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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칼럼]‘세시봉’ 세대의 주거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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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칼럼]‘세시봉’ 세대의 주거학

양산시민신문 기자 369호 입력 2011/03/01 10:33 수정 2011.03.01 10:33



 
↑↑ 서정렬
영산대학교 부동산ㆍ금융학과 교수
ⓒ 양산시민신문 
세시봉(C’est Si Bon, ‘아주 멋짐’, ‘매우 훌륭함’)이 연일 화제다. ‘세시봉’은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이장희 등이 출연한 70, 80년대의 문화의 산실이었던 음악 감상실 이름이다. ‘세시봉 친구’들이 모 TV 프로그램에 한 차례 소개되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연일 매스컴을 달구고 있다. 조영남이 출연한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는 오랜만에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보였다고 한다. 주말 대표적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1박2일’이 지난 2월20일 19% 대의 시청률을 보인 것과 비교할 때 엄청 높은 시청률임에 분명하다.

왜? ‘세시봉’에 열광할까? 시청률이 높게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시봉 효과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분석이 뒤따른다. 예능 프로그램에 우호적이지 않던 중년층이 ‘세시봉’의 활약으로 토크쇼에 마음을 열었다는 ‘세시봉 역할론’이 주종을 이루는 가운데 시청자들 역시 ‘세시봉’을 기점으로 중년층의 화끈한 입담에 매료됐기 때문이라는 구체적인 이유까지 언급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이유는 다른 데 있다고 생각된다.

‘세시봉 친구들’이 대단해서가 아니다. 결과적으로 세시봉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시청자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들을 TV를 통해서 본 많은 사람들은 다름 아닌 7080세대이며 이들 대부분이 바로 베이비부머(baby boomer)라는 점이다.

KBS의 ‘콘서트 7080’ 장수의 비결이 여기에 있다. 일요일 오후 11시, 조금 있으면 월요일을 앞둔 시간대에 광고도 없는 프로그램이지만 6%대의 괜찮은 시청률을 보인다. 단순히 월요일인 내일이 아니라 인생의 황혼기인 앞날을 고민해야 하는 베이비부머들에게 이 시간은 늦은 밤의 예배와 같은 종교의식과도 같은 시간이다. 귀에 익숙한 추억할 수 있는 음악은 성가이고 출연자의 노랫말은 잊고 살지만 다시금 새겨야할 그 날의 주제이자, 화두이다. 사회자의 출연자와 노래 그리고 그 시절에 대한 언급은 일종의 교독문이다.

결국 세시봉의 성공 배경에 베이비부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한 몫 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압축성장(compact growth)’의 배경에 이들이 있다. 우리나라 ‘부동산불패론’과 ‘10년 주기설’에 이들이 있다. 최근 이들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아니 여전히 움직였지만 이들의 움직임이 새롭게 부각되는 것은 변화의 변곡점에서 이들의 선택이 시장을 좌우할 만큼 소비자로서의 파급력이 큰 것에 기인한다.

그런 맥락에서 세시봉의 성공은 일회성이 아니다. 베이비부머들을 프로그램의 주된 소비층으로 삼을 수 있는 어떤 프로그램이 만들어 지느냐에 따라 ‘제2의 세시봉’은 여전히 유효하다. 바로 베이비부머들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전 세대와 몇 가지 이유로 특징적이다.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교육 받은 첫 세대이다. 다수의 경쟁자들이 동료로 있었지만 국가적으로 새로운 일들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후대를 위해 베풀 수 있는, 베풀려는 사람들이 많은 그리고 나눌  수 있는 재능을 갖춘 첫 세대들이다.

주택시장은 이미 수요자 주도 시장으로 바뀌었다. 주된 수요자 또한 바로 베이비부머들이다. 주택보급률과 자가보유율 모두 이전보다 많이 향상되었다. 주택시장은 신규 분양시장으로만 움직여지지 않는다. 기존 재고 주택을 통해 전세시장이 형성되는데 이들 민간 임대시장의 물건 대부분을 베이비부머들이 공급한다. 이런 이유로 이들의 보유주택 매도와 신규 주택 구입의 향배가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동인(動因)일 수 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최근 전세대란으로 언급되는 주택시장의 변화에도 이들이 있다.

어려움은 전세물건을 찾지 못하는 세입자들임에도 시장에 가장 귀 기울이고 있는 세대들 역시 이들이다. 매도와 매수를 위한 시기를 고르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듯싶다. 이것은 지금까지 평생 동안 어렵게 이룩한 자신들 대부분의 자산이 걸린 일이기에 그렇다. 지금의 주택으로 노부모도 부양해야 하고 평균 수명 80세를 맞은 본인들의 노후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기 위한 고독한 고민이 결정을 보다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세시봉은 선택해 볼 수 있거나 다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세시봉 세대에게 ‘주택’은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자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세시봉 세대는 그래서 오늘도 ‘콘서트 7080’의 음악을 배경으로 자신만의 ‘묵도의 시간’을 갖는지 모른다. 그런 시간에는 숨죽여 그들만의 시간을 주는 것이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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