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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20여년간 봉사해온 중부초 안전지킴이 정성용 씨
중부초 앞 긴머리 아저씨를 아시나요?

노미란 기자 yes_miran@ysnews.co.kr 370호 입력 2011/03/08 10:09 수정 2011.03.08 10:15




ⓒ 양산시민신문


 
ⓒ 양산시민신문 
매일 아침 중부초등학교 앞에는 특이한 사람이 나타난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에, 서글서글한 미소를 띤 아저씨 한 명이 도로변에 서 있다.

그러다가 초록불로 바뀌면 건널목을  지나가는 아이들과 인사도 하고 장난도 친다. 이뿐만 아니다. 오가는 택시ㆍ버스 기사들과도 손인사를 주고 받는다.

중부초 안전지킴이인 정성용(53, 동면) 씨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 인사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중부초 앞에서 10년이 넘도록 안전지킴이 역할을 해오고 있다.


교통지도 봉사로
지역에선 유명 인사


정 씨가 아침마다 하는 일은 실리고 복잡한 일은 아니다. 초록불로 바뀌면 아이들이 안전하게 건널목을 지날 수 있도록 차를 멈춰 세우고 다 건널 때까지 건널목을 지킨다. 또 빨간불로 바뀌려할 때 도로로 뛰어드는 아이들을 막아 세우거나 길을 물어오는 이들에게 안내를 해준다.

오히려 주목할 만한 것은 정 씨가 매일 아침마다 교통지도를 해왔다는 것이다. 중부초에서만 10년도 훨씬 넘었고 중부초로 옮기기 전에는 동산초등학교에서 4년여 동안 교통지도를 했다.


아들 사고 계기로
교통지도 봉사 결심


정 씨가 교통지도 봉사를 하게 된 계기는 90년대 중반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던 아들의 사고 때문이었다. 학교 근처 건널목에서 발생한 가벼운 사고였지만 그때 누군가가 아이들의 등ㆍ하굣길을 돌봐줘야겠다고 생각해 본인이 직접 시작하게 됐다.

이후 동산초 앞 도로가 확장되면서 교통지도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자 학생 수와 차 통행량이 많은 중부초로 옮겼다.

오랫동안 한 자리에서 교통지도를 하다 보니 중부초 학생들에게 인기도 많다. 아침마다 아이들이 인사를 건네는 것은 물론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주거나 스승의 날에 카네이션을 따로 챙겨주는 학생도 있다.

지역 주민들에게도 유명인사다. 아침마다 이 길을 지나는 운전자나 버스ㆍ택시 기사들과는 일일이 손인사를 나눌 정도다.

방학하면 쉬고
개학하면 나오고


정 씨가 특별히 쉬는 날은 없다. 학교가 방학하면 따라 쉬었다가 개학하면 다시 교통지도를 시작한다. 하지만 지난달처럼 폭설이 내려 갑작스럽게 휴교를 한다거나 개교기념일 같은 학교 행사 일정이 있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쉰다.

종종 일정을 몰라서 헛걸음할 뻔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다행히 정 씨의  봉사를 꾸준히 봐온 중부초가 올해부터는 일정을 따로 알려주기로 해 지난해처럼 괜한 수고를 하진 않게 됐다.


봉사는 베푼다는 
그 자체로 좋은 것
 
20년 가까이 교통지도를 해온 정 씨는 “색소폰 라이브카페를 운영하고 있어 힘들 때도 많지만 봉사는 일도 직업도 아닌 평생 안고 가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인 눈에는 정 씨가 건널목 위에서 하는 일이 대단해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다 건널 때까지 옆에서 지켜주는 것, 건널목에 뛰어들려는 아이들을 멈춰 세우거나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길 안내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정 씨는 “남에게 베푼다는 그 자체만으로 봉사는 소중하다”며 앞으로도 체력이 받쳐주는 한 중부초 앞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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