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 미심 씨가 조언해주기도 했다고.

아름 씨와 달리 미심 씨는 처음에는 같은 직장에서 딸과 근무하는 것이 신경 쓰이고 불편했다. 하지만 지금은 딸의 입장이나 생각을 헤아릴 수 있고 딸과 가까워져서 오히려 행복하다.
 
어머니 미심 씨는 요양병동에서, 딸 아름 씨는 정신병동에서 일하기 때문에 업무 차이가 있지만 3교대라는 근무 환경과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의 역할은 크게 다르지 않아서 통하는 부분이 많아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직장동료처럼 간호사의 길을 함께 하고있다.

한 가족의 평균 대화시간이 한 시간도 채 안 되고 가족 간에 끔찍한 사건들이 자주 발생하는 요즘, 인터뷰 하는 내내 둘의 얼굴에는 미소가 묻어났다.

조 씨는 “굳이 직업이나 직장이 같지 않더라도 마음을 열고 진심과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가족 간에 소통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직장에 같이 다닌 것보다 진심과 진정성 있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이들 간호사 모녀가 행복해보였던 것 역시 간호사라는 공통점 이전에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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