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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이슈&현장>세계여성의 날, 여성이 말한다
일과 가정 중 선택하라고? 워킹맘은 울고 싶다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370호 입력 2011/03/08 10:13 수정 2011.03.08 10:09



일하는 엄마 ‘워킹맘’은 우리사회의 중요한 인적 자원이면서 사회구성원을 출산하고 양육하는 1인 다(多)역을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일과 가정 양립은 ‘미션 임파서블’, 불가능한 일이 되고 있다. 가정이든 직장이든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일과 가정의 균형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저출산 위기에 국가는 ‘아이를 낳으면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테니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하지만 워킹맘들은 고개를 젓는다. 자신의 일을 유지하면서 아이를 낳고 키우기에 대한민국의 현실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법적으로 1년씩 보장된 육아휴직은 커녕 출산휴가 3개월도 마음 놓고 못가는 게 현실이다. 친정 엄마 등 친인척에게 육아를 맡기거나, 베이비시터를 쓰느라 월급의 반을 날리는 워킹맘의 씁쓸한 자구책들은 육아를 여성 개인과 가정의 문제로만 보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다.

3월 8일. 미국의 여성노동자들이 근로여성의 노동조건개선과 지위향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세계여성의 날’을 맞았다. 이에 양산지역 각계각층의 여성들을 만나 ‘일’과 ‘가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한국사회에서 일ㆍ가정 양립의 현실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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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재취업 지원정책 이전에
 경력단절 되지 않는 예방책 필요”


(주)코리아시스템 김지원 대표

ⓒ 양산시민신문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단연 화두다. 정부정책을 들여다보면 이 말이 더욱 실감이 난다. 출산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의 재취업을 돕는 법률까지 제정했고, ‘출산여성 신규고용촉진 장려금’을 지급하는 등의 정책도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주)코리아시스템 김지원 대표는 여기서 질문을 던졌다.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을 지원하기보다는, 애초에 여성이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해도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예방하는데 예산을 써야하지 않을까” 여성들의 경력단절을 유발시키는 원인은 여성인력 채용에 따른 비용부담을 기업체에만 떠넘기고 있는 현행 노동법 때문이라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현행법으로 보장된 출산휴가제도, 육아휴직제도 등은 기업과 여성 모두에게 부담만 안겨주고 있다. 이들 제도 사용시 기업은 일정부분 비용부담을 안아야 하며, 때문에 여성들로서도 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출산휴가제도는 90일. 이 가운데 최초 60일분은 기업체가 부담해야 한다. 또 육아휴직제도 역시 만 3세 미만 자녀를 둔 여성이 1년 이내의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월 50만원만 정부에서 지원할 뿐, 나머지는 역시 기업의 몫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들이 여성인력 채용을 꺼려하고, 여성들 역시 승진, 업무할당 등에 불이익을 받을까 출산을 미루거나 아예 직장을 포기하기 일쑤라는 것.

김 대표는 “6년 동안 동고동락 해 온 사원이 육아로 퇴사를 고민했다. 논의 끝에 3년 동안 회사에서 보육료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해 퇴사를 막았다. 때문에 경력단절 없이 회사 내에 없어서는 안 될 우수한 여성인력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것을 회사 복지사업으로 제도화시키기에는 비용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이같은 워킹맘에 대한 복지지원은 기업이 아닌 정부나 지자체가 안고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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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질 모두 충족할 수 있는
국공립보육시설 확충 시급”


양산시의회 정석자 의원

ⓒ 양산시민신문
  출산장려정책이 실제 출산율을 높이고 있다는 통계가 발표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출산장려금 키우기에 예산을 쏟아 붇고 있다. 하지만 통계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과는 조금 다르다.

양산시의회 정석자 의원은 “조세연구원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자체가 내놓은 출산장려금이 둘째 자녀 출산율은 높였지만 셋째 자녀 출산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셋째아 출산 가정에 몰아주고 있는 현재 출산장려정책을 첫째ㆍ둘째아 가정으로 확대하는 등 지원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양산시 역시 출산장려금 확대를 위해 지난달 23일 관련 조례 개정에 나섰다. 둘째아 20만원을 30만원으로 확대하는 반면, 셋째아 출산 가정은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대폭 확대해 경남도 지원까지 합하면 모두 12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받게 된다.

정 의원은 “대부분이 출산장려금이 고맙긴 하지만 실질적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반응이다. 오히려 영유아 양육수당 등 보육료 지원을 늘여주는 것이 워킹맘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고 피력했다.

문제의 해결방안은 양·질 모두 충족할 수 있는 보육시설에 있다. 비위생적인 음식, 각종 추가 비용 등으로 보육시설에 대한 불신이 크다.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할 기업 중 대부분도 이를 기피한다. 때문에 지자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보육지원’에 투자해야 한다.

정 의원은 “국공립 어린이집 신설이 아닌 공모를 통해 현재 민간어린이집을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전환하는 방법으로 국공립어린이집을 전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또 보육조례 제정을 통해 이들 보육교사를 지방공무원화 시켜 순환근무와 승진제를 도입, 보육수준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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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빈계층과 중산층 사이의
일반서민 위한 보육지원 펼쳐야”


양산YWCA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이기은 센터장

ⓒ 양산시민신문
  사회 전반의 저출산 풍조로 늦은 나이에 아이를 갖는 노산(老産) 경향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올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첫 아이를 낳는 산모의 평균연령이 30.09세라고 밝혔다.

양산YWCA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이기은 센터장은 “첫 아이가 늦어지면 한창 일할 나이인 30대에는 둘째, 셋째 낳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첫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 주는 것이 출산장려의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워킹맘들이 국가에 원하는 것은 결국 비용지원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를 물으면 ‘낮은 소득’, ‘교육비용 부담’, ‘양육비용 부담’ 등의 대답이 많다. 아이 기르는 일을 ‘돈 문제’로 생각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출산과 양육은 물론 취학 이후 교육비까지 고려하면 부모들이 돈 걱정부터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센터장은 “지자체는 산모도우미, 아이돌보미 등 출산과 양육 관련 무상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대상은 언제나 극빈계층에 한정돼 있다. 기초생활보장을 받는 극빈계층은 아니지만 형편이 넉넉한 중산층도 아닌 일반 서민들은 어찌보면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이같은 서민들에게 필요한 것이 복지형태의 비용지원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결혼과 출산을 하면 여성들은 사회적 입지가 불리해진다. 법과 제도를 만든다 해도 현실과의 괴리가 크다. 가장 풀기 어려운 숙제는 문화적인 부분이다.

이 센터장은 “일과 가정 양립정책이란 결국 여성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때문에 정책의 주 타깃은 남성이 돼야 한다. 직장과 아이 키우기를 여성 혼자 힘들게 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남성과 사회가 그 짐을 덜어줘야 한다. 육아휴직도 남성이 사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남성들의 인식변화를 동반하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 10시까지 눈치보며 일하는 경쟁사회에서 그저 버티고만 있도록 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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